현대그룹에 베팅한 동양증권의 셈법

더벨 정준화 기자, 이재영 기자 | 2010.11.22 07:15

유동화 통해 7000억 지원할 듯...현대차보다 현대그룹에 올인

더벨|이 기사는 11월17일(11:12)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현대그룹이 현대건설 인수전에서 극적인 승리를 거두자 7000억원 자금 지원을 한 동양종금증권이 내심 미소를 짓고 있다. 영업실적을 올리는 수완을 발휘함과 동시에 현대그룹과의 관계도 더욱 끈끈해지는 '일석이조' 효과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현대건설 인수로 인해 재무부담이 늘어난 현대그룹의 회사채 발행이나 현대엔지니어링 상장 등은 '따놓은 당상'이라는 전망도 IB업계에서는 흘러 나온다.

위기의 순간 백기사로 등장

동양종금증권의 현대그룹 자금 지원이 알려진 것은 입찰을 일주일 가량 앞둔 지난 11일. 현대그룹이 전략적 투자자(SI)로 유치하려 했던 독일 M+W그룹이 인수전에서 발을 빼면서 최고의 위기 순간을 맞이할 때였다.

동양은 현대그룹 보유한 현대상선 주식과 컨테이너선 일부를 담보로 7000억 원 가량의 투자확약서(LOC)를 제출했다.

앞서 동양은 현대상선이 결의한 3967억원 규모의 주주배정유상증자에도 대표주관사로 참여, 현대그룹에 힘을 실었다. 내달 23~24일 주주청약에서 실권이 발생하면 인수단으로 함께 참여한 동부·솔로몬·유진투자증권과 함께 실권주를 떠안는 구조다.

동양은 이와는 별도로 현대건설 인수전에 1000억원 안팎의 자기자본투자(PI)도 고려하고 있다.

7000억 지원 구조는

아직 거래 구조가 확정되진 않았지만 일단 특수목적회사(SPC)를 설립해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등을 발행하는 방안 등이 유력하게 언급되고 있다. 동양은 2006년 금호의 대우건설 인수 때에도 티와이스타라는 SPC를 설립해 3400억원 규모의 인수 금융을 지원했다.

현대상선 선박 등의 담보물을 유동화해 어음을 발행하고 이를 동양이 전액 인수한 뒤 리테일(소매)로 매출하는 구조다. 금융권의 매입약정을 통해 신용을 보강, 금리를 낮출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이 경우 동양은 자신이 져야 할 리스크를 일부 리테일에 분산시키는 효과를 보게 된다. IB부서를 통해 발행을 주관하며 실적과 함께 수수료도 쏠쏠히 챙길 수 있다. ABCP의 발행 수수료는 적게는 수십bp에서 많게는 100bp에 이른다. 여기에 판매 수수료 등을 더하면 수수료율은 더 올라간다. 이 한건의 딜로 100억원 가량의 수익을 올릴 전망이다.


종합금융업 라이선스를 가지고 있는 동양은 일반적인 기업 여신(대출)도 가능하다. 현재 동양의 종금여신 잔액은 1조3000억원 내외로 추산된다. 지난해 말 기준 종금여신 총액이 2조4000억원이었음을 고려하면 다소 여유가 있는 상태다.

물론 안전장치를 한다 해도 동양이 져야 하는 리스크는 상당하다. 지난 3월 말 기준 자기자본 1조3000억원, 현금성자산 4980억원의 동양이 담보대출에 더해 1000억원 규모의 PI를 진행하는 것은 다소 무리라는 지적도 있다.

이와 함께 글로벌 기업인 현대차그룹과 등을 지는 무형적인 손실도 만만찮다는 점이다. 현대차그룹의 연간 채권발행 규모는 8조원대로 국내에서 가장 많다. 그리고 앞으로 IPO 시장에 나올 비상장 계열사도 적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당분간 현대차그룹과는 금융 거래를 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앞으로도 관계를 형성하기 쉽지 않은 현대차그룹 보단 새 단골이 될 가능성이 큰 현대그룹에 올인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보다 득 많다..끈끈해진 현대그룹과의 관계

그럼에도 동양이 과감히 현대그룹에 베팅한 것은 관계를 확실히 다지기 위한 영업 목적의 포석으로 풀이된다. 자본시장에서 영역을 넓히기 위해 취해 온 공격적인 포지션을 현대건설 인수전에까지 그대로 적용한 것이다.

동양은 금융위기 이후 재무적인 어려움에 처한 기업들을 상대로 적극적인 구애를 통해 영업 기반을 넓혀왔다. STX그룹·대한전선 등이 대표적인 예다.

최근엔 조직개편을 통해 커버리지 조직을 2개 팀에서 4개 팀으로 늘려 공격 대형을 갖췄다. 전통적인 채권시장에서의 강세를 바탕으로 주식자본시장(ECM)과 인수합병(M&A) 시장에 자리를 잡겠다는 전략이다.

동양은 현대건설 인수전과 연계된 현대상선 4000억원 유상증자에도 IB부문 대표인 호바트 엡스타인 부사장의 지휘 아래 총액인수를 조건으로 내세워 NH투자증권 등 다른 후보를 제치고 거래를 따냈다. 현대그룹과 신뢰를 쌓을 적기라고 판단한 경영진의 공격적인 방침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동양은 베팅의 대가로 상당한 수준의 실익을 얻을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현대건설의 계열사인 현대엔지니어링의 기업공개(IPO) 주관사로 선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의 공모 규모는 5000억원, 시기는 내년 말로 예상된다. 이 외에도 현대건설 인수 과정에서 채무 부담이 늘어난 현대그룹의 향후 리파이낸싱 거래도 동양이 도맡을 거란 목소리가 많다.

증권사 관계자는 "동양의 경우 두산의 밥캣 인수나 한화의 대우조선 인수에 FI로 참여하는 등 활동 폭이 넓다"며 "대형 그룹이나 은행 계열 증권사가 아니라는 약점을 공격적인 영업으로 커버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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