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실명법, 차명계좌 실소유주 개념 도입 '비효율적'"

머니투데이 김만배 기자, 배혜림 기자 | 2010.11.09 10:53

[법조계 고수를 찾아서]법무법인 광장 정우영 변호사


- 실명제 법률 제정때 정부 고문변호사 역임
- "법 규제는 최소화…사회적 비용 고려해야"
- 일에 미쳐 '셔터맨' 별명…선박금융 1인자
- "기업들 위기 극복 돕는 것이 변호사 역할"


↑법무법인 광장 정우영 변호사 ⓒ홍봉진 기자

금융실명제가 도입된 지 올해로 17년째다. 그럼에도 차명계좌를 통한 정치자금 수수, 비자금 조성, 탈세와 범죄수익 은닉, 자금 세탁 등 불법 행위가 그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실명법이 금융거래의 실지 명의만 따질 것이 아니라 실소유자 개념을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친목단체가 회원들로부터 걷은 회비를 회장 명의로 입금하거나 종중이 보유한 현금자산을 회장 명의로 은행에 보관하는 등의 관행적인 차명 거래도 존재한다. 이를 문제 삼는다면 국민의 재산권 행사가 과잉 제재될 우려가 있다.

◇실소유주 개념 도입하려면 사회적 비용 커
법무법인 광장의 정우영(51·사진) 금융 전문 변호사는 금융실명법에 차명계좌의 실소유주 개념을 도입하려면 그에 소요되는 사회적 비용이 너무 크다는 견해를 밝혔다.

금융회사가 금융자산의 실질 소유자를 추적하거나 조사할 현실적인 방법은 없다. 차명계좌가 비자금 조성 창구 혹은 탈세의 수단으로 활용되는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모든 거래의 실질 소유자를 따지는 것은 비효율적이라는 것이다.

정 변호사는 1997년 12월31일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이 제정될 당시 재정경제부 금융실명단 고문변호사를 지냈다. 2006년부터는 재경부 금융정보분석원 테러자금조달억제법 제정추진기획단과 자금세탁방지정책자문위원회 위원을 지내고 있다.

자타공인 '금융실명제 전문가'인 정 변호사는 금융실명법이 지하경제를 줄이기 위한 목적으로 실시됐고 불법 정치자금을 줄이는 등 입법취지가 충분히 구현됐다고 말한다. 아울러 차명계좌의 실소유주 개념을 도입하면 금융거래를 지나치게 억제하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는 게 정 변호사의 일관된 견해다.

"법의 규제는 최소한이어야 합니다. 법의 손질은 헌법이 규정한 사회질서를 깰 정도의 부작용이 나타나는 경우로 제한해야 합니다. 차명계좌에서 파생하는 문제는 세금 등 다른 제도의 보완으로 해결할 필요가 있습니다."

ⓒ홍봉진 기자
◇'행복한 셔터맨'
정 변호사는 1992년 법무법인 광장에서 변호사 생활을 시작한 이후 변호사 3명이던 금융팀을 현재 변호사 76명의 금융그룹으로 성장시켰다. 광장 금융그룹은 영국의 로펌전문 평가회사인 '챔버스&파트너스'의 전 세계 로펌 평가에서 최근 수 년간 1등급을 받았다. 정 변호사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금융 분야 개인 평가에서 1등급에 올랐다.

국제금융이 시작되고 다양한 금융상품이 쏟아져 나오는 시기를 겪으며 그가 얻은 별명은 바로 '셔터맨'. 새로운 금융상품이 나오면 금융관리 법규나 관세법, 외환관리법 등에 위반되지 않도록 틀을 짜고 계약서를 만드는 일에 빠져 사무실의 소등과 문단속은 매일 그의 차지였다고 한다.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과정이 항상 행복했습니다. 일이 힘들었다면 10년 이상 셔터맨을 하지는 못했겠죠."

◇선박금융 1인자…LNG선박 도입 자문 '뿌듯'
정 변호사의 주요 전문 분야는 선박금융이다. 선박금융 법률시장의 과반수 이상을 점유할 정도로 독보적인 위치에 있다. 그는 1990년 한국가스공사의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도입을 자문한 일을 가장 의미 있는 사건으로 꼽는다.

당시 가스공사는 해외에서 가스를 사올 때 도착지가격(CIF)을 적용하되 운송비는 공급업체가 부담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이 과정에서 공급업체는 운송비와 보험료 등을 붙였다.

가스비 절감 방안을 모색하던 가스공사는 오만, 예멘 등지의 공급업체에 가스를 현지 항구까지만 배달하도록 하고 우리가 한국까지의 운송을 직접 맡는 방식으로 정책을 변경했다. 그리고 가스비를 출발지가격(FOB)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가스공사의 정책 변경은 실제로 가스비를 절감하는 효과를 거뒀을 뿐 아니라 한국을 고부가가치의 배인 LNG선박 제작의 세계 1위 국가로 만들었다. 특히 LNG선박을 제조하는 과정에서 자금을 달러로 조달할 수 있게 되면서 우리나라가 국제금융에 첫 발을 딛는 계기가 마련되기도 했다.

그는 "당시까지만 해도 국방 혹은 사회간접자본, 고도기술 분야를 제외하고는 달러로 자금을 조달하기 힘들어 금리가 높은 원화로만 자금을 마련해야 했다"며 "공사가 한 가지 정책을 바꾸면서 금융과 조선 산업 발전에 크게 기여한 의미 있는 거래"라고 설명했다.

ⓒ홍봉진 기자
◇"기업 위기극복 돕는 것은 전문가의 역할"
정 변호사는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이후 부실화된 대구, 서울, 중앙, 광은, 부산, 한국기업리스 등 6개 정리대상 리스사의 통폐합에도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는 채권자들을 모아놓고 "최적의 수익구조를 제시해 자산과 부채를 통합 관리하겠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고 한다.

결국 정 변호사는 6개 회사 모두로부터 통합 동의를 얻어냈고,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회사가 바로 1998년 11월 설립된 한국리스여신이다. 가교리스사인 한국리스여신은 신규영업활동은 하지 않고 6개 리스사의 리스 및 대출채권 회수 업무만을 담당했다.

한국리스여신은 최근 가교리스사로서의 임무를 마치고 K&P인베스트먼트와 한신상호저축은행으로 구성된 K&P컨소시엄에 매각됐다. 정 변호사는 "지난 10여 년간 한국리스여신에 자문을 제공하면서 채권자들과의 약속을 지킨 셈이 됐다"며 "기업이 위기를 부드럽게 넘길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역시 변호사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이제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아주 작은 분야라 하더라도 제가 어렵게 얻은 지식을 다음 세대에 자연스럽게 전달하고 싶습니다."

그는 최근 자산운용협회, 증권연수원, 사법연수원을 상대로 한 금융실명법 및 선박금융 강의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선박금융에 관한 책 집필에 나선 것도 후배들에게 그동안 습득한 노하우를 전수하기 위해서다.

그는 부산 국제금융중심도시화운동의 자문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정 변호사는 "자문 회의 때는 금융도시화 방안의 방향제시와 효과적인 전략 수립을 위해 뼈아픈 충고도 서슴지 않는다"며 "금융 전문가를 필요로 하는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갈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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