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830명, 60년 이별의 '한' 풀었다

머니투데이 (금강산=공동취재단) 변휘 기자 | 2010.11.05 11:28

(상보)이산가족 상봉행사 종료···北 "상봉정례화 다른 사안과 연계"

60여 년 이별의 아쉬움을 달래기에 2박 3일은 너무 짧았다. 꿈에 그리던 가족의 얼굴을 보듬었던 남북 이산가족들은 다시 하염없는 눈물을 흘리며 언제일지 알 수 없는 또 다른 만남을 기약해야만 했다.

2차 이산가족 상봉 행사에 참여한 남북 가족들은 5일 오전 9시 금강산 호텔에서 열린 작별 상봉을 끝으로 60년만의 만남을 마무리했다. 이 날 작별 상봉에는 남측 93명과 동반가족 43명, 북측 203명이 참석했다. 남북 통틀어 최고령인 남측 김부랑(97) 할머니는 건강악화로 참석하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오전 8시20분쯤 행사 장소인 금강산 호텔 2층 연회장에 미리 입장한 북측 가족들은 내내 상기된 표정이었다. 이어 8시40분쯤 남측 가족들이 입장하자 행사장 곳곳에서는 석별의 아쉬움을 쏟아내는 흐느낌이 늘어났다.

65년 만에 맏아들 건호씨를 만난 남측 지달수(93)씨는 "내가 나이가 많아 언제 세상을 뜰지 모르고 이제 헤어지면 언제 만날지 기약할 수 없지만 이번에 만난 것 자체가 큰 기쁨이었다"며 "서로 국민의 의무를 다하며 통일이 되도록 노력하자고 얘기했다"며 눈시울을 적셨다.

비교적 담담하게 석별의 정을 나누던 가족들은 "작별상봉이 10분 남았다"는 방송이 나오자 동요하기 시작했다. 곧 "작별상봉이 끝났다. 남측 가족은 먼저 나가 버스를 탑승하라"는 방송이 나오자 가족들은 서로 부둥켜안고 한 맺힌 통곡과 눈물을 토해냈다.

남측 가족들은 손을 흔드는 북측 가족들을 몇 번이고 돌아보며 좀처럼 떨어지는 않는 발걸음을 뗐다. 남측 가족들이 7대의 버스에 나눠 타자 북측 가족 200여 명은 버스 차장 옆에 매달려 차창을 두드리며 가족의 이름을 목놓아 불렀다.

남측 조윤수(78)씨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는 북측 여동생 조명수(73)씨에게 "오빠 걱정마라. 100살까지 살테니"라고 말하며 눈물을 삼켰다. 이후 남측 가족들을 태운 버스는 10시30분쯤 회담장을 떠났다.

한편 작별상봉에 참석한 최성익 북한 조선적십자회 부위원장은 이산가족들에게 상봉 정례화 문제와 관련해 "우리는 이미 남측에 '그 문제는 (금강산 관광, 인도적 대북 지원 등 다른 사안과) 연계돼 해결돼야 한다는 입장을 전한 바 있다"고 밝혔다.


최 부위원장은 또 남측 취재진들과 만나 "1차에 이어 2차 행사도 잘 진행되고 있다. 상봉 정례화 등 추가 상봉 문제는 향후 적십자 회담에서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북측은 오는 25일로 예정돼 있는 남북 적십자 회담에서 상봉 정례화 문제를 금강산 관광 재개 및 대규모 쌀 지원 등과 연계해 제기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아울러 남북 이산가족 사이에서도 이같은 문제를 놓고 미묘한 시각 차이가 드러나기도 했다.

남북 이산가족들은 2박 3일간 만남에서 양측 체제 등에 대한 민감한 이야기는 가급적 피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북측 일부 가족들은 "금강산 관광이 조기 재개돼야 한다"는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남측 가족들은 "북측으로 교육을 많이 받고 나온 것 같아 그저 듣고만 있었다"고 말했다.

남측 이산가족들은 작별행사를 마친 후 오후 1시 금강산 지구를 떠나 남측으로 돌아온다.

이로써 지난달 30일부터 2차에 걸쳐 각각 2박3일 일정으로 진행된 상봉행사에서는 1차 남측 436명과 북측 97명, 2차 남측 94명과 북측 203명 등 모두 830명의 남북 이산가족이 60여 년 이별의 한을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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