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간척지, 개발이익 값어치 이렇게 낮아?

더벨 김민열 기자, 현상경 기자, 황은재 기자 | 2010.11.04 11:09

[현대건설 M&A⑤]매각후 본격개발 가능 불구, 저평가...인수가에 5000~7000억원 반영해야

더벨|이 기사는 11월02일(15:00)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현대건설 충남 서산 간척지가 실사과정에서 지나치게 홀대를 받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새로운 주인이 본격적으로 개발을 추진할 경우 1조원 이상의 값어치가 예상되는데도 불구하고 외환은행 등 채권단은 실사과정에서 '땅값'만 거론하는 등 논란을 야기시키고 있다. 채권단의 보수적인 매각형태로 인해 서산 간척지의 가치가 20~40%가량 할인 반영될 우려도 일고 있다.

이 같은 부분은 현대건설의 주주협의회가 '셀러'의 지위로서 당당히 요구해야 할 미래가치임에도 불구, 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과 현대그룹은 현대건설 본입찰을 앞둔 실사과정에서 1) 현대건설의 향후 미래영업현금흐름 2) 서산간척지의 값어치 두 요인에 대해 집중적으로 질의했다.

이 가운데 미래현금흐름은 현대건설의 적정매각가 산정과 직결되는 부분. 현대건설은 당장 올 한해 사상 최대 영업이익이 기정사실화 돼 있다. 여기에 향후 수년간 이익성장률이 어느 정도인지, 또 이것이 일시적인 요인인지 아닌지에 따라 가격이 추가 상승할 수 있다.

아쉽게도 주주협의회는 이런 내역에 대해서는 매각안내서를 통해서는 구체적인 수치를 제공하지 않았다. 조단위가 넘는 상당수의 딜에서 매각자가 미래이익을 부각시켜 매각가를 올리는 것과 대조되는 부분이다.

다른 요인인 서산간척지의 경우도 비슷한 유형에 해당된다. 현재 개발 현황은 물론, 향후 개발 방향, 사업 타당성, 개발 이익, 부지 활용 가능성 등에 따라 현대건설의 기업가치와 매각가 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서산간척지는 한때 현대엔지니어링과 함께 현대건설의 가치 상승을 견인하는 핵심자산으로 평가받았다. 그 가치가 무려 2조원대로 거론되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 거론되는 컨센서스는 1조원 내외. 이는 개발 이익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때문이다. 즉 개발공정이 당초 예상과 달리 계획대로 진행되지 못하다보니 현대건설이 가질 수 있는 시공이익, 현대도시개발이 얻을 개발 이익이 평가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일단 서산간척지 개발 사업 가운데 가장 비중이 큰 태안기업도시 프로젝트는 부지조성 작업이 단 10%만 이뤄졌다. 1번 진입로 역시 21%의 공정률로 지지부진한 상태다. 계획대로라면 60~70% 가량의 부지조성 작업이 이미 완료돼야 했다. 그러다보니 "과연 개발이 될 수 있겠냐"는 의심만 사게 됐다.


1조원이란 가격 컨센서스도 평균 시가에 땅의 면적을 곱해 20~30% 가량을 할인한 금액이다. 한마디로 땅값조차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정작 이에 대해 명쾌한 '비전'을 제시해야 할 외환은행 등 현대건설 매각측도 인수후보들의 질문에 이렇다 할 대답을 내놓지 못했다. 미래 가치를 극대화해 세일즈하기 바빠야 할 상황임에도 투자제안서(IM)에 현대엔지니어링만 상세히 소개했을 뿐 서산간척지 부분은 간략하게 언급했다.

서산간척지의 개발이익이 이렇게 저평가 받아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적지 않다. 표면적으로는 미국발 금융위기가 개발 지연의 이유지만 사실은 현대건설 M&A가 수면 위로 오르면서 실사 등을 이유로 공정이 늦어졌다.

달리 말해 누가 현대건설을 인수하냐에 따라 개발 가치는 달라질 수 있겠지만 현대건설이 새 주인을 찾으면 개발 프로젝트가 속도를 낼 수 있다는 얘기다. 현 정부가 4대강 사업을 전면에 밀고 있지만 집권 후기로 들어선 이상 과거 정부의 업적이란 이유로 눈치를 볼 필요도 줄게 된다.

특히 유력 인수후보인 현대자동차그룹이 현대건설을 인수할 경우 개발 사업이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현대차그룹의 신인도를 바탕으로 금융권으로부터 대규모 프로젝트파이낸싱(PF)를 지원받을 수 있 다. 특히 태안기업도시 프로젝트는 사업비만 10조원이다. 당진 현대제철 등의 배후도시로 개발할 수 있고 리조트 사업과 연계하는 방안도 모색해볼 수 있다. 현대차그룹에게 서산간척지는 다용도 활용이 가능한 곳이다.

옛 현대그룹의 정통성을 내세우고 있는 현대그룹도 현대건설이 추진중인 사업을 그대로 이어간다는 방침이어서 사업계획은 크게 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더해 태안기업도시와 사실상 연계돼 있는 '바이오웰빙특구'에 대한 개발 이익도 있다. 현대건설이 보유한 서산간척지중 35만㎡가 포함돼 있다. 2012년까지 총 5천995억원이 투자돼 농업바이오단지, 웰빙컴플렉스, 실버단지로 개발된다.

증권업계에서는 개발이 활기를 띌 경우 보수적으로 봐도 현대건설에 최소 5000억원(미래 기대익의 현가)의 이익을 안겨줄 것으로 보고 있다. 땅의 가치까지 더하면 보수적으로 평가해도 최소 1조5000억원, 최대 2조원에 이른다. 현대건설 주주협의회가 매각하려는 지분율 34.88%를 감안했을 때 인수가에 5200억~7000억원으로 반영돼야 한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현대도시개발이 가질 운영 이익까지 포함하면 인수금액에 더 반영해야 한다.

M&A업계 관계자들은 "서산간척지의 가치는 장부가보다는 높게 평가돼야 하겠지만 개발 지연 및 불확실성 등을 이유를 들어 인수 쪽에서 가치를 절하시키려 할 것"이라며 "매각측이 제대로 된 값을 받는 게 당연지사"라고 지적하고 있다. 적정 가격을 받지 못할 경우 헐 값 매각의 근거가 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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