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 다음은 현대상선 선박 매각?

더벨 황은재 기자 | 2010.11.02 09:00

은행 "LOC 받기 어려워"..1조원 더 마련해야

더벨|이 기사는 11월01일(11:03)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현대그룹이 현대건설을 인수 대금을 마련하기 위해 그룹이 보유한 자산을 총동원하고 있다.

이제 남은 자산은 현대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현대상선이 보유하고 있는 선박이다. 실제 현대그룹은 현대상선 유상증자에 이어 보유중인 선박 매각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일금융권에 따르면 현대그룹은 최근 부산신항만지분 매각, 현대상선 유상증자, 자사주 신탁계약 해지 등의 공시를 잇따라 발표했다. 자체적으로 인수대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셈이다.

그렇게 조달한 자금은 약 1조원. 올해 현대상선과 현대엘리베이터가 발행한 채권까지 더하면 약 2조4000억원에 달한다. 6월말 기준 그룹의 주력 계열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현금성자산 8600억원까지 더하면 3조2400억원을 마련한 셈이다.



다만 현금성 자산은 전액 소진할 수 있는 자금이 아니다. 회사 운영을 위해 일정 부분은 남겨둬야 한다. 이에 따라 현대그룹이 마련한 실탄이 3조원 내외인 것으로 파악된다. 현대그룹이 전략적투자자로 유치한 M+W그룹의 지원 규모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정상적인 컨소시엄 파트너라도 5000억원 수준은 맡아야 된다는 것이 IB업계 예상이지만, 이같은 기대에 부응할지, 상응하는 대가로 무엇을 요구할 지는 불확실한 상황이다.

현대건설 예상 인수가격이 4조원이상임을 감안했을 때 현대그룹은 최소 1조원이상을 추가적으로 조달해야 한다.

문제는 국내 은행을 통한 차입은 막혀 있다는 점이다. 현대그룹은 공동 자문사인 멕쿼리증권을 통해 은행 등 금융권 차입을 꾀하고 있지만 재무구조개선 약정 미이행 등으로 미운털이 박힌 상태다. 은행들이 유력 인수후보인 현대차그룹의 눈치만 보고 있는 상황이라 현대그룹이 낄 자리는 없어 보인다.


남은 조달방법은 현대상선이 보유하고 있는 선박 매각과 추가 채권발행 등이다. 현대상선은 현재 4조원 규모의 선박을 보유하고 있다. 이중 일부를 세일앤리스백(S&LB) 형태로 매각해 자금을 조달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약 8000억~1조원 내외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BDI 지수 상승으로 선박펀드 조성 등을 통한 투자가 살아나고 있는 점이 그나마 현대그룹에게 긍정적인 시그널이다.

다만 현대그룹은 선박 매각에 시간을 둘 것이란 관측이다. 본입찰에서는 그룹내 자금을 최대한 끌어들이거나 M+W그룹의 지원 사격을 받아 투자확약서를 제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선박 매각까지 공식화할 경우 현대건설 인수에 사활을 걸었다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지만 핵심 자산을 매각할 정도로 자금 조달이 어렵다는 점을 드러내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회사채를 추가로 발행한다고 해도 채권투자자를 확보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이미 채권시장에서는 현대건설은 현대차가 인수할 것이란 데 베팅했다. 재무적투자자(FI)를 유치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매각주관사는 FI에게 풋백옵션 등을 통해 수익률을 보장할 경우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 감점을 주겠다는 입장이다.

이밖에 현대그룹은 도이치증권을 통해 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을 담보로 자금을 융통하는 방안도 고려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증권 및 현대아산 등 계열사 주식을 비롯해 기타 투자 유가증권이 담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상선 선박 매각에도 불구하고 부족한 자금을 충당하기 위한 차원이다.

현대그룹이 다각도의 자산 매각 및 유동화를 통해 자금조달에 성공한다고 해도 그 이후 역시 문제다. 해운 시황 개선을 배경으로 개선되고 있는 재무구조가 악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크레딧애널리스트는 "차입금리 평균을 6%로 잡아 1조만 조달해도 600억원의 이자부담이 증가해 연간 금융비용만 2000억원을 넘어선다"며 "EBIDTA 규모가 확대되고 있지만 돈 벌어서 이자 갚는데만 연연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2006년 이후 현대그룹의 연평균 EBITDA는 3800억원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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