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고아, 주차관리원이 대통령 표창받은 사연

머니투데이 김유경 기자 | 2010.10.31 13:40

프라임저축은행 주차관리원 김우일씨, 빠듯한 생활에도 키워준 고아원에 기부

주차관리원과 영화배우, 그리고 은행 지점장. 현실에서 이들의 공통점은 찾기 어렵다. 서로의 소득이 다르고, 재산도 다르다. 생활도 다르고 생각까지 다르다.

하지만 연결될 끈이 없을 것 같은 이들도, 저축이라는 요술지팡이를 통하면 밀접한 관계를 갖는 마법을 부린다.

김우일(58) 씨가 마법의 주인공이다. 프라임저축은행에서 주차관리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그는 지난 10월26일, 저축의 날에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그와 함께 나란히 대통령 표창을 받은 사람들의 직업은 배우(변다혜), 자영업자(김도숙), 00기업 대표(이명기), 00주류상사 대표(전광식), 대구은행 문경지점장(천석우) 등이다.

김 씨의 마법은 그가 걸어온 삶을 되돌아볼 때 더욱 놀라워진다. 그는 한국전쟁 고아 출신이다. 부모는 물론 형제자매, 그러니까 피붙이라곤 단 한명도 없다. 머지않아 환갑을 맞이하지만, 아직 결혼도 못했다.

그는 차도 닦고 임원들 기름도 채워주는 등 주차관리원 생활만 20년차다. 20년의 경력에도 불구하고 업무 특성상 그의 급여는 결코 많지 않다.

2000만원도 되지 않는 적은 연봉. 하지만 그는 매월 4분의 1인 40만원 정도를 떼어 저축하고 있다. '티끌모아 태산', 근무 10년째 되는 해인 2000년, 그는 남양주시에 보금자리 아파트를 장만했다.

"저는 비빌 언덕이 아무데도 없잖아요. 우선 내 앞가림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힘이 닿는 한 열심히 저축해서 이룬 겁니다."

그는 이후로도 프라임저축은행을 통해 꾸준히 저축하면서 현금도 꽤 모았다고 귀띔했다. 그의 재테크 수단은 욕심을 내어 잘 모르는 곳에 투자하기 보다는 안전하게 은행에서 예·적금을 부으며 관리하는 것.


김 씨가 프라임저축은행과 인연을 맺은 것은 1991년이다. 그동안 IMF 등 많은 우여곡절로 행장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오갔다.

"그동안 역대 행장님들이 많이 바뀌었죠. 행장님 뿐 아니라 IMF 이후 남아 있는 사람이 저를 포함해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돕니다."

행장은 여러 번 바뀌었지만 그는 성실함 하나로 현재 자리를 오롯이 보전할 수 있었다. 그에게서 불평은 단 한마디도 나오지 않는다. 오히려 현재 업무 처리를 잘하고 있다고 인정을 받고 있는데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장기간 일자리를 꿰차고 있는 것도 감사하게 생각한다.

이러한 그의 태도에 대해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착실한 사람'이라고 평가한다. 이번 시상식에 참여한 김동진 행장도 "받아야 할 사람이 받았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보금자리를 마련한 후, 10년이 흐른 2010년, 그는 올 여름에 근검절약하며 어렵게 모은 자산 중 일부를 그가 자라온 한국보육원(장흥)에 기부했다. 남을 돕고 사는 봉사활동에 첫발을 내딛은 것이다.

김 씨가 어린 시절을 보낸 한국보육원은 1950년 한국전쟁 고아 1000여 명을 거둔 곳. 그는 조만간 다시 한국보육원을 찾을 예정이다. 그는 "상을 받았으니 인사를 드리러 간다"며 수줍게 웃었다.

현재 한국보육원에서 자라나는 아이들은 50여명. 김 씨는 이 아이들에게 모범이 되고 싶다. 아이들이 어려운 환경에서도 구김살 없이 바르게 크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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