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3살 이전 기억은 하지 못할까?

머니투데이 이서경 한서중앙병원장(소아정신과 전문의) | 2010.09.11 10:10

[이서경의 행복한 아이 프로젝트]

흔히들 3세 이전의 아이들을 대할 때 나중에 커서 기억을 못 할 것이라고 생각해서 주의를 덜 기울이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어차피 기억도 못 할텐데'라면서 재미있는 곳에 데려가 봤자 돈만 아깝다고 생각하거나 혹은 '기억하지도 못 할 테니까' 아이에게 좀 더 큰 아이라면 주의했을 말을 함부로 하는 경우다.

과연 아이들은 3세 이전의 기억은 전혀 하지 못하는 걸까?

인간의 기억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의식적으로 회상할 수 있는 명시적 기억과 의식적으로 회상할 수는 없지만 행동을 통해 기억하고 있는 암시적 기억이다. 예를 들어 구체적인 사건에 대한 회상이나 대통령의 이름을 기억하는 것 등은 명시적 기억이라고 할 수 있고, 피아노를 치는 방법이나 옷을 입는 것 등 일상생활 속에서 의식하지는 않지만 기억하고 있는 것이 암시적 기억이다.

개인의 뇌 발달 정도에 따라서 약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대략 만 3세까지는 명시적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 부분이 발달이 아직 안 되었기 때문에 단기간의 기억은 가능하더라도 이것이 장기 기억으로 저장되지는 않는다. 그래서 성인이 되어서도 1, 2세 때 부모랑 어디를 놀러갔고 어떤 일이 있었는지에 대해서 기억이 나지 않는 것이다. 이것을 유아 기억상실증이라고 얘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명시적 기억은 하지 못할지라도 암시적 기억을 담당하는 부분은 만 3세 이전의 어린 나이라도 발달하기 때문에 기억이 가능하다. 특히 감정과 관련된 편도체의 암시적 기억은 계속 남아 있게 될 가능성이 많다.


어떤 특정 사건에 대한 구체적인 모습은 기억이 나지 않더라도 정서적 경험 자체, 예를 들어 엄마가 갑자기 사라져서 놀라고 무서웠다거나 부모한테 학대를 받았을 때의 공포스러운 감정 등은 오랜 기간 뇌에서 무의식적으로 아로새겨져 있을 가능성이 있다.

행복하고 즐거운 경험과 연관된 감정도 마찬가지로 암시적 기억으로 평생 남게 된다. 엄마가 따뜻하게 안아주었을 때의 행복한 감정, 누군가가 나를 존중해주고 배려해줬을 때의 기분, 내가 스스로 무언가를 해 냈을 때의 뿌듯한 감정 등은 구체적인 사건은 의식하지 못하지만 살면서 지속적으로 비슷한 사건이 일어났을 때 무의식적으로 기억이 되살아나고 그것과 연관된 감정도 살아나게 된다.

따라서 우리 아이가 아직 어려서 아무 것도 기억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에 소홀히 행동해서는 안 될 것이다. 어린 아이지만 부모가 어떻게 대해주고 어떤 경험을 제공해 주었느냐에 대한 기억이 아이의 뇌 속에 평생 잠재되어 있다는 것을 알고 오늘부터라도 아이에게 좋은 감정 경험을 많이 해 주도록 노력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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