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해튼도 '예외없다' 공실률 늘고 임대료 추락

머니투데이 뉴욕=강호병특파원  | 2010.08.24 09:49

더블 딥 美 부동산 시장..현장 점검

↑뉴욕 맨해튼 브로드스트리트 85번지 골드만삭스 구 본사건물. 현재 비어있다.
뉴욕 맨해튼 '브로드스트리트 85번지'는 '월스트리트의 제왕' 골드만삭스가 본사로 쓰던 건물이다. 30층 높이, 면적 110만 스퀘어피트의 갈색빌딩으로 한때 월가의 랜드마크답게 아직 위용을 잃지 않았다.

최근 월스트리트 투어를 겸해서 찾아간 이곳은 '브로드스트리트 85번지'라는 간판만 을씨년스럽게 붙은채 문은 굳게 잠겨있었다. 골드만삭스가 4월 월드파이낸셜 센터 웨스트스트리트에 43층 새 건물로 이사를 하면서 완전 공실이 됐다.

난처하게 된 것은 소유주인 메트라이프다. 중개업자가 부지런히 잠재적 임대인과 접촉하고 있지만 아직 계약됐다고 발표된 것은 없다.

브로드스트리트 85번지 빌딩은 다시 침체에 빠진 미국 부동산시장의 단면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세계 투자자들의 높은 관심으로 그나마 사정이 낫다는 맨해튼내에서도 공실률은 치솟고 임대료는 추락한다. 쿠시맨 &웨이크필드에 의하면 올 4월까지 다운타운 맨해튼에 공급된 빈 사무실 공간만 해도 590만 스퀘어피트에 달한다. 구 골드만 본사건물처럼 한 블록을 통째로 차지한 채 비워진 것이 인근에만 3개가량 더 있다.

상업용 부동산 중개업체 CBRE에 따르면 맨해튼 중에서도 사무빌딩이 가장 많은 미드타운의 경우 거품기에 스퀘어피트당 80달러를 넘었던 임대료가 올 5월 현재 55달러 수준으로 내려왔다. 다운타운의 경우 평균 임대료는 38달러라고 한다.

6월 무디스상업용 부동산가격지수는 전달보다 4% 하락, 지난해 7월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2007년 고점에 비해서는 41% 떨어진 상태다. 특히 소비부진을 반영해 쇼핑센터 부문의 가격이 가장 많이 떨어졌다.

미국 주택부문은 상업용 부동산에 앞서 회복의 기지개를 펴왔다. 경기회복과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초저금리 정책, 오바마 행정부의 세제혜택과 모기지채무 재조정, 실직 홈소유주에 대한 배려 등이 뒷심이 돼 줬다.


기존 주택 매매는 연환산 500만채를 초과, 위기전 수준에 다가섰다. 기존 주택 평균매매가도 올 2월 16만4600만달러를 바닥으로 상승움직임을 보여줬다. 주요 20개 대도시 집값을 지수화한 S&P/케이스 실러지수도 올 4월이후 상승조짐을 나타냈다.


그러나 5월부터는 다시 내리막길이다. 4월 연환산 42만2000채를 기록한 신규 주택매매는 5월 26만7000채로 급감, 수치 작성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6월엔 33만채로 높아졌지만 수위는 여전히 낮다.

가격이 아직 꺼지지 않은 것이 한가닥 희망을 주고 있지만 올들어 주택 재고가 늘어난 데 따른 부메랑이 우려된다. 주택재고는 불황과 더불어 연 320만채로 줄었다가 착공이 늘며 최근 400만채 수준으로 높아졌다.

노무라종합연구소 뉴욕지사 한상훈 부사장은 "올 1분기 현재 미국인 가구당 주택자산가치는 미국 부동산 거품 정점기인 2006년에 비해 약 4만달러가량 줄어든 상태"라며 "5월 이후 주택매매가 급감하는 것도 문제지만 집이 팔리는 데 걸리는 시간이 점점 길어지고 있다는 것이 더 문제"라고 지적했다.

5월 이후 미국 주택시장이 다시 동토의 땅으로 들어간데는 여러가지 불운이 겹쳤다. 우선 제도적으로 4월로 생애 첫 주택구매에 대한 세제혜택이 종료됐다. 경제적으론 하필 5월 유로존 국가채무금융위기가 터지면서 주가가 급락하고 경기가 삽시간에 가라앉았다.

5월 이후 소매매출과 공장주문이 갑자기 줄며 고용을 늘리려던 기업들의 움직임이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4월 23만명이나 늘던 민간고용은 5월 이후 3만~5만명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이같은 경기부진은 캘리포니아와 플로리다 등 주택압류(foreclosure)가 심한 곳에 추가적인 타격이 줄 것으로 우려된다. 압류주택 온라인 중개업체인 리얼티트랙에 따르면 올 7월 미국 주택압류 건수는 32만5229채로 17개월 연속 30만채를 넘어섰다.

CBRE 다시 스테이컴 부회장은 최근 한 세미나에서 "좀처럼 떨어지지 않은 실업률이 보유거주보다 임대수요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맨해튼 주택시장에도 악영향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노동교화형은 커녕…'신유빈과 셀카' 북한 탁구 선수들 '깜짝근황'
  2. 2 '황재균과 이혼설' 지연, 결혼반지 뺐다…3개월 만에 유튜브 복귀
  3. 3 "당신 아내랑 불륜"…4년치 증거 넘긴 상간남, 왜?
  4. 4 "밖에 싸움 났어요, 신고 좀"…편의점 알바생들 당한 이 수법[영상]
  5. 5 1년 전 문 닫은 동물원서 사육사 시신 발견…옆엔 냄비와 옷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