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없는 M&A…목적부터 파악하라

머니투데이 김만배,김성현 기자 | 2010.08.24 12:14

[법조계 고수를 찾아서]김앤장 법률사무소 박태현 변호사

↑김앤장 법률사무소 박태현 변호사 ⓒ유동일 기자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본격화한 기업 인수·합병(M&A) 분야에서 30~40대 파트너 변호사들이 강자로 부상하고 있다. 법무법인에 입사할 때부터 M&A 분야에서 전문적으로 집중 훈련을 받은 세대다. 신세대 변호사답게 신선한 감각과 전문성을 동시에 갖췄다는 게 강점이다. 김앤장 법률사무소 박태현(38·사진) 변호사는 이들 중에서도 선두주자로 꼽힌다.

그는 1999년 군 법무관을 마친 뒤 곧바로 김앤장에 입사, 당시 블루오션으로 떠오르던 방송·통신과 인터넷 분야를 맡았다. 외국인 투자가 활발했던 분야라 이때부터 자연스레 M&A 업무를 익히게 됐다.

◇IMF 이후 M&A 1세대 중 선두주자

그는 김앤장에서 4년 동안 집중적인 훈련을 받은 뒤 2003년 미국 조지타운대 법과대학(LLM)으로 유학길에 올랐다. 학업을 마친 뒤에는 김앤장에서 쌓은 실무와 유학 경험을 바탕으로 M&A 분야 최대 로펌 중 하나인 설리반 앤 크롬웰(Sullivan & Cromwell) 뉴욕 사무소에서 2년 동안 일했다. 최첨단 M&A 현장인 미국에서 이론과 실무를 함께 익힌 흔하지 않은 케이스다.

박 변호사는 귀국 후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국내외 주요 사모투자펀드(PEF) 자문과 굵직굵직한 중대형 M&A를 담당하는 전문 변호사의 입지를 굳혔다.

↑김앤장 법률사무소 박태현 변호사 ⓒ유동일 기자


◇이베이-G마켓 인수 이끌어, 미국서 호평

지난해에는 세계적 규모의 다국적 유통업체 이베이(eBay)의 G마켓 인수 작업을 성공리에 마무리 지었다. 규모만 12억 달러에 달한다. 박 변호사는 인수 작업을 이끌면서 한국과 미국에서 동시 공개 매수를 진행했다. G마켓이 국내에는 상장돼 있지 않고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특이한 구조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

"한국법과 미국법에 따라 증권, 외환, 조세 문제들을 동시에 만족할 수 있도록 인수 구조를 짜야했죠. 한국에서는 미국과 동시에 공개 매수를 하는 경우가 상당히 이례적인 케이스였습니다. 예를 들어 원천징수를 어떻게 할 것이냐 하는 문제는 아무도 겪어보지 않은 일이었지요. 의뢰인과 다른 자문회사들과의 적극적인 소통과 협력을 통해 쉽지 않은 인수 절차를 성공리에 마칠 수 있었습니다."

저명한 M&A 평론가 스티븐 다비도프(Steven Davidoff) 교수가 월스트리트저널 블로그에 기고한 칼럼에서 "역사적인(historic) 크로스보더 M&A"라고 격찬한 이유이기도 하다.

박 변호사는 2008년에는 MBK파트너스와 맥쿼리, 미래에셋의 C&M 인수전을 이끌어 호평을 받았다. 국내 최대 사모펀드 3개사가 공동으로 구성한 컨소시엄이 수도권 최대 케이블 방송 회사인 C&M을 인수하는 사업인데다 규모만 2조2000억원에 달해 업계에 큰 관심을 끌었다.

박 변호사는 이 같은 성과를 인정받아 유로머니에서 발행하는 '아시아 로(Asia Law)'에서 2008년 부터 2년 연속 M&A 부문 '한국을 대표하는 변호사(Leading Lawyer)'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는 굵직한 수임 건 뿐 아니라 발표한 논문으로도 유명세를 치렀다. 2007년에 발표한 레버리지 매수(Leveraged Buyout·LBO) 관련 논문에서 박 변호사는 한국 법원이 기업 임원에게 배임죄를 적용하는 것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LBO란 인수 기업이 기업 인수에 필요한 자금을 모두 보유하지 않고도 바이 아웃(인수 후 매각)을 시도할 수 있는 M&A 방법이다. 인수 기업이 인수할 기업의 자산을 담보로 금융회사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것으로, 작은 자기 자본으로 큰 기업을 인수할 수 있어 지렛대(Leverage)라는 표현을 쓴다.

"LBO가 미국에서는 합법적이고 빈번한 일인데 한국에서는 왜 배임으로 처벌받는 사례가 적지 않은가에 대해 미국에 있을 때부터 관심을 가지고 지켜봤습니다. 미국에서 회사 임원은 주주의 이익을 위해 일하는 것이 최대 임무이기 때문에 인수자금을 갚아주는 것이 주주 이익상 나쁠 게 없다고 보지요. 하지만 한국에서는 아무리 주주에게 이익이 된다 해도 회사는 독립된 법인격인 만큼 주주를 위한 행위로 회사에 손실이 나면 이사를 배임죄로 처벌하는 차이가 있습니다. 물론 미국의 경우도 주주 전체의 이익을 말하는 것이지 특정 최대 주주의 이익을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극소수 대주주가 회사 자금을 빼돌리는 행위까지 처벌하지 말자는 얘기는 아닙니다. 부채 비율, 이익 분배 방식에 있어서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지요."

그는 M&A 전문 변호사를 지망하는 후배 법조인들에게 변화하는 M&A 시장에 대한 감식안과 팀워크, 협상 능력을 갖출 것을 주문했다.

과거에는 M&A 변호사가 계약서를 작성하고 협상하는 일에만 주로 관여했다면 최근에는 M&A 시작 전 단계부터 인수 후 관리까지 전 과정에 관여하는 형태로 성격이 변하고 있다는 게 박 변호사의 설명이다.

"법률적 지식도 중요하지만 우선 의뢰인이 이 회사를 왜 사려고 하는지를 세심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첨단 기술 때문에 회사를 인수하려고 하는지, 핵심 인력 때문에 사려고 하는지에 따라서 계약서의 내용을 달리 해야 합니다. 인수전의 성격에 걸맞게 실사를 진행하고 계약을 진행해야만 M&A를 성공으로 이끌 수 있지요."

그는 소통과 협력을 강조하기도 했다. "성공적 M&A를 위해서는 의뢰인과 회계법인, 경영컨설팅 회사 등과 원활한 의사소통과 협력이 필요합니다. 로펌은 법률만, 회계법인은 수치만 보는 식으로는 곤란하지요. 로펌이 법률적 쟁점을 찾으면 재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반대로 회계법인이 찾아낸 회계상 수치가 어떤 법률적 의미를 갖는 것인지 서로 대화해야만 의뢰인을 위해 진정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때문에 전문 분야 뿐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에도 관심을 갖고 넓은 시각을 갖출 필요가 있습니다."

↑김앤장 법률사무소 박태현 변호사 ⓒ유동일 기자


◇"국내 사모펀드 표준상 확립" 포부

그는 그동안의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국내 PEF들의 M&A 표준상(Best Practice)을 정립해보고 싶다는 포부도 내비쳤다.

박 변호사는 "국내 PEF제도가 성공적으로 자리 잡았지만 투자대상 제한, 차입비율 규제 등으로 오히려 해외 사모펀드들에 비해 역차별을 받는 부분도 있어 좀 더 유연한 규제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며 "국내 기업들의 해외 M&A 활성화에도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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