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일본도 부동산 거품기에 은행에서 융자를 받아 집을 장만한 사람이 대다수였다. 거품붕괴 후 경기침체, 실직, 금리변동 등으로 융자를 다 갚지 못해 경매 처분 주택이 일본 역사상 최다를 기록하기도 했다. 부동산 불패 신화 속에서 전매차익을 노린 아파트 구입은 대박을 향한 꿈에 지나지 않았다.
만약 주택 구입을 위해 은행에서 5% 금리에 10년 상환 조건으로 3억원을 대출받았을 경우 이자액은 약 1억5000만원이 될 것이다. 구입한 주택의 자산가치가 10년 후 4억5000만원 이상이 돼야 손해를 보지 않게 되지만 이는 주택을 보유하면서 내는 세금, 관리비 등을 포함하지 않은 액수다. 과연 10년 후 세금 등 모든 경비를 지불하고도 순수익(매도차익)이 날 정도로 자산가치가 보장될 수 있을까.
한편 일본에선 지진이 많아 주택 구입에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 일례로 1995년 1월에 발생한 관서지방의 한신·아와지 대지진으로 인해 주택이 붕괴됐지만 개인의 주택 융자 상환 의무는 없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개인에 융자한 금융기관에 공적자금이 투입됐다. 이 사실을 직시할 수 있는 각오가 없다면 고금리 주택융자 등을 통한 주택 구입은 높은 리스크를 안는 것이다.
이처럼 금융을 비롯해 재해 등의 리스크와 세금, 관리비 등의 비용에 대한 손익 계산을 할 수 없다면 '마이 홈'은 오히려 리스크 자산이 될 것이다. 단순한 손익계산으로 대박을 노릴 만큼 '마이 홈' 구입은 단순하지 않다. 앞으로는 분양 아파트도 공간 소비재로 추구될 것이다. 분양 아파트를 구입·소유하는 것에 대한 비용 대 효과와 소유하지 않는 것에 대한 비용 대 효과를 따져야 한다. 리스크와 비용에 대한 시점이 필요하다.
일본 부동산의 거품붕괴를 통해 주택(아파트)은 투기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신화는 반드시 붕괴된다는 것을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선진국 진입을 앞둔 한국 경제의 여건과 흐름을 볼 때 주택의 자산 가치 추구는 어려워질 것이다. 앞으로는 주택은 공간 소비재라는 인식이 커질 것이다.
한편 한국 정부는 지난 10년 동안 지나치게 부동산 시장에 개입해 시장 경제 원리로 해결될 문제에 기름을 부었다는 점을 반성하고 본래의 주택 정책을 왜곡시켜서는 안된다. 아울러 임대주택 건설 등 서민 주택 공급 및 질 높은 주택 공급을 통해 안정된 주거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혼선 없는 부동산 정책을 실천해야 할 것이다.
또 신규 주택 공급 시장은 수요를 통한 조정이 가능하지만 매매 시장은 과거 아파트 상승기의 중과세 등 규제로부터 벗어나 매매가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정책 정비가 시급하다.
*송현부 소장(도시경제 박사)은 2006년 한국인 최초로 일본 현지에서 경제연구소를 설립했으며 1991년부터 2005년까지는 일본부동산연구소에서 연구위원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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