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급등, 국내기업 손익계산 따져보니…

머니투데이 서명훈, 최석환, 우경희, 유현정 기자 | 2010.08.12 14:49

日서 부품·자재 조달 기업 타격… 전체 수출 경쟁력은 높아져

최근 엔화 강세 흐름이 심상치 않다. 전날(11일) 국제 외환시장에선 엔화가 15년만의 최고치인 달러당 84엔대까지 치솟기도 했다.

미국의 경기침체나 유럽의 재정위기 등 글로벌 경기회복에 대한 우려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어 엔화 강세장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일본에서 원자재를 수입하는 국내 업체들도 환율 흐름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는 모습이다.

대표적인 곳이 핵심소재 및 장비에 대한 일본산 제품 의존률이 큰 전자업체들이다. 엔화강세가 지속될 경우 원가구조가 악화되는 것은 물론 원화 환산 외화차입금도 늘면서 재무적으로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12일 "환율 효과는 워낙 복합적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한 가지 통화엔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전제한 뒤 "다만 엔화만 놓고 보자면 엔화를 지불하고 사오는 원자재나 장비에 있어선 불리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터치폰의 부품인 터치스크린(TSP)을 생산하는 업체들은 엔고로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핵심 소재인 ITO 필름을 일본에서 대부분 사오고 있다"면서 "엔고가 계속되면 조달 비용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원자재인 후판의 상당 부분을 일본산으로 충당하고 있는 조선업계도 마찬가지다. 후판 수입가격 협상엔 일부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현재 국내 조선사들은 일본 철강사와 3분기 후판 가격을 놓고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일본 철강사들에게는 엔고 현상이 후판가격 인상을 요구할 수 있는 배경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국내의 한 대형 조선사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엔화가 아닌 달러로 후판가격을 결제하기 때문에 엔고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는 않는다"면서도 "엔고 현상이 계속되면 달러로 책정되는 후판 가격에도 일본 철강사들의 입장이 제한적이나마 반영될 수밖에 없어 우려 된다"고 말했다. 여기에 엔화대출을 받은 국내기업의 원화 이자부담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엔화강세가 불리하게만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글로벌 시장에서 일본 업체와 경쟁하고 있는 제품의 경우 가격 등에서 경쟁력이 생기기 때문에 긍정적인 효과가 분명히 있다.


전자업계의 경우 매출확대에 큰 도움이 된다. 기본적으로 경쟁사인 일본의 전자업체들이 제품가격을 인상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본 카메라 및 전자업체들은 2년전 엔고가 본격화되면서 한국시장에서 수익악화로 상당히 고전한 경험이 있다.

일본 수입차도 비슷한 처지에 몰렸다. 엔고로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면서 국내시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토요타 사태로 일본차의 품질에 대한 신뢰도마저 떨어진 상황이어서 일본 수입차 업계가 체감하는 '엔고 파고'는 상상 이상이다.

일본 수입차 업계 한 관계자는 "원/엔 환율이 1100원대 이하로 떨어져야 어느 정도 가격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며 "지금 상황에서는 차를 팔아도 이익을 올리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일본과 경쟁하고 있는 국내 조선사도 6월 이후 계속되고 있는 엔고 현상을 반기고 있다. 일본 조선사들의 글로벌 가격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약화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 조선사들은 하반기 발주된 컨테이너선 수주 경쟁에서 일본을 제치고 전량을 수주하는 등 탁월한 경쟁력을 보이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엔고가 장기적으로 갈 경우 세계 시장에서 경쟁하는 한국기업은 수혜를 입을 수 있지만 단순히 현 시점에서 엔고로 인한 시장 경쟁력을 논하기엔 부족한 면이 있다"며 "기술이나 신제품 출시 등 여러 가지 제반 상황 등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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