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숨돌린 저축銀 "시간벌어도 헐값에 아쉬움"

머니투데이 오수현 기자 | 2010.06.25 19:08
저축은행 업계가 한숨을 돌리게 됐다. 자산관리공사(캠코)가 저축은행이 보유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채권을 대거 매입키로 했기 때문이다. 이번에 캠코가 매입하는 PF채권 규모는 3조8000억 원. 저축은행이 보유한 PF채권의 30%를 웃도는 규모다. 저축은행 업계는 이번 매각으로 3년이라는 시간을 벌었다는데 의의를 두고 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25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저축은행 PF 대출 문제에 대한 대책 및 감독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와 관련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어 구조조정기금의 저축은행 PF 부실채권 매입 방안을 의결했다. 63개 저축은행에 2조5000억 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된다.

저축은행 업계는 일단 이번 PF채권 매각으로 충당금 적립부담이 완화돼 각종 자본건전성 비율이 개선되게 된 점을 반기고 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이번 조치로 저축은행의 연체율은 10.6%에서 6.5%로 낮아지고,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7.47%에서 8.88%로 올라갈 전망이다. 따라서 업계는 고객들이 저축은행에 대한 불안감을 한결 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저축은행들은 캠코에 매각한 PF 대출 채권의 예상 손실액에 대한 충당금을 향후 3년에 걸쳐 쌓으면 된다. 전문가들은 건설 부동산 경기가 침체돼 있고 건설사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는 상황에서 이번 매각이 없었다면, 저축은행들이 당장 쌓아야 하는 충당금 적립규모는 업계가 감내할 수준을 넘어섰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이번 PF채권 매각으로 3년이라는 시간을 벌게 됐다"면서 "3년 후라면 우리나라 경제 사이클이 회복기로 접어들고 있을 가능성이 높아 캠코에 매각했던 채권들도 정상채권으로 전환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다만 일각에선 정부에 등 떠밀려 정상 회수 가능한 PF채권까지 헐값에 매각했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업계는 지난 2008년 1조7000억 원 어치의 부실 PF채권을 캠코에 매각했을 당시에는 채권 원가의 90% 수준에서 매각가가 책정됐던 탓에 큰 불만이 없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채권원가의 74~80%의 가격에 PF채권을 캠코에 넘기게 돼 아쉬움이 큰 표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캠코에 넘긴 PF채권 가치가 하락할 경우 손실분에 대해 저축은행이 보전을 하고 3년 이후에는 이번에 매각한 채권을 되사올 계획이라 캠코 입장에서는 손해볼 게 없는 장사"라며 "매각 가격 협상에서 업계 입장이 좀 더 반영됐더라면 좋았을 뻔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업계는 건설사 구조조정 명단 발표와 맞물려 PF채권을 대거 매각한 만큼, 이번 기회를 저축은행에 대한 고객들의 인식을 재고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우선 업계는 대주주 증자 실시와 배당 제한 등으로 추가 건전성 제고 노력을 펼치는 한편, 당분간 신규 영업점을 설치하지 않기로 했다.

한 대형저축은행 임원은 "최근까지 지속된 과도한 자산불리기 경쟁은 앞으로 찾기 힘들 것 같다"면서 "업계는 향후 수년간 영업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는 한편 내실을 다지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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