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미션스쿨서도 종교자유 보장돼야"

머니투데이 배혜림 기자 | 2010.04.22 17:17

강의석 '학내 종교자유' 승소 취지 파기환송

종교단체가 설립한 사립학교에서도 학생의 '종교의 자유'가 보장돼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영란 대법관)는 21일 학내 종교자유를 요구하다 퇴학 처분을 받았던 강의석(24)씨가 학교법인 대광학원과 서울시교육청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 대한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대광학원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대광학원이 운영한 대광고의 수요예배 등 종교행사는 보편적 종교교육을 넘어서 특정 종교의 교리를 전파하는 행위"라며 "이에 참석하지 않은 학생에게 불이익을 준 것은 신앙을 갖고 있지 않았던 강씨의 기본권을 고려한 처사로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강씨가 당시 교사에게 불손한 태도를 취했다고 해도 학칙에서 정하는 퇴학처분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학교가 강씨에 대한 징계로 퇴학처분을 선택한 것은 징계권 남용에 해당한다"고 전했다.

반면 안대희·양창수·신영철 대법관은 반대의견에서 "보완책을 제시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종교교육을 강제한다면 위법하지만 대광고의 종교교육은 그렇지 않아 과실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견해를 밝혔다.

강씨는 학교법인 대광학원이 운영하는 기독교 고등학교에 다니던 2004년 "추첨을 통해 배정됐음에도 일방적인 종교 강요로 종교의 자유를 침해받았다"며 50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2007년 10월 "선교를 이유로 학생들이 평등하고 공정하게 누려야 할 교육권이나 학습권을 부당하게 침해해서는 안 된다"며 대광학원에 1500만원의 배상책임을 물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2008년 5월 "강씨의 자발적 의사가 존중되지 못했더라도 기독교 학교의 전통 등에 비춰 그것이 강씨의 행복추구권이나 신앙의 자유, 학습권을 침해한 위법행위로 볼 수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사립학교와 학생 사이에 종교의 자유 충돌할 경우 학교의 종교교육이 허용되는 한계를 명확히 하면서, 그 한계를 넘어설 경우 손해배상 책임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한 첫 번째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강씨는 이날 대법원 선고가 끝난 뒤 기자들을 만나 "당연한 판결이 나오는 데 5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렸다"며 "아직도 학생들이 종교의 자유 문제로 고통을 받고 있지만 학교는 방침을 바꿀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학내에서 종교자유의 권리를 포기하지 말아야 진정으로 자유로워질 수 있다"며 "'원수를 사랑하라'는 기독교의 가르침에 따라 손해배상금을 받으면 학교에 모두 돌려줄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그동안 학교에서의 기독교 교육을 부정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며 "학생들이 종교를 강요당하지 않고 선택할 권리를 보장해달라고 주장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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