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손을 너무 자주 씻는 아이

이서경 푸른 소아정신과 원장 | 2010.02.27 10:25

[이서경의 행복한 아이 프로젝트]

초등학교 5학년인 성주(가명)는 공부에 집중을 할 수 없다며 내원했다. 공부를 할 때 한 줄을 읽고 같은 문장을 또 읽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고 다시 읽지 않으면 뭔가 불길한 일이 생길 것 같아서 다시 읽게 되는 등의 증상으로 괴로워했다.

한 페이지를 읽는데 거의 한 시간이 걸릴 정도여서 공부하는데 지장이 많았다. 이 외에도 하루에 손을 수시로 씻어 피부가 거칠어질 정도였고, 공기로 감기 등이 전염될까봐 지나치게 신경을 쓰게 되어 외출도 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성주는 심한 강박증을 앓고 있었다. 면담만으로는 호전을 기대하기 어려울 정도로 심각해 약물치료를 하면서 강박증을 치료했다.

성주처럼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어떤 특정 생각이나 행동을 계속하게 됨으로써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하게 되는 경우는 강박장애를 의심해 볼 수 있다. 일상생활을 방해하지 않을 정도의 강박증상은 어느 정도는 정상적으로 누구나 가지고 있을 수 있다. 어린아이들도 놀이를 할 때 특정한 숫자에 집착한다거나 특정한 보도블록을 밟지 않고 걷는 등의 사소한 반복행동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일상생활이나 학업수행에 지장을 초래할 정도로 강박증상이 심해진다면 치료를 고려해 봐야 한다. 강박증이 호발하는 연령은 남아의 경우에는 9세, 여아의 경우에는 11세정도이다. 가족 내에 강박증이나 틱장애가 있는 경우에는 강박증이 빨리 생기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소아에게서 흔한 강박 증상으로는 세균에 오염될까 걱정해 반복적으로 손을 씻거나 피부가 상처날 정도로 목욕을 하거나 소변이나 침 등에 닿을까봐 지나치게 회피하는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있다. 숫자를 세거나 괜히 문을 여닫거나 책을 읽을 때 같은 곳을 반복해서 읽거나 하는 증상도 강박증상의 전형적인 증상이다. 그래서 방금 쓴 정답이나 과제물을 자꾸 확인해야 안심이 되는 경우도 흔히 볼 수 있다.


강박증은 특정한 행동을 하지 않더라도 머릿속에 반복적인 생각만 드는 경우도 해당이 된다. 예를 들어 끔찍한 일이 일어날 것 같은 것에 대한 쓸데없는 걱정, 자신이나 타인을 해칠지도 모른다는 걱정, 특정 단어나 소리가 머리에 떠올라 다른 생각을 못 하게 되는 경우다.

만약 이러한 증상이 하루에 1시간 이상 지속돼 정상적인 공부나 교우 관계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하면 반드시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강박장애 아동은 자신의 증상을 크게 불편해 하지 않거나 감추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부모가 우연히 발견해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 또 강박증상으로 인해 집중력이 떨어지거나 공부하는 시간을 쓸데없는 곳에 많이 빼앗기게 돼 학습 능력이 떨어지기도 한다.

대개 스트레스나 불안에 의해 생긴 일시적인 강박증상은 정신과적 면담을 통한 불안경감이나 긴장이완요법으로 자연스럽게 좋아질 수 있다. 그러나 증상이 심해 정상적인 공부나 교우 관계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하고 아동이 심한 불편감이나 정서적인 고통을 호소하는 경우라면 약물치료나 행동치료적인 접근을 함께 시행해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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