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김연아(20)는 강심장이었다. 여자 피겨스케이팅 쇼트프로그램 바로 앞 순서에서 아사다 마오가 무결점 연기로 높은 점수를 받았지만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앞선 연습에서 트리플 플립 점프를 실수했지만 김연아는 두려움을 떨쳐버린 듯 당당했다. 피겨를 예술로 승화시켜 최고의 연기를 보여줬고 78.50점으로 쇼트프로그램 세계 신기록을 달성했다.
#3. 기성세대들이 엄두도 못 내던 분야에 대한 새로운 도전도 이어졌다.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봅슬레이, 루지, 스켈레톤, 프리스타일 등 미지의 분야에도 도전자들이 하나둘씩 등장하기 시작했다. 참신한 것을 즐기기 때문이다. 봅슬레이 강광배(38) 선수는 한국판 '쿨러닝' 신화의 산 증인으로 불리기에 충분하다.
#4. 프리랜서 기자, 파워블로거, 방송인, 작가, 사업가. 얘기만 들어도 머리가 아픈 직업군이다. 한 사람이 이 모든 일들을 해낼 수 있을까. 사고방식이 다르다면 가능하다. 이여영(30)씨는 프리랜서로 각종매체에 글을 기고한다. 참신한 주제와 감각적인 문체는 그의 트레이드마크. 라디오에선 고정 코너를 진행하고, 20대를 위해 자기계발서도 출간했다. 지인들과 함께 막걸리 전문점도 열었다. 몸이 열개라도 부족하지 싶다. 그러나 웃는다. "왜? 즐거우니까!"
"마치 게임하듯 새로운 것에 도전한다. 패배해도 개의치 않는다. 내가 원한 건 도전이니까!"
'챌린조이(Challenge+Enjoy)' 세대가 등장했다. 쏟아져 나오듯 광범위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챌린조이들은 나이를 불문한다. 기성시대가 가지 않던 새로운 길을 도전하고 즐긴다. 이들의 도전은 한국 사회의 새로운 활력소로 떠오르기에 충분하다.
챌린조이들은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없다. 강요가 아니라 스스로 즐기기 때문에 성취도 남다르다. 이여영씨는 "세상에 부딪히며 살기로 마음먹은 이상 한 두 번의 시련은 압축 성장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김연아도 최근 펴낸 자서전에서 "자신감을 유지한다면 결과가 어떻든 나 스스로에게 실망하지 않고 후회할 일도 없지 않을까"라며 실패에 개의치 않는 모습을 보인다.
챌린조이 세대의 등장은 국민소득이 높아지고 사회·문화적으로 성숙도가 높아지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부유함이 자신감을 높인 결과다. 김병준 인하대 스포츠심리학 교수는 "챌린조이 세대는 기성세대와 달리 가족으로부터 물질·심리적 지원을 충분히 받았고, 이 같은 환경이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줄여 새로운 도전을 즐기게 만들었다"면서 "즐겁게 일에 매진하는 것이 좋은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물론 신세대의 발상이 좋은 형태로만 발현되는 것은 아니다. 지나치게 남을 의식하지 않는 태도는 최근 졸업식 알몸 소동과 같은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 하지만 신인류의 도전정신은 긍정적인 에너지를 응축, 미래를 주도하는 힘이 되기에 충분하다.
김귀옥 한성대 사회학과 교수는 "탈권위 부모 밑에서 자란 이들은 자기 의지에 따라 삶을 정하려는 경향이 강하다"면서 "이러한 자율성은 미래 사회 발전의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