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기 없다고 여자되나? 동형이종 인간

머니투데이 김태은 이슈팀장 | 2009.12.31 08:00

[김태은 기자의 룩&워치]

개가 꼬리를 흔드는 것은 반갑다는 의미다. 하지만 고양이에게는 불만의 표현이란다. 또 빳빳하게 수직으로 꼬리를 세운 개는 공격과 방어 태세이나, 이런 고양이라면 반가움과 기쁨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알려져 있다. 인간의 남녀 차가 이 쯤 될는지….

인터넷 게시판은 연애·부부관계 상담으로 가득하다. 서로 오해하면서 동시에 내 편을 들어달라고 호소하는 이들로 차고 넘친다. 심지어 남자와 여자는 다른 종(種)으로 봐야한다는 주장까지 나올 지경이다.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는 세계적 스테디셀러다. 남녀의 태생적 차이를 인정하고 이해하자는 취지에 공감하는 인류가 많다는 방증이다. 케이블채널 tvN ‘롤러코스터-남녀탐구생활’은 이러한 남녀 차이를 코믹하게 풀어내면서 하반기에 ‘대박’을 쳤다. 동성 편을 지켜보며 “맞아, 맞아, 그렇지”라고 공감한다. 이성 편을 두고는 “어머, 어머, 저렇구나”라며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된다.

2006년 2월부터 2년간 케이블채널 방송대학TV가 반복해 내보낸 ‘남과 여, 아는만큼 사랑한다’(원제 The War of the Sexes)도 흥미진진했다. 감성체계와 언어능력 등 남녀에게 여러 모로 생리적 차이가 생기는 원인을 탐구한 캐나다 다큐멘터리다. 남녀 소그룹을 모아 생물학적 차이를 실험하고, 과장된 분장의 남녀 배우가 등장해 실생활에 적용해 보인다. 예능 프로그램으로 응용하면 국내에서도 히트할 것 같다는 권유에 “얘기만 들어도 재밌다”고 귀를 쫑긋한 지상파PD도 있었다. 결국, 케이블채널이 선수를 쳤다.


이 다큐멘터리의 영향인지, 케이블채널 사이언스TV ‘러브 사이언스’도 남녀의 사랑을 과학적으로 분석하면서 연기자들로 드라마타이즈, 주목받았다. EBS ‘다큐프라임-아이의 사생활’도 남아와 여아를 실험해 남성적인 뇌와 여성적의 뇌를 구별하며 반향을 일으켰다.

“여자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시몬느 드 보부아르의 ‘제 2의 성’ 혁명 이후 1960년대부터 교육과 사회화가 남녀 차를 부른다는 인식이 널리 퍼졌다. 65년 쌍둥이 형제로 태어난 데이비드 라이머는 생후 8개월에 포경수술을 받던 중 성기에 큰 손상을 입고 여자아이로 성을 전환했다. 라이머는 한동안 교육·사회화에서 비롯된 남녀 차의 보기처럼 인용됐다. 그런데, 그는 계속 남자아이가 되려고 애썼다. 긴 고통 끝에 다시 남자로 살기로 결심했다.

21세기 들어 이 같은 '남녀동등’ 가설은 무너졌다. 남녀간 생물학적 차이를 다시 인정하기에 이르렀다. 물론 ‘남자는 이래야 한다, 여자는 이래야 한다’는 오랜 차별의 과거로 되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차이를 그저 ‘다름’ 정도로 수용할 만큼 여성의 파워는 커졌다. 남은 것은 하모니뿐이다. 남녀는 어떻게 조화를 이뤄야 하는가, 현 시점 사회에 던져진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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