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남' F4가 존경받지 못하는 이유

이해익 리즈경영컨설팅 대표컨설턴트 | 2009.12.31 12:10

[CEO에세이]'따뜻한' 경영의 본질

송구영신(送舊迎新). 헌 것을 보내고 새 것을 맞이한다. 이 말에는 어두움은 버리고 밝음을 찾으라는 경고도 숨어있다.

지난 2009년은 벽두부터 허무맹랑한 ‘꽃보다 남자’라는 TV드라마가 시청자들을 호렸다. 일본에서 1992년부터 10여년간 연재됐던 만화가 원전이다. 저자는 가미오 요코였다. 제목은 "금강산도 식후경"이란 뜻인 "꽃보다 경단"에서 따왔다.

한·중·일 세 나라에서 영상화되어 공전의 히트를 쳤다. 아키노 츠쿠시는 평범한 가정의 여중생이었다. 어머니의 허영심으로 명문 에어로쿠 학원에 입학한다. 그런 후 플라워4, 줄여서 F4로 불리는 재벌2세 꽃미남 청년들과 놀아난다. TV 시청률 30%를 넘기며 인기몰이를 했다. 여주인공처럼 신데렐라가 되어 달콤한 환상을 맛보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꽃 같은 재벌 2세는 존재하지 않는다. 현실은 참담하다. 지난 한 해에도 그랬다. 한국의 대표적 기업 오너의 후계자는 지난여름 별안간 이혼을 당했다. 이혼소송을 제기한 그의 전처 역시 내로라하는 재벌가의 딸이었다.

◇F4와의 환상은 달콤하지만 현실은 달라

그 동안의 은밀한 비극이 곪아터졌다는 상상을 불러일으키기에 족했다. 또 대통령 사돈기업의 2세들도 불법·편법 해외부동산 취득혐의로 검찰에 출입하면서 해를 넘기고 있다. 오너십 다툼으로 형제 오너들끼리 혈투를 벌이곤 했다. 자살도 있었다. 이런 일들은 결코 새삼스런 일들도 아니다. 이판에서는 '돈'이 가치관의 으뜸이었다. 이 같은 가치관이 청소년들에게도 전염병처럼 번졌다.

2009년 6월25일 한국 청소년 정책연구원의 발표를 보면 참담하기 짝이 없다. 2008년 11월과 12월에 걸쳐 한·중·일 청소년 2000명씩 총 600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다. 한국청소년들의 92.3%는 '돈'을 최우선 가치로 생각한다. 반면에 중국은 93.9%가 학력을 우선시했다.

"사는 사회가 공정한가?"에 대한 대답은 한국이 3.6%인 반면 중국은 22.3%, 일본은 10.9%였다. 전쟁이 나면 앞장서서 싸우겠다는 응답은 일본 41.1%, 중국 14.4%, 한국 10.2%인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으로 내빼겠다는 응답은 한국이 10.4%로 중국 2.3%, 일본 1.7%보다 월등히 높았다.


"불의는 참아도 불이익은 못 참는다"는 풍자가 한국의 요즘 세태를 대변하고 있다.

◇KT, 5000명은 없었어야 할 직원

이런 현실에서도 담대한 경영을 하는 기업이 있어 다행이다. 올 초 1월14일 취임한 공룡기업 KT의 이석채 회장은 윤리경영과 상생경영을 내걸었다. 서울고검 정성복 차장검사를 윤리경영실장으로 영입했다. 징계절차를 단순화하고 강화했다. 특히 금품이나 향응수수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대처했다.

12월28일에는 국내역사상 최대 규모인 5992명의 명퇴를 확정했다. 근무 년 수 15년 이상인 직원들의 특별 명퇴 신청을 받았다. 3만7000명 중 대상인원은 2만5000명이었다. 4명에 한 명 꼴로 이번에 신청했다. 명퇴신청이 인기를 모았다. 명퇴금이 만만찮았고 또 이 회장 취임이후 지속적인 조직혁신과정에서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던 직원들의 신청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1000명의 젊은 신입사원을 수혈할 예정이다.

그러고 보면 과거에 3만7000명에서 5000명은 없었어야할 직원이라 할 수 있다. 그만큼 건전치 못한 경영이 있어온 셈이다. 이 회장의 시원시원한 경영이 볼만하다. 아쉬운 것은 3년 임기가 너무 짧다는데 있다.

한국의 관료조직, 은행조직 특히 공기업들도 변했으면 좋겠다. 바자회를 개최하고 연탄을 나르고 양로원을 찾는 등 겉으로 유난을 떠는 것보다 KT같은 건전경영이 더 값지다. 그것이 진정으로 따뜻한 경영이기 때문이다. (한국CEO연구포럼 연구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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