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의 대구·경북 방문은 다목적 포석으로 이뤄졌다. 우선 세종시 수정에 따른 지역여론 수렴을 위해서다. 지난달 27일 '특별생방송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세종시 원안 건설 철회와 수정방침을 공식 천명한 후 충청뿐 아니라 전국의 의견을 수렴하기로 했는데, 첫 방문지로 TK를 택한 것이다.
그 배경에는 세종시 수정과 관련, 대구·경북이 희생양이 될 것이라는 반발을 고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세종시가 당초의 행정중심도시에서 과학비즈니스벨트로 성격이 바뀌면서 대구 첨단의료복합단지와 국가산업단지, 테크노폴리스 사업 등이 직격탄을 피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지역사회에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대구시의회가 결의문을 발표하는 등 분위기가 격앙되고 있다.
이를 의식한 듯 이 대통령은 경북도청에서 제3차 지역발전위원회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세종시 역차별 우려를 해소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요즘 많은 지역에서 그 지역의 사업이 딴 곳으로 가지 않나 걱정을 많이 하는데 저는 어디 가기로 했던 것을 다른 데 보내는 정책을 좋아하지 않는다. 지역이 계획하고 있는 혁신도시, 기업도시 사업을 신속히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대구에 첨단의료복합단지가 생기는데 미래 의료산업은 의료 자체에 의료관광산업까지 겹치면 굉장한 효과가 있어 끝없이 발전할 수 있다"고 격려했다. TK지역의 불안을 꼭 집어서 해명한 것이다.
대구시와 구미시, 경상남도와 부산시가 물 분쟁을 벌이는 등 영남권 전체가 물 부족 사태로 갈등을 겪고 있어 이날 기공식은 지역민의 큰 관심 속에 열렸다. 이 대통령으로서는 역점사업인 4대강 살리기에 대한 의지를 분명히 하면서 지지기반인 TK지역의 고심을 해결하는 효과를 거뒀다는 평가다.
이 대통령은 축사에서 "1000일 후 낙동강이 살아나면 갈수기, 홍수기에 상관없이 깨끗한 물을 쓸 수 있게 돼 물 부족으로 인한 갈등도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지역총생산이 최하위 권에 머물고 있는 대구시와 낙동강 내륙의 발전을 크게 앞당기고, 산업화 시대 경부 축의 영광이 선진화시대 낙동강의 영광으로 재탄생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기공식이 열린 달성군이 세종시 문제로 각을 세우고 있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지역구라는 점도 관심을 끌었다. 광주에서 열린 영산강 기공식 방문이 호남의 한복판에서 이 사업의 최대 반대세력인 민주당을 겨냥했다면 낙동강 기공식은 박 전 대표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의견이 청와대 안팎에서 제기됐다.
이날 행사장에는 허남식 부산시장, 김범일 대구시장, 김관용 경북도지사, 김태호 경남도지사 등 영남권 지방자치단체장과 지역구 의원들이 총출동했지만 박 전 대표는 다른 일정을 이유로 불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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