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지주 출범 한달, 기대반 우려반

머니투데이 정진우 기자 | 2009.11.28 10:59
# 산업은행 A지점 김 모 대리는 이달 초 지인들에게 'kdb 프리미어 정기예금' 가입을 권했다. 평소 별다른 영업을 하지 않았던 그는 '힘들게' 가족과 친구들을 통해 다섯 좌를 팔았다.

이 예금은 산은이 지난달 26일 산은금융지주 출범 기념으로 4.8%(1년제 기준)의 금리를 적용해 내놓은 상품이다. 한 달간 3350여억 원이 몰렸다.

시중은행보다 금리가 높았던 게 관심을 이끌어내긴 했지만 은행이 전사적으로 캠페인에 나선 덕도 봤다. 김 대리를 비롯 산은 직원들은 이를 통해 민영화를 실감했다.

이제 시중은행들처럼 '세일즈 전선'에 나섰다는 기분이 들어서다.

28일로 산은지주가 출범 한 달을 맞았다. 산은지주의 지분 전부를 정책금융공사가 갖고 있는 상태에서 발걸음을 뗀 터라 여전히 정부의 그림자가 짙다. 굵직한 매각 프로젝트를 매끄럽게 처리하지 못하다 보니 안팎이 시끄러운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지난 한달 간 과거 산은의 색깔을 벗어내려고 노력한 것은 평가받을 만 하다는 목소리도 많다.

◇글로벌 투자은행 본격 시동= 산은은 지주 출범과 동시에 수신 업무를 강조했다. 특판 예금을 통해 3000억 원 이상의 시중 자금을 끌어 모아 고무적인 분위기다.

국내외 은행 인수합병도 공식화했다. M&A 대상에 외환은행도 포함했다. '선언' 이상의 '행동'은 없었지만 은행권은 산은의 행보를 주목했다.

산은은 자회사간 시너지 창출 노력도 활발히 전개했다. 산은지주에는 산은 외에 대우증권 등 5개의 자회사가 있는데 산은과 대우증권이 가장 적극적이다.


산은은 IB업무와 퇴직연금파트 등 대우증권과 성격이 비슷하거나 중복되는 업무부문에서 시너지를 내기 위해 애쓰고 있다. 담당 팀별 회의와 협의를 통해 신상품 등 내년 초쯤 가시적인 효과를 낸다는 계획이다.

기업금융에 강점이 있는 산은과 리테일 영업을 잘하는 대우증권이 서로 필요한 부문을 채워가며 업무 매뉴얼을 새롭게 만들고 있다. 업무 시스템은 물론 인적교류도 활발하다. 각각의 강점을 살릴 수 있도록 팀장급 직원들 간 이동도 많다.

산은지주 관계자는 "지주 출범 이후 대우증권을 비롯해 자회사간 업무 공조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어 곧 업무상 성과가 나타날 것이다"며 "각 자회사간 강점을 토대로 지주의 역량을 강화해 나갈 예정이다"고 말했다.

◇산은, 대우건설 매각 문제로 '곤혹' = 산은은 이런 내부적인 분위기와 달리 대우건설 매각 문제로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당장 실체가 불분명한 사모펀드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것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매각주관사 업무를 철회한 것을 놓고도 마찬가지다.

매각주관사 역할을 포기하고 인수자측으로 돌아선 것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이 많다. 산은과 특정 인수후보 간 금융지원에 대한 암묵적 합의가 있을 것이라는 시나리오까지 나온다.

일각에선 산은의 인수 매각 능력 자체에 물음표를 달기도 한다. 산은이 맡은 업무 치고 제대로 해결된 게 없다는 이유다.

금융계 관계자는 "산은의 인수매각 능력에 문제가 있다는 얘기가 여기저기서 나온다"며 "그동안 대우조선해양과 동부메탈 매각 건 등 산은이 추진하는 건마다 실패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산은지주 출범 이후 첫 매각 작업이 또 실패로 돌아간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는데 앞으로 산은의 입지는 그만큼 줄어들 것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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