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기습 공격, 대한생명 인수단 이탈 조짐

더벨 문병선 기자, 민경문 기자 | 2009.11.18 08:40

시장 고려하지 않은 삼성...대생의 중복주관 금지 '부메랑'

더벨|이 기사는 11월17일(12:34)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예상치 못하던 상황에 대한생명이 긴장하고 있다. 삼성생명 상장 일정이 예상외로 발빠르게 가시화되자 이미 주관사로 선정된 국내외 투자은행(IB)들이 '대한생명 인수단'에서 이탈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17일 생보업계 및 증권업계에 따르면 대한생명 상장 주관사로 선정된 국내외 IB 가운데 대표 주관사인 대우증권과 JP모간증권을 제외한 나머지 IB가 고민에 빠졌다. 고민의 요지는 '더 큰 대어(삼성생명)'를 찾아 대한생명 주관 업무를 포기해야 할지다.

해당 IB는 외국계로는 크레디트스위스증권, 도이치증권이 있고 토종은 우리투자증권, 동양종금증권이다. 이들은 대한생명과 '타 생보사 상장주관 중복 금지' 약관을 내용으로 하는 주관사 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따라서 삼성생명 주관 업무를 맡게 될 경우 대한생명 주관사 계약은 파기되고 법적 문제도 발생하게 될 수 있어 조심스럽다. 하지만 이를 각오하고라도 삼성생명은 놓치기 아까운 대어로 받아들여진다.

삼성생명은 국내 IPO 역사상 최대 딜이다. 주관사에 참여한 것 만으로도 '트랙 레코드'를 얻을 수 있다. 대한생명 딜의 외국계 대표주관사로 꼽혔던 골드만삭스증권은 이를 눈치채고 미리 발을 뺐다.

일단 삼성생명은 입찰요청서(RFP)에 '다른 생보사 주관 업무를 맡은 IB도 선정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의미의 안내 문구를 넣어 문을 열어 두었다. 대한생명 주관사로 선정된 IB를 삼성생명 IPO 주관사 경쟁에서 받아주겠다는 뜻이다.

실제 동양종금증권 등에는 RFP를 발송했다. 대우증권이나 우리투자증권에는 RFP를 발송하지 않았다. 대표주관사인 대우증권은 눈돌리지 않고 대한생명 딜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방침이다.

우리투자증권의 경우 르노삼성 채권단에 속하는 서울보증보험의 최대주주가 예금보험공사라는 점이 걸림돌로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예금보험공사의 손자회사인 우리투자증권에 상장 주관사를 맡길 경우 삼성 측 정보가 채권단인 서울보증보험에 흘러들어갈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동양종금증권은 이미 20여년전 정부의 생보사 상장 촉진 방침에 따라 삼성생명과 상장 주관사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지금의 상황이 상당히 애매하다. 아직도 계약은 철회하지 않았지만 구속력을 인정하기엔 시간이 너무 흘렀다.

업계에서는 대한생명이 인수단에 포함된 일부 증권사의 '양다리'를 각오해야 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일부 IB가 대한생명 주관사 자격을 유지한 채 삼성생명 IPO 주관사 입찰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복 주관을 금지한 것이지 경쟁 입찰에까지 참여하지 못하게 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을 하고 있다.

증권사 관계자는 "공모 규모가 최대 7조원까지 예상되는 빅딜의 대표주관사 자리에 더 눈길이 갈 수밖에 없다"며 "되든 안되든 삼성생명 딜에 뛰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도 "삼성생명 주관사 선정 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며 "대한생명과 맺은 계약 내용과 저촉되는 부분은 없는지, 법률적 문제는 없는지 검토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대한생명 주관사단에 속한 외국계 증권사도 삼성생명에 관심을 드러내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선정 가능성이 높은 것은 아니지만 일단 입찰제안서를 제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한생명은 혹시나 인수단이 흔들리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한 증권사가 양쪽 모두 주관업무를 맡기는 힘들 전망이다. 삼성생명 딜을 맡기 위해선 대한생명을 포기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결국 중복 주관금지 규정을 내건 대한생명의 전략이 자충수가 될 수도 있다.

대한생명 관계자는 "예정대로 상장 일정을 추진하고 있고 주관사들이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타사의 상장 주관사로 최종 선정만 되지 않는다면 입찰 자체를 막을 계획은 없다"며 "설사 지원했다 떨어진다해도 이미 선정된 것에 대한 불이익 역시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빅딜이 복수로 나올 경우 상장 일정을 다르게 하는게 불문율"이라며 "하지만 삼성생명이 대한생명이나 시장의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채 거의 비슷한 일정을 발표하면서 IB 업계가 혼란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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