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상장 왜 서두르나

머니투데이 김성희 기자 2009.11.16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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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차 소송 관련 자금마련'설 지배적… 사측 "건전성 규제 강화 대비"

삼성생명이 내년 상반기를 목표로 상장을 추진한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그동안 상장과 관련 급하게 서두르지 않겠다는 말로 일관해왔던 삼성생명인 만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증권가에는 지난주부터 삼성생명 상장설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다 대한생명 상장주관사로 선정됐던 골드만삭스가 이를 포기하자 삼성생명 상장설이 다시 한번 힘을 받았다.



무엇보다 부동의 업계 리딩 컴퍼니인 삼성생명이 상장을 하게 될 경우 생보산업 뿐만 아니라 전체 금융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생명, 상장 왜 서두르나


◇삼성생명 갑작스런 상장추진 왜?= 삼성생명측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내년에 당장 상장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다 시장도 놀랄만큼 '깜짝쇼'를 펼친 것이다.



그 배경엔 삼성자동차 채권단이 삼성을 상대로 낸 부채 소송이 자리잡고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 소송은 현재 2심에서 조정 중인데 조정결과가 나오면 이건희 회장이 바로 부채를 갚아야 하는 상황이라 삼성생명 상장을 통해 그 자금을 마련하려 한다는 것이다.

서울보증보험 등 삼성차 채권단이 삼성생명 등 삼성계열사를 상대로 5조2034억원의 약정금을 달라는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1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판결을 내렸으나 양측이 모두 이에 불복, 항소한 상태다.

그러나 2심에서는 양 당사자간 조정을 결정했다. 16일 열린 첫번째 조정기일에 삼성과 채권단은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따라서 삼성생명이 내년 상반기라고 시기까지 못박은 채 상장을 서두르는 것은 이번 소송과 큰 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삼성생명은 "앞으로 자본 건전성 규제가 강화되고 국제회계기준이 도입되는데 대비하기 위해 자본을 확충키로 했다"며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는 차원에서도 상장을 추진하기로 한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생명 상장의 의미= 삼성생명은 생명보험업계 부동의 1위로 대단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 삼성생명의 상장을 남다르게 봐야 하는 이유다.

국내 생보사 중 최초로 상장에 성공한 동양생명은 투자자들이 보험에 대한 이해도가 낮아 제대로 된 가치평가를 받지 못한다고 토로한 바 있다.

따라서 최대 생보사인 삼성생명이 상장할 경우 보험업종이 제대로 된 가치평가를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동양생명은 삼성생명 상장 소식이 전해진 16일 500원이 올랐다. 그동안 100원씩 등락하다가 이날 갑자기 급상승한 것이다.

또한 상장을 계기로 삼성생명이 세계적인 회사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세계적인 보험사들은 모두 상장돼 있다. 2008년 포춘(Fortune)지가 선정한 글로벌 500위에 포함된 생보사는 총 27개사다. 그중에서 주식회사는 19개. 19개의 생보사 중 비상장사는 삼성생명이 유일하다.

따라서 삼성생명이 상장하면 투명성이 강화되고 해외보험사와 경쟁력도 높아져 글로벌 보험회사로 성장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삼성생명이라는 거물이 주식시장에 나오게 되면 증시도 술렁일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생명이 증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삼성생명이 상장 의지를 강하게 표현한 만큼 이변이 없는 한 내년 상반기 상장은 무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가지 변수는 내년 주식시장 상황이다. 주식시장이 좋지 않을 경우 상장을 서두르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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