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2.0]경제성장, 실업과 사망률

이진수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 2009.09.14 09:42
일반적으로 경제가 성장함에 따라 사망률은 감소하고 기대수명은 늘어난다. 예컨대 우리나라의 경우 출생 시 기대수명은 1960년 52.4세에 불과했지만 2006년에는 79.1세로 증가했다. 이는 경제성장 과정에서 전반적으로 사람들의 영양상태가 좋아졌을 뿐 아니라 의료혜택을 받을 기회도 늘어났기 때문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선진국의 경우 경제성장이 정체된 경우 오히려 사망률이 낮았다는 것이다. 예컨대 1978년부터 2004년까지 미국의 사망률을 살펴 본 연구(Miller, Page, Stevens, and Filipski, 2009, "Why are recessions good for your health?", American Economic Review)에 의하면 실업률이 높을수록 사망률이 낮았다. 이 연구에 의하면 2004년 미국의 사망자 수가 240만 명이었는데 실업률이 1% 더 높았다면 사망자수가 1만2000명 정도 줄어들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우리나라와 일본 등 소득수준이 상대적으로 높은 아시아 8개국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유사한 결과가 나타났다. '경기변동과 건강결과'(Lin, 2009, "Economic fluctuations and health outcome: a panel analysis of Asia-Pacific countries', Applied Economics)라는 연구에선 평균적으로 이들 국가의 실업률이 1% 상승할 경우 사망률은 1.4% 낮아졌다.

그러나 이러한 결과에도 불구하고 실업의 고통을 직접 경험하는 사람들에게는 실업이 육체적, 심리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상황과 근로자들의 육체적, 심리적 건강상태를 조사한 연구(Charles and DeCicca, 2008, "Local labor market fluctuations and health: Is there a connection and for whom?" Journal of Health Economics)에 의하면 경제상황이 좋지 않은 경우 실업가능성이 높은 근로자들의 비만도가 증가하고 정신 건강상태도 악화되는 경향을 보였다.

또 해고를 당한 근로자들의 사망률이 높아지고 기대수명이 낮아진다는 연구(Sullivan and von Wachter, 2009, "Job displacement and mortality: An analysis using administration data", Quarterly Journal of Economics)도 나왔다. 이 연구에서는 미국 펜실페니아주에서 1980년을 전후하여 대량 해고를 경험한 근로자들과 그렇지 않은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해고 이후 두 그룹의 사망률을 비교했다. 해고를 경험하지 않은 근로자들의 경우 1987년부터 1993년까지 사망률은 1000명당 3.7명이었던 반면 해고를 경험한 근로자들의 사망률은 1000명당 5.2명으로 사망률이 40%나 높았다.


이처럼 사망이 증가해 그룹 간 기대수명에도 차이가 나타났다. 45세의 근로자의 경우 해고를 경험하지 않았다면 기대수명이 77세인 반면 해고를 경험했다면 기대수명이 75.6세로 1.4년이나 감소하는 것이다.

이 연구에선 해고를 경험한 근로자들의 사망률이 상승하고 기대수명이 감소하는 주된 이유로 해고 후 소득이 감소하고 소득의 변동성도 증가한 것을 들고 있다. 해고 이전에는 두 그룹의 근로자들 간에 소득 격차가 없었으나 해고 이후 약 10년간 소득을 비교한 결과 해고를 경험한 근로자들은 추후 취업을 하더라도 해고를 경험하지 않은 근로자들에 비해 소득이 매우 낮고 그 변동성 또한 큰 것이란 분석이다.

이러한 연구결과들을 종합적으로 볼 때 경제성장의 둔화가 사회전체의 후생수준에 반드시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지만, 그 부정적인 영향은 실업을 경험하는 사람들에게 집중적으로 나타난다고 할 수 있다. 특히 그 부정적인 영향이 실업 이후 소득 감소와 변동성 증가에 주로 기인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를 완화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 고려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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