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부할 수 없는 E형여자의 매력

머니투데이 이경숙 기자 | 2009.08.06 13:00

[녹색가계부를 씁시다<4-1>]나의 건강과 지구의 건강을 살리는 에코걸,에코우먼들

편집자주 | 비싼 친환경상품을 많이 사야 녹색소비자? 아니다. 석유문명 속에선 재화를 알뜰살뜰 아껴쓰고, 아낀 돈으로 친환경적으로 사는 사람이 진정한 녹색소비자다. 머니투데이는 지식경제부 에너지관리공단 탄소캐쉬백 이로운몰 에듀머니와 함께 '녹색가계부' 캠페인을 시작한다. 이 캠페인은 알뜰한 녹색소비 고수들의 노하우를 전한다.

↑에코스쿨 참여자 김윤미 씨(가운데)가 다른 참여자들에게 요가를 지도하고 있다.ⓒ여성환경연대

이건 기자가 만든 농담이다. 여자 4명이 식당에 갔다. 호기심 많은 O형, 메뉴판 잡고는 '이것저것 다 먹어보자' 한다. 활기찬 B형, 그 음식 다 시킨다. 완벽주의자 A형, 예산 걱정한다. 결국 음식이 남았다. 한 여자가 말한다. "남은 거 싸주세요. 봉투는 됐어요. 가방에 넣어갈게요." 이 여자는 E형 여자, 에코우먼(Eco-Woman)이다.

E형 여자들이 늘고 있다. 여성환경연대(www.ecofem.or.kr)가 7월 중순부터 9월 중순까지 여는 에코스쿨엔 국내의 E형 여자들이 몰려들었다. 특히 지난 17일 열린 2030에코스쿨은 홈페이지 공지 하루만에 정원이 초과해 회비 입금 순서대로 30명만 접수 받아야 했다.

강희영 여성환경연대 시민참여국장은 "예전엔 아이들 아토피나 웰빙 때문에 3040 주부들이 환경단체에 많이 참여했는데 지난해 광우병 소고기 파동, 올해 '대한민국 화장품의 비밀' 출간 이후 비혼ㆍ미혼 여성들의 참여도 늘고 있다"고 전했다.

◇'자연과 나는 하나'...건강을 추구하는 E형여자='E형 여자'는 여성환경연대가 올해 '에코스쿨'을 기획하면서 만든 말이다. 생활 속에서 온실가스과 유해화학물질을 줄이는 데에 앞장서는 여자들을 뜻한다. 1318세대엔 에코걸, 2030세대엔 에코우먼, 3040세대엔 에코맘이 있다.

인천에 사는 여고생 김현영양(18)는 포털사이트에서 '환경 캠프'를 검색해 에코스쿨 캠프를 찾아낸 적극적 에코걸이다. 지난해엔 녹색연합 회원으로 가입했다. '사람들로 인해 푸른 지구가 점점 더러워지고 있는 모습을 본 것'이 계기였다.
↑김현영 양이 에코센터에서
천연염색, 베개 만들기를 배우고
있다.ⓒ여성환경연대


"전 절대 비닐백을 안 쓰고 에코백을 써요. 쓰레기를 버릴 때도 꼭 분리수거를 하고요. 쓰지 않는 가전제품은 플러그를 뽑고, 빈 방은 불을 끄고, 컴퓨터는 절전모드로 놔요. 환경을 지키는 첫 번째 일은 절약으로부터 시작되니까요."

모 카드회사에 다니던 김윤미씨(29)는 지난해 파주시 법흥리 카페 '여기에서 커필 마셔요!!'를 열었다. '아름다운커피' '아름다운홍차' 등 유기농 공정무역 커피와 차를 파는 슬로 카페다.

이곳에서 뭘 먹기 위해선 좀 기다려야 한다. 주문이 들어오면 주인장은 유기농 커피를 핸드그라인더로 갈아 핸드드립으로 내린다. 찬장에서 밀가루를 꺼내 핫케이크 반죽을 만든다. 음식을 미리 만들어두는 법이 없다.

대기업에 다니던 그는 '내가 좋아서 하는 일, 남에게도 권해줄 수 있는 일'을 찾다가 요가 강사를 하게 됐다. '뭔가 집중해서 할 수 있는 일'을 찾다가 핸드드립커피를 만났다.

"요가의 어원은 '유즈' 즉 '하나'라는 말이에요. 나 또한 자연과 하나라는 뜻이지요. 요가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친환경적인 삶을 살게 되었어요. 핸드드립하면서 유기농 커피와 차를 알게 된 후엔 더 많은 사람들한테 소개하고 싶어 카페를 열었죠."


E형 여자들은 '위기에 빠진 지구를 지키자'고 떠들고 다니는 스타일은 아니다. 그보다는 말없이 전깃불을 끄고 쓰레기를 줄인다. 화장품, 식품은 성분 표시를 읽어본 후 내 몸과 지구의 건강에 이로운 제품만 골라 산다. 자연을 벗 삼아 산책한다.

강희영 국장은 "지구 온난화가 심각하다고 전문가들이 많이 얘기하지만 생활인에겐 그게 직접적으로 와닿지는 않는다"며 "대개의 여자들은 생리통, 피부 트러블, 아토피 같은 내 몸의 건강을 고민하다가 지구의 건강까지 챙기게 된다"고 전했다.

↑면생리대 사용설명을 듣는
에코스쿨 참여자들.
ⓒ여성환경연대
◇생태의 Eco는 경제의 Eco=E형 여자들의 특징 또 하나는 알뜰하다는 점. 이로운몰 MD팀장 강혜용씨(33)는 천연화장품을 사되 화장수, 크림 딱 2가지만 바른다. 두 번 읽을 것 같지 않은 책은 동네도서관에서 빌려본다. 택시 타는 일은 거의 없다. 미리 대중교통 이동시간을 잘 계산하고 출발하는 덕분이다.

여고생 김현영양은 대중교통 이용조차 줄였다. 가까운 거리는 걸어간다. 유행이 지난 옷은 리폼해서 다시 입는다. 한 면만 쓴 용지는 뒷면을 재사용한다. 그는 "지출이 줄어드니 용돈을 모을 수 있어 아주 좋다"고 자랑했다.

카페 주인 김윤미씨는 세제를 쓰지 않는다. 기름기 묻은 식기는 밀가루로 닦는다. 찌든 때가 낀 스텐레스 용기는 레몬껍데기를 띄운 냄비에 넣어 중탕해 반짝반짝 윤을 낸다. 냉동실엔 얼음만 넣는다. 음식은 먹을 만큼 바로바로 만들기 때문에 냉장고, 냉동실에 보관할 것이 별로 없다.

'생태적(ecological)인 삶은 경제적(economical)'이라고 이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김윤미 씨는 "필요 이상 추구하지 않으니 쓸 데 없이 나가는 돈이 적어졌다"며 "아낀 돈으로는 내게 값진 것, 내게 꼭 필요한 것을 사게 됐다"고 말했다.

"경제 활동을 하다 보면 돈의 가치가 정말 크다는 게 느껴져요. 전 돈을 어떻게 축적할까보다 어떻게 쓸까를 고민했어요. 그러니 삶에서 어떤 걸 누리고 싶어 하는지 알게 되더군요. 적게 소비해 내가 추구하는 삶을 누릴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돈의 가치를 높이는 일 아닐까요?"

'에너지는 돈' 내가 아낀 돈은 얼마?

↑지난 29일 열린 '1318에코걸스쿨'에 참여한 학생들이 스스로 정한 에코초록헌장을 발표하고 있다. ⓒ여성환경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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