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죽음 후 정치인 최대 과제는 진정성

머니투데이 이승제 기자 | 2009.06.05 11:18

[이기자의 '정치야 놀자']

편집자주 | 마흔이 넘어 서여의도를 밟았습니다. '경제'로 가득 채워진 머리 속에 새로운 공간을 마련하려 합니다. 정치…. 멀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두리번거리겠습니다. 좌충우돌하겠습니다. 정치를 먼 나라 얘기가 아닌, 우리 삶 속에서 숨쉬는 얘깃거리로 다뤄보겠습니다. 정치를 가장 가까운 이웃으로 데려 오겠습니다.

#오래된 라디오에서 낡은 소리가 들려오고 말라죽은 나무 같은 피부를 지닌 할아버지가 등장한다. 잘못 맞은 침으로 왼쪽다리의 힘줄은 없어진지 오래. 그 만큼이나 늙은 소가 리어카를 끈다. 그 옆에서 행복한 미소를 짓는 할머니.

'워낭소리'는 주변 예상을 깨고 대박을 터뜨렸다. 할아버지와 할머니 그리고 소는 노동 속에서 사랑과 우정으로 끈끈하게 연결돼 있다. 그렁그렁 눈물을 흘리며 마지막 숨을 몰아쉬는 소 옆에서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삶도 잦아들어간다. 이 영화는 삶의 한 측면을 꾸밈없이 담아냈다. 삶의 '진정성(眞正性)'을 형상화한 명작의 반열에 올랐다.

#에르네스토 체 게바라는 영원한 청년이다. 사회주의권은 물론 자본주의권에서도 '영웅'으로 칭송받는다. 매년 그에 대한 책이 전세계에서 끊임없이 쏟아져 나와 인기를 누린다.

아르헨티나 태생인 체 게바라는 가장 낭만적인 혁명가로 평가받는다. 그는 아이들을 사랑했고 노인을 공경할 줄 알았다.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적이라 하더라도 절대 살상을 하지 못하게 했다. 사람에 대한 애정과 존경, 그가 혁명전사로 나서게 된 이유다.

타고난 낙천성과 유머는 그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총알이 빗발치는 중에도 그는 버젓이 농담을 내던져 동료들을 웃게 만들었다. 극한의 한계와 두려움을 날려보내는 역설의 자세다. 그는 늘 최전방에서 싸웠고 가장 마지막에 후퇴했다.

그는 쿠바혁명이 성공한 뒤 2인자로 우뚝 섰던 그는 불현듯 또 다른 혁명을 찾아 아프리카 콩고로 떠났고 결국 볼리비아에서 장렬한 최후를 맞이한다.

그가 남긴 사진들을 보면 생동감이 넘친다. 한번 발작하면 죽음처럼 괴로웠던 천식을 지닌 사람이라고 믿기 힘들다. 어린아이들 옆에서 활짝 피어난 미소, 혁명동지들과 개구쟁이처럼 뛰노는 모습, 시거를 물고 책을 읽고 있는 귀공자…. 고통스런 혁명의 길에서 찍힌 사진들은 로맨틱영화 속 장면처럼 아름답다. 그 속에 체 게바라의 진정성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바보 노무현', '노간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에 대해 나온 역설적인 표현이다.


노간지가 인기다. 천진난만하게 때론 짓궂게 아이들과 장난치는 모습, 손녀와 더불어 행복한 미소를 띄운 얼굴, 이웃집 할아버지처럼 꾸밈없이 소탈한 행동들….

모든 정치인은 "나의 진정성을 알아달라"고 외친다. 진정성은 참되고 애뜻한 정이나 마음을 뜻한다. 북한에 '진정에는 바위돌도 녹는다'는 속담이 있다. '정성이 지극하면 돌 위에도 풀이 난다'는 뜻과 통한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그의 개인적인 비리보다는 그의 마음과 꿈을 보자는 공감대가 형성됐고 추모행렬로 이어졌다.

그를 사랑했던 많은 사람들이 개인비리를 이유로 등 돌린 배경에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믿었던 만큼 배신감이 컸고, 그래서 그를 버려야 했다. 사랑이 엎어지면 증오가 된다. 역으로 '죽음'이란 낯선 단어와 함께 그의 진정성에 대한 재조명이 이뤄지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진정성' 확보는 정치인의 최대 과제이자 목표가 될 전망이다. 경직된 진정성이 아닌 소탈한 진정성, 낡은 테이프처럼 따분한 진정성이 아닌 삶이 녹아든 싱그러운 진정성….

하지만 죽음을 통해서만 진정성을 확인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고 바로 이 때문에 그토록 많은 국민들이 추모행렬에 몸을 실었던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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