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득 2선 후퇴…이재오 나서나

심재현 기자 | 2009.06.03 15:31

'형님 퇴진' 선제 대응 분석도…이재오계 배후론 '펄쩍'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이 '정치 2선 후퇴'를 선언했다. 이 의원은 3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중진 연석회의에서 "앞으로 정치 현안에서 멀찌감치 물러나 경제·자원·외교에 전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또 "대통령 친인척으로 국민에게 심려를 끼치는 일은 절대 없도록 최선의 노력을 하겠다"고 덧붙였다.

정치권 안팎에선 "올 게 왔다"는 분위기다. 들끓는 민심과 당심을 수습하지 않고서는 해법이 없다는 여권 핵심부의 결단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의원은 지난 4.29 재·보선 패배로 책임론에 휘말리며 이미 한차례 지도력에 상처를 입었다. 측근인 정종복 전 의원을 경북 경주 후보로 내세웠으나 무소속으로 출마한 친박(친 박근혜) 정수성 후보에게 패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지난달 중순에 있었던 한나라당의 원내대표 경선에서는 출마를 고사하던 친박 최경환 의원을 설득해 황우여 의원과 조를 이루도록 '보이지 않는 손' 노릇을 했다는 억측에도 휘말렸다. 이 의원은 "개입한 적 없다"고 극구 부인했지만 당내 여론은 부정적이었다. 설상가상으로 황우여-최경환 조는 경선에서 패했다. 이 의원이 개입했든 안했든 모양새마저 우습게 됐다. 이런 와중에 당 쇄신론이 강하게 제기됐고 일부 소장파 의원들이 전면 쇄신을 주장하며 이 의원의 용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한나라당 한 당직자는 이 의원의 일선 후퇴 표명과 관련, "이대로 떠밀려 나가기보다 먼저 치고 나가 사태를 수습하는 모양을 취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의원이 이날 최고위원·중진연석회의에서 정치 현안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표명하며 아쉬움을 밝힌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 의원은 "대통령 친인척으로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 노력해왔지만 이런저런 얘기가 많은 것을 알고 있다", "개인이 부덕한 소치라고 생각하지만 근거 없는 얘기도 많다"며 서운함도 털어 놓았다. 물러서겠다는 결단을 내리긴 했지만 이른바 '상왕정치', '실세 개입' 등의 논란에 억울함도 있다는 얘기다.


이 의원의 거취는 청와대로서도 그간 신중하게 고민하던 문제다. 청와대에서 한 때 이 의원을 정부 특사 자격으로 해외에 체류토록 하는 방안을 검토했다는 얘기도 있었다. 이 때문에 이 의원의 이번 결단에는 이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소장파, 쇄신특위 등 아래에서 당 저변에서 치고 올라오는 변화의 요구에 상층부의 대응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신호탄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한편으로 이 의원의 후퇴는 이재오 전 한나라당 의원의 부상과도 맞물린다. 당장 이 의원의 2선 후퇴를 놓고 이 전 의원이 움직인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로 재·보선 이후 '형님 리더십'이 흔들리면서 이 전 의원의 측근들이 전면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물론이고 지난 1일 사무총장과 여의도 연구소장에 각각 임명된 장광근·진수희 의원도 '이재오계'로 분류된다. 당 쇄신 목소리를 높이는 수도권 소장파 그룹과 당 쇄신특위 일부 위원들도 이 전 최고위원을 중심으로 묶인다.

이 전 의원은 이 같은 '배후론'을 강하게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의원의 한 측근은 "이 전 의원이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이 전 의원은 또 "당의 일은 당에서 알아서 할 일"이라며 "당분간 강의에만 전념한다는 기존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 전 의원은 현재 중앙대학교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이 전 의원과 가까운 의원들 사이에선 "이번 일은 민심과 당심의 교감 속에 이뤄졌을 뿐 정치적 이해관계로 봐서는 안 된다"는 말이 나온다. 이 전 의원이 전면이 나서기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조심스러움이 묻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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