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전 대통령, 경제정책을 돌아본다

머니투데이 이학렬 기자 | 2009.05.25 10:35
-인위적인 부양책 없고 FTA 등 미래대비 '긍정적'
-집값 급등·양극화 심화 '실패작'


노무현 전 대통령은 '전공'이나 마찬가지인 정치 영역을 중심으로 주로 평가 받는다. 하지만 경제 분야에 남긴 공과 역시 만만치 않다.

고인이 이끌었던 참여정부 5년의 경제 성적표는 지표상 나쁘지 않다. 1인당 국민소득은 고인의 재임 중 처음으로 2만달러를 넘어섰고 종합주가지수는 한때 2000을 웃돌기도 했다.

구체적인 경제정책 방향을 살펴보면 숱한 유혹에도 불구하고 인위적인 경기부양책을 사용하지 않은 점은 높은 평가를 받는다. 당장 먹기 살기 어렵다고 아우성치는 서민들과 정치권 압력에도 '모르핀 처방'보다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으려 노력했다.

지지세력과 갈등을 겪으면서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추진해 타결지은 것 역시 후한 점수를 받는다. 미국 외에도 유럽연합(EU), 캐나다 등과 동시다발적 FTA를 추진하는 등 적극적인 개방정책을 통해 10년 후를 대비했다는 평가다.

다만 한미FTA 협상을 타결지어 놓고 국회 비준을 받지 못해 미완의 성공으로 남겨 놓은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

참여정부의 간판으로 꼽히는 균형발전 정책도 지방의 열렬한 호응을 얻었으나 수도권을 중심으로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았다. 지방 경제를 살리기 위한 취지는 좋았으나 서울의 행정관청과 수도권의 공기업 본사를 '나눠갖기'식으로 지방에 배분하는 것이 옳은 방향이냐에 대해선 논란이 많았다.

무엇보다도 결정적으로 고인의 발목을 잡았던 것은 부동산이었다. 참여정부는 부동산 투기를 잡기 위해 '반 시장적'이라는 비난을 감수해가면서 무수한 대책을 쏟아냈지만 치솟는 부동산 가격을 잡는데 실패했다.


집값 급등은 서민들의 평생 꿈인 '내 집 마련'을 물거품으로 만들며 국민들의 허탈감을 키웠고 이는 민심 이반으로 연결됐다.

참여정부 내내 주식시장은 강세를 보였으나 주가 상승의 과실도 고인의 지지층인 서민들의 몫은 아니었다. '동반 성장'의 구호를 내걸고 복지정책을 강화했지만 서민들의 삶은 더욱 어려워졌고 양극화는 심화됐다.

이 결과 소득 불균형을 측정하는 지니계수는 가처분소득을 기준으로 2003년 0.288에서 2007년 0.302로 높아졌다. 상위 20% 계층의 소득을 하위 20% 계층의 소득으로 나눈 값인 소득 5분위 배율도 2003년 4.8배에서 2007년 5.18배로 확대됐다.

이런 점이 부각되면서 '경포대'(경제를 포기한 대통령)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질 정도로 경제에 실패한 대통령으로 낙인 찍히며 '경제 대통령'을 표방한 한나라당의 이명박 대통령에게 정권을 넘겨주게 됐다.

하지만 참여정부 때 만든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금융 수단을 동원한 부동산 규제책은 역설적으로 이명박 정부가 글로벌 경제위기를 헤처나가는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

한국에서 미국과 같은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가 발생하지 않은 것은 LTV와 DTI 등 금융규제 덕분이라는데 이론의 여지가 없다.

정부 관계자는 "참여정부의 경제정책은 지금 당장보다는 향후에 높은 재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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