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메일도 불안…사이버 망명 '러시'

머니투데이 장웅조 기자 | 2009.04.27 11:58

게시판 이어 이메일도 외국 서버 선호…국내업체 피해 예상

"무려 7년치 이메일을 통째로 가져갔다고 하잖아요. 상황이 이런데 어떻게 국내 메일을 계속 쓰겠어요?"

모 방송국의 A 기자는 최근 구글의 지메일(gmail)로 개인 이메일 계정을 옮겼다. MBC 'PD수첩'의 PD와 작가들의 이메일을 검찰이 압수수색하는 광경을 지켜보게 되자, 언젠가 자신이 다음 차례가 될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증권사 애널리스트 B씨도 지인들에게 앞으로는 자신의 마이크로소프트 핫메일(hotmail) 계정으로 메일을 보내달라는 전자우편을 발송했다. 이전에는 아이디만 만들어 놓은 계정이었지만 앞으로는 이 메일을 이용할 계획이다. 검찰이 주경복 전 서울시교육감 후보의 선거법 위반수사를 빌미로 길게는 7년치에 이르는 이메일을 압수해 갔다는 뉴스를 보고 충격을 받은 그는, 국내 업체의 메일 서비스를 더는 믿을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검찰이 개인 이메일에 대한 '무차별적' 수색을 연이어 벌이자, NHN이나다음 등의 국내업체보다 개인정보 보호가 철저한 외국업체의 이메일 서비스로 계정을 옮기는 네티즌이 늘고 있다. 정부가 댓글 사용자를 찾아내 처벌하기 시작하자 외국에 서버를 둔 게시판을 이용하는 네티즌이 늘어났던 게시판 중심의 '사이버 망명' 현상이 이제는 이메일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가입시 주민등록번호와 실명 등의 입력을 의무화한 국내 이메일 서비스와는 달리, 외국 이메일들은 그같은 개인정보를 요구하지 않는다. 게다가 국내 업체들은 검찰이나 경찰 등의 수사기관의 자료요청에 대해 거의 '무방비 상태'나 다름없지만, 외국업체들은 이를 거부할 수 있는 법적인 권리가 있다. 메일 서버가 외국에 있어 국내법의 적용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외국업체들은 국내업체에 대한 '경쟁력'이 될 수도 있는 이 법적 지위를 포기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예컨대 구글은 22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지메일은 서버가 외국에 있으며, 사용자 측면에서도 한국이 아니라 전세계인을 겨냥해 만든 서비스"라며 "어느 나라의 기준으로 보기에도 문제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에만 수사에 협조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쉽게 말해, 논란의 여지가 있는 경우에는 사용자의 정보를 공개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같은 태도는 사용자들의 환영까지 이끌어내고 있다. 블로거 '로오나'는 "이번 기자회견으로 구글에 대한 호감도가 급상승했다"며 "멋있는 구글에 박수를 보낸다"라고 말했다.

한 포털 관계자는 "인터넷에 대한 과잉 규제 때문에 국내 이용자와 업체 모두가 피해를 보고 있는 상황"이라며 "국적에 따라 규제 적용 여부가 달라지면 형평성에 문제가 생기며, 장기적으로 외국업체에 대한 국내 인터넷 시장 잠식이란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입법조사처 역시 13일 "사이버 망명이 촉발될 경우 검색과 이메일 등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국내 인터넷 포털 업체에는 큰 타격이 갈 수도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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