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네티즌 사이버 망명 속출

머니투데이 장웅조 기자 2009.04.2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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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네티즌 사이버 망명 속출


"인터넷에서 비판은 생각조차 말라는 분위기 같아요."

불법 복제물이 게재된 인터넷 게시판을 정지시킬 수 있는 권한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부여한 저작권법 개정안이 통과된 후 어느 인터넷업체 관계자의 하소연이다.

현행법상 단순히 신문기사를 '펌질'하는 것도 불법인데, 이번에 개정된 저작권법은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어느 게시판이든 닫아버릴 수 있어 개정안을 둘러싼 반발이 적지않았다. 어쨌거나 법이 통과됐으니 포털을 비롯한 인터넷업체들은 자체 '모니터링'을 강화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저작권법뿐만 아니라 인터넷 실명제, 통신비밀보호법, 정보통신망법 등 정부가 추진하는 각종 인터넷 규제법에 대한 우려는 국가기관들조차 여러 차례 표명한 바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나 국가인권위원회는 개정추진되는 법률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뿐만 아니라 국내 인터넷 사업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얼마전 구글은 자사의 유튜브 사이트에서 국가설정을 '한국'으로 하면 댓글이나 동영상을 올리지 못하게 막아버렸다.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인터넷 게시판 본인확인제를 피하기 위해 일종의 편법을 사용한 셈이다. 그러나 구글의 결정은 적잖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정부는 구글에 대해 '눈가리고 아웅'이라며 유감을 표명했고, 구글은 "우리는 법을 어긴 것이 아니다"고 맞서고 있다.



인터넷은 국경이 없다. 따라서 정부가 추진하는 인터넷 규제법은 국내 포털만 규제할 수 있을 뿐, 구글처럼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는 해외포털들에게 무용지물이다. 인터넷 게시판 본인확인제 확대 시행이후 수많은 네티즌들이 사이버 망명을 잇따르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표현의 자유'가 보장된 공간을 찾아 국내 포털 사이트를 이탈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 인터넷업체들이 염려하는 것도 바로 이런 점 때문이다. 사이버 망명이 늘어날수록 국내 인터넷 산업이 위축된다. 나아가 '국가브랜드'마저 실추시킬 우려가 있다. 우리나라는 전세계에서 '인터넷 강국'으로 통한다. 인터넷 규제를 피해 사이버 망명자가 줄을 잇는다고 외신에 보도된다면 우리나라 국가 이미지는 큰 타격을 입는다. 얼마전 국민체육진흥공단에서 WBC 준우승이 가져다준 경제효과가 약 8395억원이라고 추산했다. 문득 궁금해진다. 인터넷 강국이 하루아침에 '인터넷 규제강국'으로 이미지가 실추됐을 때 우리의 국가브랜드 손실액은 얼마가 될 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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