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가 恨류 되지 않도록

황인선 KT&G 북서울본부 영업부장 | 2009.02.10 12:03

[마케팅 톡톡]기술과 문화가 조화를 이뤄야

개혁군주 세종께서 '밥은 백성의 하늘'이라 했습니다. 우리는 두 종류의 밥을 먹고 삽니다. 위로 먹는 밥(胃食)과 가슴으로 먹는 밥(心食).

우리 胃食문화 어떤가요? 버려지는 음식들을 보면 죄스러운 마음이 듭니다. 산과 계곡 깊은 식당까지 사람과 차가 들끓고 주말마다 몰리는 외식집, 문화의 거리라고 가보면 외식의 거리인지 분간이 안가고 등산 잘 하고는 내려와서 술과 고기.

胃大心小! 직장인들은 지방간이 기본. 잘 먹는데 돈쓰고 살 빼는데 돈 쓰고... 위식산업은 해마다 불가사리처럼 팽창합니다.

◇2개의 동심원- 문화와 기술

문화계가 잔뜩 얼었답니다. 영화, 음반, 드라마 시장도 마찬가지고. 그러다 보니 사실은 희화되고 진실은 쾌락에 혼을 임대한 막장 드라마, 저비용 고자극영화, 저비용 개그, 스타의 인기에만 기대는 프로가 양산됩니다. 지금은 서바이벌을 위해선 모든 게 용서되니까요.

그래도 전자, 자동차, 건설과 함께 자랑스러운 또 하나의 코리아 브랜드- 한류를 만든 그 혼들이 얼고 있다니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스타와 대자본의 독식, 흥행위주, 정체성 등 질타도 많았던 한류지만 5000년 역사 중에 이만한 문화 팽창은 없었다는 걸 놓치면 우리는 정말 후대에 후회할 겁니다.

앞으로 2∼3년이 고비입니다. 이 문화 한파에 얼마나 많은 인재들이 떠날지, 그들을 다시 키우고 부르려면 또 얼마나 세월을 보내야 할지. 韓류가 恨류 되는 건 아닌지.

우리나라에서 영화나 대중음악을 뺀 문화 소비층이 150만 정도라는데 그나마 그들 중 싱글, 골드미스, 에듀 맘이 60∼70%입니다. 핵심 아저씨들은 명퇴스트레스에 시달리고 그나마 여유가 나도 '때려- 인생 뭐있어?' 위식에 매달려 마음의 허기를 달래거나 골프, 위식여행, 재테크만 찾는데 위기의 순간마다 보여줬던 '대한민국 아줌마의 힘'처럼 이제는 핵심 아저씨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시기입니다.

영화 한편 봐주고 공연 한번 가족과 보러가고 부서회식을 전시회관람으로 대체하고 체육대회를 지역축제 참관으로 대체하면 너도 좋고 나도 좋은 상생의 심식문화가 만들어질 겁니다.


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문화소비지수 1위인 영국은 GDP의 7∼8%를 문화소비에 쓴답니다. 거기서 셰익스피어와 비틀즈, 해리포터, 런던의 신명물 테이트 모던이 나옵니다. 영국 정부가 문화에 투자하는 돈은 0.6%라니 영국의 문화는 민간의 힘이 지탱합니다.

제레미 리프킨이 '유러피안 드림'에서 영국의 18세기에 있었던 '그랜드투어' 시기를 말하는데 문화적 섬나라였던 영국은 귀족 자제들이 바리바리 돈 가방 싸들고 프랑스, 이탈리아로 가서 배운 문화를 바탕으로 일대 문화강국으로 변모를 하면서 지금도 그 계보를 잇고 있다는 거죠.

호수에 하나의 큰 동심원보다 1개의 작은 동심원이 서로 물결을 치면 그 파장이 오래간답니다. 기술과 문화는 사회의 물결을 만드는 2개의 동심원입니다. 영국은 문화의 높고 깊은 감성이 사회의 상상과 열정을 자극하니 그들은 더 활발하게 물결치고 사회가 물결치니 사람과 자본이 몰립니다.

◇씨앗과 치어

모 백화점이 슈퍼 명품 이벤트를 했는데 40억원 요트, 8000만원 바이크... 흑산도 홍어 90만원. 음, 쓰십시오. 명품의 사회가치를 모르는 건 아니니. 단, 40억이면 중소문화단체 7-80개를 살릴 수 있다는 건 기억하시고.

배가 고파도 농부는 씨앗을 먹지 않고 어부는 치어를 풀어주고 명문가는 자식을 교육시킵니다. 그것들은 미래의 밥이니까요. 그것 없이 미래경영 키워드인 창조경영, 감성리더십, EQ 비즈니스가 될 거라고 생각하면 딱 아래 부자 꼴일 겁니다.

욕심 많은 부자가 이웃마을에 갔다가 멋진 2층 누각을 봤습니다. 그래서 오자마자 목수를 불러서 누각을 지으라고 했답니다. 며칠 후 목수가 땅에 금을 긋는 기초 작업을 하는 걸 보고는 화를 벌컥 내면서 "이봐, 누가 이딴 거 하라 했나? 2층 누각을 지으라고 했지." 목수 왈 "어쩌라고요?"

모두가 힘들다고 하는 올해야 말로 기술과 문화 이 2개의 동심원이 서로를 키우게, 창조의 인재들이 방황하지 않게, 韓류가 恨류 되지 않게 위식을 10% 줄이고 심식을 먹어줄 때입니다. 씨앗과 치어는 반드시 몇 배 커져서 돌아오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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