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유독 긴장감이 흐르는 곳이 있었으니 바로 이날을 끝으로 철수하는 샤넬 화장품 매장이다. 세계적 명품 브랜드 샤넬과 국내 1위 백화점 롯데간의 한판 '자존심 싸움'의 끝인 만큼 이날 샤넬 매장 철수에 쏠린 시선은 뜨거웠다.
저녁 8시 폐점 시간이 지나자 샤넬의 매장 철수라는 전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없었던 '사건'을 코앞에 두고 전운마저 감돌았다. 유례없는 일이다 보니 언론의 관심도 뜨거웠다. 마지막 순간을 카메라에 담으려는 사진 기자들도 현장을 찾았다.
그러나 샤넬측은 사진 촬영은 절대 불가능하다고 강경하게 맞섰다. "샤넬은 외부 노출을 최대한 차단한다"며 사진 촬영은 안 된다는 주장이었다. 사진을 찍으면 철수 작업을 진행하지 않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언론사와 샤넬 양 측간의 신경전이 더욱 날카로워지면서 긴장감은 더했다.
30분가량 실랑이 끝에 사진기자들이 현장에서 자리를 피했고 그때부터 샤넬측은 조용히 짐을 싸기 시작했다. 밖에서 한 시간 이상 기다린 사진기자들이 다시 촬영을 요청했고, 또 한 번의 기싸움 끝에 샤넬의 이미지 훼손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최대한 '정돈된' 모습을 담는다는 조건으로 촬영이 이뤄졌다.
그렇게 샤넬은 떠났다.
30일 샤넬화장품이 떠난 자리는 디올과 메이크업포에버의 스킨케어, 메이크업 행사를 위한 이벤트홀로 바뀌었다. 백화점 외벽에 붙어있는 샤넬 화장품 옥외광고도 에스티로더로 대체됐다.
샤넬이 남긴 것은 조그만 안내문. "샤넬화장품이 2009년 1월 30일부로 퇴점했습니다."
전날까지도 샤넬은 고객들에게 아무런 공지를 하지 않았다. 언론에서는 매장 철수가 기정사실화됐는데도 전날 폐점 직전까지도 샤넬 매장 직원들은 "매장 철수는 아직 결정된 게 아니다. 본사에서 통고받은 게 없다"는 말 일색이었다.
샤넬이 매장 철수라는 초강수로 맞서면서 초지일관 주장한 것은 '브랜드 이미지 관리'. 고객들에겐 끝까지 '모르쇠'로 일관했다. 샤넬(CHANEL)의 짝퉁을 칭하는 말로 '채널(Channel)'이라는 말이 있다. 알파벳이 거의 비슷하기 때문이다.
최고급의 일관된 이미지 관리에 사활을 거는 샤넬에 소통의 '채널'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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