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의'의 전당? NO '싸움'의 전당

머니투데이 김지민 기자 | 2008.12.31 13:40
"원내대표단은 전장에 나가있는 장수들이다. 전장에서 직접 적과 맞대고 싸우는 장수들에게 여러 말하는 것은 좋지 않다"

전쟁터에서나 나올 법안 말들이 '민의의 전당'이라고 불리는 국회에서 쉴새없이 터져 나오고 있다.

2008년을 하루 남긴 31일, 쟁점 법안의 연내 처리를 고수하는 여당과 이에 맞서는 야당의 신경전이 극에 달한 국회는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긴장감에 휩싸여 있다.

김형오 국회의장이 전날 질서유지권을 발동, 국회 주변은 삼엄한 경비 태세를 갖추고 있는 상황이다. 300여 명의 경위와 방호원, 경찰은 국회 본청으로 통하는 모든 문에 경비를 서며 출입을 통제했다.

국회 사무처는 본청 후문만 개방한 채 본청으로 통하는 다른 문은 일제히 차단한 사태다. 경위와 방호원들이 국회 방문자는 물론, 출입기자들의 신분증도 일일이 검사해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국회 본회의장 주변의 긴장감은 더 하다. 본회의장 앞에 자리를 잡은 200여명의 당직자 및 보좌진들의 얼굴엔 피곤한 기색이 역력하지만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자리를 뜨지 않고 있다. 민주당 한 당직자는 "우리는 만일의 상황을 대비해 이미 준비를 한 상태"라며 "절대 쉽게 물러서지 않겠다"고 말했다.


본회의장 안에 있는 60여 명의 의원들은 등산용 자일 등의 장비로 '인간사슬'을 만들어 의장석을 둘러싸고 있는 상태다.

한편, 한나라당은 이날 오전 9시, 민주당이 점거하고 있는 본회의장 바로 맞은편 예결위회의장에서 긴급비상의원총회를 열고 결의를 다졌다.

이날 의총에서는 '전장' '장수' '항복' '정신무장' 등의 단어들이 등장해 비장감마저 느끼게 했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박희태 대표가 도착하기 전 의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며 "좀 도와 달라"고 당부를 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홍 원내대표를 비롯한 많은 의원들은 결사항전의 의지를 보여주듯 넥타이를 하지 않은 차림으로 회의장에 들어섰다.

이날 의원들은 별도의 의사발언을 통해 결의를 다지기도 했다. 이한성 의원이 "(민주당 의원) 쇠사슬을 끊고 한 사람 한 사람을 끌어내야 하니 지금 본회의장 진입을 시도해야 한다"고 말하자 의원들은 "옳소"라고 응수하는 풍경이 벌어졌다.

진성호 의원은 민주당을 향해 "본청 내에서 식사나 물 등 인간이 꼭 필요한 것에 제한을 가해 한 달이고 두 달이고 기다려보자"며 "인간으로서 극복할 수 있는 한계를 경험시켜보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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