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때 되면 기업 구조조정 손댄다"

머니투데이 김익태 기자 | 2008.12.09 18:39

은행 체력 키우며 구조조정 분위기 조성

정부가 9일 기업 살리기에 중점을 두고 구조조정을 추진하되, 채권금융기관이 주도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외환위기 당시와 경제·금융환경이 달라 정부가 전면에 나서 신속하게 구조조정을 할 상황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특히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대비해 은행권이 충분한 자본 확충을 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선(先) 은행 자본 확충, 후(後) 기업 구조조정'이다.

◇"외환위기 때와 다르다"=지난 98년 외환위기 당시 정부는 '기업구조조정위원회'를 발족시켰다. 236개 채권 금융기관들이 참여했던 위원회는 기업회생과 워크아웃 여부를 결정하는 절대 권력을 휘둘렀다.

사실상 기업구조조정에 대한 법·제도적 기반이 없던 상황에서 채권금융기관협약에 근거해 구조조정을 주도했다. 정부는 '초법적 기구'라는 비판을 의식해 전면에 나서지 않은채 막후에서 기업 살생부 작성 등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외환위기 때는 대기업들이 하나 둘 무너지기 시작했고 대부분의 기업들이 부실화된 상태였다"며 "따라서 정부가 신속하게 구조조정을 통해 기업에 칼을 들이 대는 것이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은행에 공적자금을 대거 투입했기 때문에 정부가 개입할 명분도 충분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은 기업구조조정에 대한 법·제도적 기반은 물론 채권은행의 구조조정 경험도 상당히 축적됐다고 정부는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기존에 있던 채권금융기관조정위원회를 활용해 기업의 옥석을 가리겠다는 복안이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채권단의 이견을 조정해 주는 최소한의 역할만 담당할 뿐 구조조정은 철저히 시장원리에 맡기겠다는 얘기다. 이러면 정부는 부실 징후 기업 퇴출과정에서 불거질 수 있는 특혜의혹, 사후책임론 등에서 자유로울 수 있게 된다.


◇"때 되면 정부 나선다"= 정부의 방침은 일단 '기업 살리기'에 방점이 찍혔지만, 실물경제 침체가 지속되면 무게 중심은 언제든 '퇴출'로 옮겨질 수 있다.

김종창 금감원장이 "마냥 금융기관이 막아줄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라며 "살리려고 노력은 하겠지만 문제가 있는 기업을 끝까지 끌고 갈 수는 없다"고 잘라 말한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금융감독당국이 지난 4일 "내년 상반기까지는 가능한 많은 자금을 공급해 기업들이 환경 변화에 적응할 시간을 갖도록 하겠지만 하반기로 갈수록 (자금 공급을) 줄여나갈 것"이라고 밝힌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내년 하반기부터는 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 될 것이라는 점을 내비친 것으로 볼 수 있다. 경기 침체 초기 단계여서 옥석의 경계가 불분명하지만 내년 하반기쯤에는 부실징후가 더욱 뚜렷해질 수밖에 없다.

정부가 은행의 자본 확충을 서두르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정부는 채권단이 자율적으로 기업 구조조정에 나설 것을 독려하고 있지만, 은행들은 '제 코가 석자'인 처지다. 기업이 퇴출될 경우 은행 부실이 커지게 되고 이는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하락으로 직결된다. 가뜩이나 BIS비율 하락으로 고민하고 있는 은행들로선 선뜻 구조조정에 나서기 어려운 형편이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은행의 자본 확충을 먼저하고 기업 구조조정에 나설 계획"이라며 "BIS비율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올라가면 은행들도 기업 구조조정에 적극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본격적인 구조조정을 하기 위해서는 일단 은행들 체력을 키워놓은 게 우선이라는 설명이다. 금융위가 지난 7일 은행 자본확충 방안을 청와대에 보고한 것도 기업 구조조정을 위한 사전 포석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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