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아오는 화살은 피해라"

더벨 이윤정 기자 | 2008.12.08 10:46

[올해의 외환딜러 - 인터뱅크 부문]고용희 하나은행 차장

이 기사는 12월05일(17:01)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올해는 정말 힘든 한 해였다. 이런 장에선 무리수를 두지 않는다"



인터뱅크(Interbank) FX 스팟 부문에서 '올해의 딜러상'을 수상한 고용희 하나은행 차장의 말이다.

고 차장의 이력은 화려하다. 국내은행과 외국계 중개사, 외국계 은행 등에서 딜링, 장기금융, 대고객 영업, 머니 브로커 등을 맡으며 다양한 경험을 축적했다.

1994년 조흥은행에 입행한 그는 2003년에 싱가포르 외국환 중개사인 트레디션으로, 2006년에는 싱가포르 유나이티드 오버시즈 뱅크(United Overseas Bank)로 옮겨 지난 2007년 3월 하나은행에 합류했다.

그는 "처음 중개사로 이직한다고 했을 때 주위에서 많은 반대와 만류가 있었다"며 "하지만 중개사에서 여러 은행들의 다양한 딜링 스킬들을 경험할 수 있어 지금 업무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그에게도 올해는 정말 진땀나는 해였다. 고 차장은 "올해는 딜링을 잘해서 상을 탔다기보다는 이러한 장세에서 잘 살아 남았다는 격려의 의미로 주는 것 같다"고 수상소감을 전했다. 2008년이 얼마나 힘들었는지를 실감하는 대목이다.

2008년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전 세계가 달러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한 전쟁을 치렀다. 이로인해 달러/원 환율은 폭등하고 변동성은 극에 달했다.

고 차장은 "우리가 제어할 수 없는 외부 변수들에 의해 환율 변동성이 극대화됐다"며 "예측 불허의 상황이 딜을 하는데 가장 힘든 점이었다"고 말했다. 대세는 상승 트랜드였지만, 환율 변동폭이 확대돼 하루하루 견디기가 만만치 않았다고 전했다.


그는 불확실성이 큰 장에서 수익을 쫓기보다는 리스크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트레이더로서의 베팅 성향이 있겠지만 환율 스윙이 큰 장에서 손실을 보면 일단 한번 쉬고 다시 생각을 가다듬는다"며 "손실을 보았다고 무리수를 두며 기다리지 않고, 과감하고 빨리 손절매한다"고 설명했다. 버티기나 물타기는 이러한 장에서 위험하다는 것이 그의 원칙이다.

지난 7월 외환당국에 의해 환율이 급락했을 때도 그는 원칙을 지켰다. 그는 "날아오는 화살은 피해야 한다"며 "당국의 대규모 달러 매도 실개입을 이용해 돈을 벌려고 하는 것보다는 일단 몸을 숨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크게 벌거나 아니면 크게 깨질 수 있는 장에 무리한 베팅은 무모하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고용희 차장은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을 올해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으로 꼽았다.

밤에도 글로벌 뉴스를 휴대폰 메세지로 받는 고 차장은 "추석 연휴 마지막날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 소식을 휴대폰으로 확인하고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하는 생각을 했다"며 "섬뜩한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리먼 파산 소식에 전날 신청해 놓은 달러 오퍼(매도 주문)들을 급히 취소했다고 전했다.

한편, 2009년 환율 전망 요청에 고 차장은 내년 상반기까지는 금융시장 불안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각국 정부가 기준 금리를 인하하고 유동성 공급에 나서고 있지만 실질적인 효과가 2009년 하반기쯤 나타날 것이란 의견이다. 또 글로벌 변수보다는 대내 변수들이 국내외환시장의 핵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용희 차장은 "내년 초에 다시한번 격동의 시련기를 겪어야 할 것"이라며 "올해는 국제금융시장의 변수들이 우리나라 환율시장에 영향을 미쳤지만, 내년에는 국내에 잠재된 문제점들로 홍역을 치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물론 당국이 국내 변수들을 어떤 식으로 대처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연초 배당금 지급 등으로 외국인들의 달러 역송금 수요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환율의 급격한 안정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고 차장은 예측했다.

하지만 한·중·일 통화스왑계약 체결 등 '빅 서프라이즈'가 일어난다면 환율은 올라온 만큼 급하게 하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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