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주는 ‘곰’, 재미는 ‘다국적사?’

머니투데이 김명룡 기자 | 2008.12.01 15:39

대웅제약 14년 팔던 ‘보톡스’ 판매권 원개발사에 넘겨

대웅제약이 14년 동안 판매를 대신해 오던 근육신경치료제 ‘보톡스’를 내년부터 원개발사인 엘러간이 독점 판매하게 됐다.

1일 대웅제약과 엘러간은 보도자료를 통해 “대웅제약에서 판매를 담당해왔던 블록버스터 제품인 보톡스를 2009년 1월1일부터 한국엘러간이 단독 판매하는 것으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보톡스는 지난해 국내에서 매출 120억원을 기록한 제품이다.

대웅제약은 보톡스의 국내 판매권을 2012년 3월까지 보유하고 있었다. 계약기간보다 3년 이상 일찍 판매대행 기간을 끝낸 것이다. 엘러간은 계약기간을 줄이는 대신 대웅제약에 보톡스로 예상되는 수익과 보톡스를 대체할 사업개발에 필요한 지원금을 보존해 주기로 했다.

두 회사는 이날 보도자료에서 “엘러간이 본사의 글로벌 정책에 따라 보톡스의 직접판매 의사를 대웅제약에 밝혔고, 대웅제약은 양사의 오랜 신뢰관계를 고려해 이를 수용하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제약업계에서는 다국적제약사의 제품을 가져다 파는 대웅제약의 라이선스인 전략의 위험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다국적사가 제품의 판권을 회수할 경우 대웅제약으로서는 별다른 대응방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경우 제품 매출이 적정궤도에 오를 때까지 쏟아부은 대웅제약의 노력은 고스란히 다국적사로 넘어가게 될 수 있다.


대웅제약의 경우 주력제품에 대한 판권이 회수된 사례가 적잖다. 2006년에는 발기부전치료제 시알리스, 금연보조제 니코스탑등의 판권이 회수 됐으며 2007년에는 연 매출 70억원 규모의 고혈압치료제 다이나써크의 판권 계약이 종료 됐다. 시알리스는 연 수수료 수익만 연 25억원, 니코스탑은 연 매출 65억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대웅제약의 단일매출 최대 품목인 고혈압치료제 ‘올메텍’도 판권이 원개발사로 넘어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대웅제약은 일본 산쿄제약사의 고혈압약 ‘올메텍’으로 지난해 매출액 73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4월부터 대웅제약과 산쿄 제약사의 한국법인인 한국다이찌산쿄는 대형병원분야에서 양사가 '올메텍'에 대한 영업을 공동으로 추진키로 했다. 이를 두고 산쿄제약사가 올메텍의 영업권을 회수하기 위한 수순 아니냐는 우려가 일었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판매계약 조기종결에 따른 지원금 규모를 알 수 없지만 영업주력 품목이 줄어든다는 점에서 대웅제약 입장에서는 악재로 볼 수밖에 없다”며 “오리지널의약품에 대한 권리가 다국적사에 있기 때문에 대웅제약이 이런 상황을 콘트롤 할 수 없다는 것은 불안 요인”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리지널 약물 개발사가 판권을 회수하게 되면 성장동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그 정도 규모의 대체 약물을 도입해야 매출차질을 막을 수 있다"며 "판매관련 계약에서 불리함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나훈아 '김정은 돼지' 발언에 악플 900개…전여옥 "틀린 말 있나요?"
  2. 2 남편·친모 눈 바늘로 찌르고 죽인 사이코패스…24년만 얼굴 공개
  3. 3 "예비신부, 이복 동생"…'먹튀 의혹' 유재환, 성희롱 폭로까지?
  4. 4 동창에 2억 뜯은 20대, 피해자 모친 숨져…"최악" 판사도 질타했다
  5. 5 명동에 '음료 컵' 쓰레기가 수북이…"외국인들 사진 찍길래" 한 시민이 한 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