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들의 실물체감경기 '루이비통 지수'

머니투데이 도병욱 기자 | 2008.11.13 15:16
ⓒ 송희진 기자


"환율이 오르고 있다", "물가 상승의 끝이 안 보인다"는 기사가 매일같이 쏟아지고 있다. 실물에서 환율이 오르는 것은 피부로 실감하기는 어렵지만, 직장여성들을 중심으로 '루이비통 지수'가 지표가 되고 있다.

'남자와 달리 여자는 가방을 위해 태어났다'는 광고문구가 있을 만큼 '명품백'이라면 사족을 못쓰기 때문일까. '환율이 오르면, 루이비통 가방 값이 비싸진다'는 명제가 와닿는다는 여자들은 많다.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서 '여자 미네르바'라고 불리며 '노처녀' 경제 논객으로 뜨고 있는 '그럴수만 있다면'은 이렇게 말한다.

"여자들로 치자면 루이비통 지수라는 게 있따. 일본이나 울나라 여성들의 국민가방 스피디를 살 수 있는 가격을 세계적으로 지수로 보자면 환율이 폭등하면 원화가치가 하락하고 당근...루이비통 지수는 올라간다...아놔...너무 실감나나??ㅋ"

3초마다 한 번씩 마주친다고 해서 '3초 백'이라 불리는 루이비통 '모노그래 스피디 30'. 프랑스산 루이비통은 국내 소비자들에게는 물건너온 명품을 상징하는 브랜드다. 명품이지만 판매량이 만만치 않다는 점에서 스피디의 가격은 다수에게 경기를 체감하는 기준이 될 수 있다.

13일 현재 스피디의 국내 백화점 판매가격은 91만원. 루이비통코리아는 지난달 30일 스피디의 가격을 기존 84만원에서 7만원 올렸다. 루이비통은 올 들어 가격을 5번 올렸다. 올 초 가격 72만원에 비해 26% 올랐다.


가격 인상에 대해 박주혜 루이비통코리아 이사는 "유로화가 강세를 보인만큼 환율 변동분을 반영해 일부 조정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결국 환율이 '루이비통 지수'를 끌어올린 셈이다. 올 초 1300원대였던 원/유로 환율은 13일 현재 1700원을 넘긴 상태.

기준점을 1년 전으로 돌리면 가격차는 더욱 크다. 지난해 10월 스피디의 가격은 67만원. 1년만에 약 36% 오른 셈이다.

'루이비통 지수'는 내년 더욱 오를 가능성이 높다. 최근의 환율 상승분을 반영한 가격이 내년부터 적용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원/유로 환율이 지난해 이후 계속 상승하는 모양새지만 본격적으로 오르기 시작한 것은 지난 9월 이후. 9월초 1500원대였던 원/유로 환율은 10월 한때 1900원에 도달하기도 했다.

지난달 말 이후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는 모양새지만, 안정세가 계속 이어진다고 장담하긴 힘들다.

원화 가치 하락과 물가 상승을 설명하는 지표를 보면서도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겠다면 루이비통 모노그램 스피디 30의 가격, 즉 '루이비통 지수'가 하나의 기준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단 중산층이 상류층을 따라 소비하고 싶어 하기 때문에 고가 상품 수요가 이어진다는 '베블런 효과'를 몸소 실천하는 이들이 계속 존재한다는 전제 하에서 말이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김호중 콘서트 취소하려니 수수료 10만원…"양심있냐" 팬들 분노
  2. 2 이 순대 한접시에 1만원?…두번은 찾지 않을 여행지 '한국' [남기자의 체헐리즘]
  3. 3 11만1600원→44만6500원…미국 소녀도 개미도 '감동의 눈물'
  4. 4 [영상] 가슴에 손 '확' 성추행당하는 엄마…지켜본 딸은 울었다
  5. 5 '100억 자산가' 부모 죽이고 거짓 눈물…영화 공공의적 '그놈'[뉴스속오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