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유색인종' 한인동포에게 득?실?

머니투데이 김태은 인터넷이슈팀장  | 2008.11.10 16:46
ⓒ삽화=임종철

피부색이 검은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가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됐다.

현지뿐 아니라 세계가 호들갑이다. ‘조물주가 만든 인종과 피부색이라는 벽을 인간이 깬 것’이라며 베를린 장벽붕괴를 능가하는 역사적 사건으로 평하고 있다. 반세기 전만 해도 투표조차 제대로 할 수 없었던 미국내 유색인종이 대통령으로 탄생한 것이다.

흑인 커뮤니티의 감격은 무엇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반면, 백인 공화주의자들을 중심으로 한 미국인들의 속내는 사뭇 다르다. KKK단의 잠재마저 느껴질 정도다. 1866년 백인우월주의를 내세운 미국의 극우비밀결사 KKK는 흑인들의 정치적 진출에 저항코자 결성됐다.

“미국은 어제부로 사망”이라는 극단적인 표현을 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오바마는 우리의 첫 흑인 대통령이 아니다. 그는 우리 최초의 ‘혼혈’ 대통령이다. 그게 훨씬 낫지”라며 자위하는 미국인도 있다.

실제로 오바마는 인종차별을 경험했을지언정 흑인 커뮤니티에 속하지는 않는다. 노예로 끌려와 착취와 학대를 당한 데서 미국 흑인들의 한은 출발한다. 이민의 나라 USA이지만 그들은 선택이 아니라 강제에 의해 그 땅에 놓여졌다.

하지만 오바마의 아버지는 1960년대 하와이로 유학온 케냐의 유학생이다. 아들의 일생에 거의 부재 상태로 머물렀다. 따라서 오바마는 백인 가정 출신이라고 하는 것이 옳다. 우유처럼 하얀 피부의 어머니에게서 태어나 외할머니의 손에 자랐다. 그의 참모들과 정재계, 문화계 인맥만 봐도 절대다수가 백인이거나 유대계다. 피부색으로만 정치성을 규정지을 수는 없다. 그래도 미국 전체 인구의 13%에 불과한 흑인의 몰표 덕에 대통령이 됐다고 볼 수는 없다.

오바마가 흑인 커뮤니티와 직접적인 끈을 가지게 된 것은 미셸과 결혼하면서부터다. 미셸은 시카고의 흑인 거주지였던 사우스사이드에서 나고 자랐다. 흑인 사회에 뿌리가 없는 오바마에게 연결고리를 제공했다. 오바마의 정체성에 의문을 품던 흑인 유권자들을 결집하는 구실을 했음은 물론이다.


미국 최초의 흑인 국무장관으로 언급되는 콜린 파월도 ‘아프리칸 아메리칸’으로 단순 분류할 수는 없다. 자메이카 이민자였던 부모 에게서 태어났다. 노예무역의 거점으로 인구 대다수가 흑인인 중앙아메리카 카리브해 태생이다.

오히려 흑인여성 최초로 퍼스트레이디가 된 미셸이나 국무장관 콘돌리자 라이스가 ‘진정한’ 미국 흑인의 본질을 갖췄다고 할 수 있다. 라이스는 흑인민권운동이 가장 치열했던 남부 앨러배마주 버밍햄에서 태어났다.

흑인 정체성을 앞세우지 않는 오바마이지만 오랜 흑백차별의 피해자인 흑인들은 ‘혁명’이라며 뜨거운 눈물을 쏟아냈다. 단일민족 신화에 갇혀 공공연히 인종을 차별하는 한국인의 눈에도 ‘흑인’이 멋져보이는 반사효과가 생겼다.

당장 오바마 효과가 미국내 소수민족들 모두에게 득이 될는지는 확실지 않다. 현지에 자리잡은 한인 이민자들이나 장기 유학생들은 또다른 차별로 근심하고 있다. 흑인이 득세하면서 미국내 4% 남짓인 아시아계가 외면받게 되는 것이 아닌가 우려한다. 소수를 우대하는 분위기가 극소수 무시로 이어질세라 두려워하는 감정은 백인 대통령 쪽으로 눈길을 돌리게 만들기도 했다.

오바마는 인종통합을 내세웠다. 선거 전략에 따라 자신의 흑인 정체성을 강조했을 것이다. 그래도 유색인종이라는 큰 카테고리에 희망을 안겼다는 반가움이 취임 이후에도 지속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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