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끊으면 좋은 10가지 이유

머니투데이 홍찬선 MTN 경제증권부장(부국장) | 2008.11.09 19:35

[홍찬선칼럼]"오늘은 어제 죽은 사람이 살고자 했던 내일"

술을 끊은 지 꼭 1년이 됐다. 말을 해도 믿지 못할 사연으로 25년 동안 거의 매일 마셨던 술과 단교(斷交)한 것은 2007년 11월10일.

갑작스런 금주로 첫 한달은 여러 가지로 쉽지 않았다. ‘술을 끊고 오래 살지 못한다’며 걱정스런 눈길을 보내는 사람과 ‘술 끊고 혼자 오래 살려고 하느냐’며 강권하는 사람들에게 술 끊은 사연을 얘기하는 게 쉽지는 않았다. 그러나 용케도 술을 마시지 않고 1년을 지냈다. 업무상 술을 많이 마실 수밖에 없는 기자이라서 쉽지 않은 일이었다.

금주 1년..많은 것이 변했다

금주한 지 1년 동안 많은 것이 변했다. ‘술 권하는 사회’ 한국에서도 ‘술을 끊을 수 있다’는 사실과 ‘금주하면 인생이 바뀐다’는 것을 스스로 확인했다.

한국의 11월과 12월은 망가지는 시기다. 이런 저런 망년회로 술독에 빠져, 망년회가 끝날 때쯤이면 여러 가지 후유증에 괴로워한다. 한 해를 되돌아보며 아쉬웠던 점을 반성하며, 희망으로 맞이하는 새해의 알찬 계획을 세우는 시간이 되어야 소중한 시간이, 숙취로 인한 두통과 ‘왜 그런 짓을 했을까?’하는 자괴감에 짓눌려 헛되이 흘러간다.

단절이 없으면 색다른 것을 얻는 변화를 꾀할 수 없다. 올해 연말을 술로 망가지는 망년회가 아니라 술을 멀리하면서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연말연시를 맞이해 보자. 술을 끊으면 좋은 10가지 이유를 전파하면서 말이다.

첫째 술을 끊으면 뭐니 뭐니 해도 머니를 아낄 수 있다. 술 마실 때 큰 돈을 쓰게 되는 것은 대부분 술이 술을 먹는 단계에 이르러 ‘한방 쏘는 것’이다. 술을 끊으면 허울뿐인 ‘사나이의 자존심’은 좀 상처받더라도, 헛되이 사라지는 돈을 굳힐 수 있다. 또 자정이 넘어 귀가할 때와 아침에 서둘러 출근할 때 택시비도 들지 않는다. 과음한 이튿날 사우나에 가서 쓰는 돈도 지출항목에서 제외된다.

둘째 금주하면 하루가 30시간이 된다. 물론 하루가 24시간에서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의미 있게 쓸 수 있는 시간을 많이 확보할 수 있어 ‘체감시간’이 풍부해진다. 술을 마시지 않기 때문에 저녁 약속이 있더라도 늦어도 10시30분 정도면 귀가한다. 이 때부터 1시간 이상 책을 보거나 아이들과 대화할 수 있다. 아침에 일어나서도 술기운이 없는 가벼운 몸과 맑은 정신으로 글을 읽거나 사색할 수 있다. 허겁지겁 택시를 타지 않고 지하철을 타고 출근하면서도 책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은 보너스다. 술에 절어 살 때는 나는 시간의 노예였지만, 술을 끊은 이후에는 시간의 주인이 된다.

셋째 과음에 따른 업무 차질, 안녕! 금주하면 전날 과음으로 늦게 일어나 지각하는 일은 더 이상 없다. 술을 많이 마신 뒤 억지로 출근해 업무효율성이 떨어지고, 상사나 동료 눈치를 보다가 (사우나 가거나 조퇴로) 자리를 비우는 일도 없어진다. 오늘 꼭 해야 하는 일을 내일로 미루거나, 숫자나 표현이 틀려 업무를 망치는 사례는 과거에만 있는 일이다. 아침 일찍부터 자료를 찾고 생각하며 말짱한 정신으로 일을 하니 상사의 칭찬을 받고 고과를 좋게 받는 것은 당연하다.

넷째 술로 인한 실수도 크게 줄일 수 있다. 나중에 후회하는 실수는 대부분 술을 지나치게 많이 마신 경우에 일어난다. 음주 운전에 걸리거나 사고를 일으키고, 과격한 언쟁으로 소모적인 싸움을 벌이는 경우도 있다. 무알콜에선 절대로 하지 않을 일을 술기운 때문에 이성을 잃고 저질렀던 수많은 후회와 죄책감을 되풀이 하지 않는다.

다섯째 미래를 준비할 수 있다. 평균 수명이 늘어남에 따라 가장 큰 재테크는 ‘평생 현역’이라고 한다. 정년퇴직 이후에도 30년 이상 살아야 하는 인생을 풍부하게 살기 위해 피아노나 색소폰을 배울 수 있고, 중국어에도 도전할 수 있다. 술을 끊어 많아진 시간과 절약한 돈이 이 모든 것을 불가능에서 가능으로 바꾸는 마법을 발휘한다. 40대 후반이나 50대 초반에 다시 의대 공부를 해 의사가 되는 것은 슈바이처 박사에게만 일어난 일이 아니다.


여섯째 가정의 회복이다. 사람이 죽을 때 가장 아쉬워하며 후회하는 것은 술을 덜 마셨다던가, 일을 덜했던 것이 아니라 (바쁘다는 핑계로) 아들과 야구를 하지 못하고 딸과 전시회를 가지 못했던 일이라고 한다. 술을 끊으면 이런 후회를 하지 않게 된다.

금주함으로써 귀가가 빨라짐으로써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진다. 처음에는 어색하고 갈등도 있겠지만 점차 무너진 가정 내 커뮤니케이션이 회복되고 가족을 재발견한다.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은 과거에만 있었던 죽은 말이 아니라 지금과 미래에도 적용되는 살아 있는 말이다.

일곱째 건강을 지킬 수 있다. 과음은 만병의 근원이다. 간 질환이나 심장질환 및 당뇨 같은 성인병의 대부분은 과음과, 과음에 따른 과식 및 운동부족 등에 의한 것이다. 과음으로 건강을 잃으면 소중한 것도 모두를 잃는다. 가정과 사회적 지위는 물론 하나 밖에 없는 목숨까지도 담보할 수 없게 된다. 금주는 빨간 불이 켜진 나의 건강을 파란 불로 바꿔주는 절대불가결의 조건이다.

여덟째 좋은 일을 할 수 있다. 건강을 회복함으로써 맑은 피를 유지하게 되어 헌혈할 수 있다. 금주로 절약한 돈으로, 연말에 추워하는 사람들에게 나눔의 미학을 실천할 수 있다. 고아원이나 양로원을 찾아 따듯한 먹거리와 잠자리 및 미래에 대한 희망을 줄 수 있다. 과음 때문에 소모적인 싸움을 벌여 남에게 상처 주는 말을 하는 대신, 칭찬하고 격려하는 아름다운 말을 함으로써 인간관계와 사회를 밝게 할 수 있다.

아홉째 자신감의 회복이다. 과음으로 인해 쓸데없는 실수를 하지 않기 때문에 후회에 얽매이지 않는다. 자신만의 시간을 갖고 미래를 준비함으로써 사오정(45세가 정년)이나 오륙도(56세까지 근무하면 도둑)를 겁내지 않고 당당하게 노후에 대비할 수 있다.

42.195km를 달리는 마라톤마저 완주할 수 있으니 더 이상 무서워할 것이 없어진다. 어려운 일이 닥쳐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노력하니 실패는 없고 성공이 찾아온다. 작은 성공이 또 다른 성공으로 이어져 자신감은 더욱 강화되고 인생은 더욱 활짝 펴진다. ‘과음의 함정’에 빠져 수없이 되풀이하던 실패는 끝나고 ‘금주의 선순환’이 시작된다.

열째 진짜 친구가 누구인지를 알 수 있다. 술을 쉽사리 끊지 못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친구를 잃어 외톨이가 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다. 하지만 술을 끊더라도 진짜 의리 있는 사람은 계속 친구로 남는다. 술을 마셔야 관계가 유지되는 사람, 즉 술친구는 술을 마시지 않으면 떨어져 나갈 것이다. 술을 끊음으로써 진짜 친구와 술친구를 확인해 보는 것은 어떨까.

2008년도 이제 50일밖에 남지 않았다. 시간의 흐름은 두루마리 화장지 같다. 30대에는 한달이 1년처럼 느껴질지 모르나 50세를 넘으면 1년이 한달 같고, 60세가 지나면 1년이 1주일 같다고 한다. 게다가 시간은 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되돌아오지 않는다. ‘오늘은 어제 죽은 사람이 그토록 원하던 내일’이다. 이렇게 소중하고 아쉬운 시간을 술에 절어 허비하는 것은 얼마나 슬픈 일인가.

오늘은 어제 죽은 사람이 그토록 살고 싶어하던 내일이다

얼마 남지 않은 2008년, 올 송년회에는 술을 끊어보자. 당장 금주할 수 없다면 지금까지 마시던 양의 절반 이하로 줄여보자. 과음으로 찌든 피곤한 삶이 활기에 넘치는 젊은이의 삶으로 바뀐다. 술을 끊어 생길 수 있는 불편함보다 좋은 게 훨씬 많다는 것을 직접 체험하지 않고서는 아무리 얘기해도 우이독경(牛耳讀經)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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