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규제 논란 '與 3가지 모순'

머니투데이 박재범 기자 | 2008.11.10 07:51

[제비의 여의도 편지]

# 서여의도가 시끄럽다. 정부의 수도권 규제 완화 방침 때문이다. 수도권과 지방간 다툼은 이미 예견됐던 바다.

한데 논란이 커지는 게 그 때문만은 아니다. 여러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여당의 한 의원은 "현 여권이 가진 모든 모순이 수도권 규제 논란에 담겨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더 민감하고 폭발력이 강한 이슈"라고도 했다.

우선 '당정 관계'가 딜레마다. 여당 지도부는 불만이다. 사전에 정부 방침을 듣지도 못했단다. 정부는 "매번 어떻게 고위당정협의를 열수 있냐"며 볼멘소리다.

이면엔 '보안' 문제가 걸려 있다. 당에만 가면 흘러 나간다는 의심이 강하다. 최근 논란이 됐던 종합부동산세 완화의 핵심 내용이었던 과세 기준 상향도 발표 직전에야 당에 알렸을 정도다.

실제 당정협의는 '철통 보안' 속 이뤄진다. 주로 평일이 아닌 주말의 늦은 밤 시간을 이용한다. 운동을 하거나 개인 일정을 소화한 뒤 저녁까지 다 먹고 '편안한' 마음에 모인다.

장소도 여의도가 아닌 강남의 2-3개 호텔이 주무대다. 그렇다보니 '고위당정협의'보단 '실무협의'가 많다. 자연스레 당 지도부는 배제된다. 첫 번째 모순이다.

# 정부 조직 문제도 있다. 수도권 규제 완화 방침이 마련된 곳은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공식적으론 대통령 '자문기구'다.

중장기적으로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을 찾는 게 조직의 역할이다. 중장기 경제정책에 관한 자문기능을 하는 국민경제자문회의와 별다를 것도 없다.

그런데 실제론 굵직한 정책이 모두 '결정'된다. 창업절차 간소화, 임대산업단지 확대, 금융산업 규제 완화, 토지이용 효율화 등 그간 다뤄진 사안만 봐도 그렇다. 대체로 부처간 논란이 많고 이해조정이 필요한 사안들이다.

다만 정부부처가 아니다보니 당이나 국회를 상대할 필요가 없다. 의견 수렴 절차도 따로 없다. 정무적 판단 미흡, 정부의 일방통행 등의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책을 구현했던 정책기획위원회와 큰 차이가 없다. 위원회를 없애겠다던 새 정부가 위원회 시스템을 따라 가는 아이러니가 연출되고 있는 셈이다.

여권 인사도 답답함을 토로한다. "정부 조직 개편 이후 문제가 있는 게 사실이다. 금융쪽도 그렇고 위원회 조직도 그렇고…. 특히 청와대 시스템이 당초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움직인다. 그렇다고 손대기도 뭣하고…". 두 번째 모순이다.

# 세 번째는 더 미묘하고 복잡하다. 극히 정치적인 탓이다. 여권 내 형성된 대립 구도만 봐도 얼핏 짐작이 된다.

한나라당은 지난 대선과 총선을 거치며 수도권을 새 텃밭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TK(대구 경북)와 PK(부산경남)를 넘어섰다. 이명박(MB) 대통령은 지난 대선 때 수도권에서 압승했다.

MB가 얻은 전체 표(1149만표) 중 서울, 경기, 인천에서 얻은 표만 600만표에 가깝다. 이에앞서 열린 당내 경선때는 서울과 경기의 승리 덕분에 박근혜 전 대표를 눌렀다. 총선에서도 한나라당 서울 48곳 중 40곳, 인천 12곳중 9곳, 경기 51곳중 32곳을 휩쓸었다.

그 어느 때보다 수도권의 입김이 센 때다. 이런 정치적 기반은 향후 정치 구도 그림과 연결된다. 전통 텃밭(TK+PK)에다 새 텃밭(수도권)만 계속 유지하면 정권은 계속 만들 수 있다는 '아름다운' 그림이다.

마치 전 정권의 'PK 후보론'과 맞물린다. 견제가 없을 리 없다. 지역과 계파가 움직이면 또다른 지역과 또다른 계파가 반대에 선다.

김문수 경기지사가 수도권 문제로 목소리를 높이는 것도, TK 기반이 강한 박근혜 전 대표가 유독 말을 많이 하는 것도 이런 흐름과 무관치 않다. 여권은 경제로 정권을 되찾았지만 경제'보단 '정치'에 더 관심이 많다. 이미 마음은 '다음'에 가 있다. 여권의 세 번째 모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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