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흑인 대통령, 다음은 여성 대통령?

머니투데이 이상배 기자 | 2008.11.05 18:47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됨에 따라 최소한 정치적으로는 미국을 더 이상 "흑인이 차별받는 나라"라고 부르기 어렵게 됐다.

겉으론 아닌 척해도 뼛속 깊이 'WASP(앵글로색슨계 백인 신교도) 우월주의'가 녹아있는 미국 사회에서 흑인 대통령의 탄생은 '일대 혁명'에 다름아니다.

이에 따라 한국 못지 않게 '여성 차별'이 심한 미국에서 조만간 '유리 천정'(Glass Ceiling)을 깨고 최초의 여성 대통령도 탄생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유리 천정'이란 여성의 고위직 승진을 가로막는 '보이지 않는 장벽'이란 뜻으로, 미 정부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유리천장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 탄생을 시간문제로 보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이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패배한 것은 여성이라는 이유도 없지 않았지만, 상대방인 오바마의 대중 호소력이 탁월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결국 차기 대선에서 '스타성'있는 여성 후보가 등장할 경우 언제든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탄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번 미국 대선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흑백, 남녀 등의 구분보다 어떤 인물이냐가 유권자들에게 더욱 중요했다는 것"이라며 "뛰어난 여성 후보가 나온다면 미국에서 여성 대통령의 탄생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 정치사를 볼 때 미국민들이 정치적으로 여성보다 오히려 흑인에게 더 관대했다는 점에서 여성 대통령의 탄생에 앞선 흑인 대통령의 탄생은 예정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미국 연방 차원에서 흑인에게 투표권이 부여된 것은 1870년(수정헌법 15조)으로, 여성에게 투표권이 주어진 1920년(수정헌법 19조)보다 50년 빨랐다. 일반적으로 흑인의 투표권이 1960년대에 부여된 것으로 알려진 것은 미국 남부의 일부 주들이 흑인에 대해 투표권을 박탈했다가 되돌려주는 과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민주당 경선에서 아깝게 패한 클린턴 상원의원이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오바마의 재선 출마를 가정할 때 클린턴 상원의원이 민주당 후보로 대선에 출마하려면 최소한 8년 뒤인 2016년까지 기다려야 한다.

이 경우 미국 대통령이 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조건 중 하나인 '정치인으로서의 신선도'가 크게 떨어질 수 있다.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 이후 미국에서 대통령이 된 사람 가운데 90% 이상이 주요 공직(상·하원의원, 주지사, 시장) 경력 14년 미만에서 대통령에 당선됐다. 클린턴 상원의원은 2000년부터 상원의원을 지냈고, 앞서 1993년부터는 퍼스트 레이더로 활동했다. 오히려 이번 대선 초반 돌풍을 일으킨 새라 페일린 공화당 부통령 후보가 최초 여성 대통령에 좀 더 가까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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