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오바마 인맥찾기' 깊은 고민

머니투데이 오상헌 기자 | 2008.11.05 14:24

안면있는 의원도 없어… 한미FTA·북핵해결 '불통' 우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 1993년 초. 당시 김영삼 정부의 최대 고민은 클린턴 행정부와의 '연결고리' 찾기였다. 김영삼 정부는 상대적으로 보수 성향 정권이었다. 반면, 클린턴 정권은 '진보' 가치를 추구했다. 이런 '이념 간극' 탓에 한미간 소통 부족이 우려되던 상황이었다.

당시 청와대는 '고육책'으로 예일대학에서 유학한 고위 인사를 워싱턴에 급파했다고 한다. 클린턴 전 대통령이 예일대 출신이라는 점이 고려됐다. 학연을 이용, 백악관에 이른바 '줄대기'를 시도했던 셈이다.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가 5일(한국시간) 제44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집권여당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오바마 당선자측과의 인적 네트워크 부재 탓이다. 고민의 깊이는 김영삼 정권 때보다 더 하다.

한미 양국 간에는 북핵문제 해결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등 현안이 쌓여 있다. 슬기롭게 현안들을 풀어 나가기 위해선 두 정권간의 신뢰관계가 필수적이다. 국제 외교에서 곧잘 힘을 발휘하는 비공식 루트를 통한 인적 관계가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란 얘기다.

하지만 여당내에선 오바마 후보와 안면이 있는 의원조차 찾기 힘들 정도다. 한나라당과 미국 민주당의 정치 지향이 다르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다. 초선 상원의원 출신인 오바마 당선자의 미국 중앙정치 경력이 짧은 탓도 있다.

한나라당에선 그나마 박진 외교통상통일위원장과 홍정욱 의원이 오바마 진영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되는 인사로 분류된다. 당내 대표적 미국통인 박 위원장은 조셉 바이든 미국 부통령 당선자와 직접 만난 인연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의원은 또 오바마 캠프의 프랭크 자누치 한반도팀장과 고든 플레이크 맨스필드 재단 사무총장,제프 베이더 브루킹스 연구소 선임연구원 등과도 알고 지내는 사이인 것으로 전해졌다.

홍 의원의 경우 오바마 당선자와 '학연'으로 얽힌 케이스다. 홍 의원은 오바마 당선자를 한번도 만난 적이 없긴 하지만 하버드대를 같이 졸업한 학교 동문이다.

집권여당의 이런 처지와 견줄 때 민주당의 사정은 상대적으로 나은 편이다. 정치 성향이 미국 민주당과 비슷하고 '인맥' 풀도 한나라당에 비해 넓다. 특히 송영길 최고위원은 지난 1월 미국 상원 개원식 때 오바마 당선자와 직접 만난 적이 있고 측근인 아터 데이비스 하원의원(앨라바마주)과도 인연이 있다.

여기에다 참여정부에서 외교부장관을 지낸 송민순 의원도 미국 민주당 관계자들과 폭넓은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오바마 후보가 워낙에 한국에 알려졌던 인물이 아닌 데다 미국 정권이 8년 만에 교체되는 터여서 여야 모두 줄대기가 쉽지 않은 현실"이라며 "특히 한나라당과 정부의 고민이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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