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달러 '못' 파는 이유

더벨 이승우 기자 | 2008.10.10 09:09

추가 상승 기대 여전..은행 거래한도 제한도 한 요인

이 기사는 10월09일(14:17)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수출기업들의 달러 '쟁여두기'에 대해 환투기냐 환테크냐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외환당국은 "달러를 쌓아뒀다가 큰 손실을 보게 될 것"이라고 위협하는 한편 대통령까지 나서 기업들에게 달러를 내놓으라고 주문하고 있다.

현재 외환시장과 기업들의 상황을 감안하면, 이는 너무 무리한 요구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추가 상승 기대가 꺾여야한다"..정부 역할 기대

수출기업들이 벌어들인 달러를 내놓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환율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달러를 신규로 사지는 않더라도 이미 보유하고 있던 달러를 좀 더 시간을 두고 팔면 이익이 나는데 빨리 처리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수출기업 한 관계자는 "들고 있으면 돈인데 누가 그걸 팔겠냐"며 "지금은 팔까 말까를 고민하는 단계조차 아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수출업체들은 달러를 파는 게 환헤지인데 헤지를 하고 난 이후 환율이 더 오르면 이건 또 다시 평가손실이 된다"고 말했다.

외환 전문가들도 무조건 달러를 팔라고 윽박지르는 것보다는 환율이 '이제 정점에 왔다'고 참가자들이 느끼면서 자연스럽게 달러를 내놓도록 유도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방패 역할이 중요하다. 하지만 최근 외환당국은 계속해서 "환율 급등은 비이성적인 것"이라고 하면서도 실제 외환시장에서의 물량 개입은 적극적이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외환시장 한 관계자는 "요즘 외환시장은 그야말로 천장이 뚫린 상태"라며 "천장을 만들어줄 수 있는 외환당국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업에 이어 은행마저 거래한도 제한

수출 기업들이 달러를 팔지 못하는 이유는 또 있다. 기존에 팔아놨던 달러에 대한 평가손실이 발생하면서 은행과의 거래한도가 제한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3년간 서울 외환시장의 '큰 손'이었던 조선업체들이 그동안 엄청나게 팔았던 달러에 대한 평가손실이 발생하면서 추가적인 달러 매도를 받아줄 수 있는 은행들이 줄어들고 있다. 많은 은행들이 개별 조선업체 한 곳당 선물환 매도 거래액수와 평가손실을 합해 거래 한도를 책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령 A은행이 B조선사와 100억달러의 거래 한도를 둔 경우, 기존 80억달러 규모의 선물환 매도 헤지 부분에서 환율 상승으로 20억달러의 평가손실이 나면 100억달러 한도가 모두 소진되는 것이다. 이럴 경우 A 은행 리스크 관리 규정상 B 업체의 선물환 매도 거래는 추가적으로 할 수 없는 것이다.

또 하나 은행들의 리스크 관리 강화로 은행간 크레딧라인(Credit Line) 축소 움직임이나타나고 있다. 신용경색으로 외화유동성 사정이 좋지 않자 일부 은행들이 다른 은행과의 외화 거래를 자제하고 있는 것이다.

외국계 은행 한 딜러는 "기존 거래를 트고 있던 은행들이 추가적인 크레딧 라인 확대를 꺼려하고 있다"며 "이렇게 되면 기업들의 외화 거래도 자유롭게 하지 못하게 된다"고 말했다.

B조선사의 달러 선물환 매도를 A 은행이 받으면 이 외화포지션을 헤지하기 위해 C은행과 거래를 해야 한다. 그런데 C은행이 이를 받아주지 않으면 A은행의 환율 리스크가 커지기 때문에A 조선사와 거래를 포기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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