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거래소, 공기관 아닌 IPO로

머니투데이 백진엽 기자 | 2008.10.06 08:30
"통합했을 때 기업공개(IPO)도 같이 했어야 했죠."

증권선물거래소(이하 거래소)의 공공기관화 논의 이후 한 기업의 IR담당 상무가 한 이야기다. 지난 2005년 증권거래소, 코스닥증권시장, 선물거래소가 합병된 후 거론되던 증권선물거래소의 상장이 이뤄지지 못함을 아쉬워하는 말이다.

IPO가 됐다면 감사원이 거래소를 공공기관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논리를 이처럼 쉽게 펴지는 못했을 것이라는 가정에서 나온 말이다. 그는 "IPO를 했다고 공공기관 지정을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공기업 형태로), 아무래도 개인 투자자, 외국계 투자자 등 이해관계자가 많아지기 때문에 지금처럼 쉽게 말을 꺼내지는 못 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거래소의 IPO를 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아니 거래소가 방만하게 운영되는 것이 문제라면 굳이 공공기관 지정이 아닌 IPO를 통한 해결방안을 모색해 볼 수도 있다.

만약 감사원의 논리대로 거래소 운영이 방만해 정부가 나서야 할 정도라면, 외국인들은 물론, 국내 투자자들도 어떻게 거래소를 믿고 자신들의 돈을 맡길 수 있을까. 이는 우리 시장은 불투명 그 자체라는 것을 세계에 알리는 행위일 뿐이다.


이같은 오명을 쓰는 것보다 IPO를 통해 다른 상장사들과 마찬가지로 주주, 외부감사인, 증권거래감독당국 등으로부터 감시·감독을 받게 한다면 되지 않을까. 이미 현행법으로도 불법적인 예산 사용 등은 충분히 처벌할 수 있는 상황이다. 또 교묘하게 법망을 피한 방만한 운영 등은 정부가 아닌 주주들에게 맡기면 된다.

더구나 시장경제 체제인 우리나라, 그것도 '보이지 않는 손'이 가장 중요시돼야 할 거래소에 '정부'라는 '보이는 손'이 개입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시장의 역사가 긴 선진국들이 거래소를 공공기관화하지 않는 것은 이유가 있다.

또 선진국 시장들은 대부분 거래소가 상장돼 있다. 우리도 이번 공공기관화 논의를 역으로 거래소의 IPO 논의로 바꿔 거래소의 증시 상장을 심각하게 고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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