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발진 사고 원인규명 "안하나 못하나"

머니투데이 박종진 기자 | 2008.09.26 09:48

1999년 자동차성능시험연구소 조사 이후 진척 없어

↑ 18일 저녁 사고를 일으킨 벤츠 S600 차량 ⓒ박종진 기자

최근 '완벽'을 자랑하는 벤츠의 최고급 모델 S600까지 급발진 의심 사고를 일으키는 등 논란은 끊이지 않지만 국내에서 급발진의 원인을 밝히기 위한 연구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1999년 교통안전공단 자동차성능시험연구소 주관으로 당시 건설교통부와 현대, 대우, 기아 등 제조업체 3사, 한국소비자보호원이 공동으로 급발진의 원인을 조사한 결과 차량 결함 문제가 아니라고 공식 결론 내렸기 때문이다. 이듬해인 2000년에 건교부가 한양대 인체공학연구소에 의뢰해 운전자의 운전습관 등 인적 요인에 대해서도 조사했지만 명확한 원인을 못 찾은 채 현재에 이르고 있다.

하지만 차량 결함을 의심하는 주장은 이어진다. 99년 연구결과 발표 당시에도 각종 시민단체들은 "자동차 회사의 입장에 치우쳐 실험에 신뢰성이 없다"고 반발했다.

같은 해 자동변속기 차량의 급발진이 엔진제어장치(ECU)의 오작동 때문임을 세계 최초로 밝혀내 관심을 모은 자동차 정비사 출신 박병일 신성대 자동차공학과 교수는 여전히 "전자 장치 결함"을 주장한다.

박 교수는 "99년 자동차성능연구소의 조사는 '기계적' 요인만 조사했는데 문제는 엔진과 관련한 복잡한 전자 장치의 오류 가능성"이라며 "미국, 독일 등 외국에서도 엔진을 전자화시키면서 급발진이 급증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8일 일어난 벤츠 S600 차량의 사고에 대해서는 "급발진으로 본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이어 "벤츠코리아 측에서 운전자가 엑셀을 70% 가량 밟았다고 발표했는데 이는 회사로서는 해서는 안될 말 이었다"며 "운전석에 사람이 타고 있지도 않은 상태에서 차가 움직였다는 진술이 있는 마당에 엑셀 센서 오작동을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라고 주장했다.

차량 4대를 들이받은 벤츠 운전자는 경찰에서 "브레이크를 밟았으나 말을 듣지 않았고 운전석 자리를 비운 상태에서 차가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진술했다.


과거 케이블로 엑셀이 연결된 때와 달리 엑셀 포지션 센서가 페달을 밟는 양을 감지해 전달하는 방식에서는 충분히 잘못된 신호가 엔진에 전달될 수 있다는 박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차량 제조업체가 통상 자체 진단 결과 '이상 없음'을 내놓는 것은 "오류를 일으킨 컴퓨터를 껐다 다시 켜면 정상작동 되는 것처럼 전자적 오류는 사고 후 이상 없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고 반박했다.

박 교수는 "다양한 보완장치의 연구개발로 급발진 사고는 줄어들고 있지만 차량에 컴퓨터 장치를 달고 있는 한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박 교수의 이런 주장과 관련 자동차성능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99년 당시 연구조사에서 기계적 요인에 전자적 요인도 포함됐으며 전자파가 미치는 영향까지도 조사했으나 차량 결함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연구소에서 이후 현재까지 추가로 진행된 급발진 원인 연구는 없다.

논란에 종지부를 찍을 권위 있는 기관의 사고 재연실험도 없었다. 과거 박 교수와 성능연구소 간에 공동 실험논의가 있었지만 서로 의견이 맞지 않아 무산됐다. 재연실험은 급발진 사고의 특성상 적지 않은 비용과 수고가 들어가기에 개인이나 소규모 기관이 쉽게 시작할 수도 없다.

급발진 사고를 당해 "죽을 뻔 했다"며 공포와 억울함을 호소하는 운전자들이 계속 나오는 만큼 관계기관과 업체들은 세계 5위권 자동차강국다운 책임감 있는 연구를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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