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 '급발진' 논란, 운전자 하소연 할 곳도 없어

머니투데이 박종진 기자 | 2008.09.25 10:55

법원 여전히 "운전자가 직접 입증해라"...방법없는 소보원도 피해구제 안받아

↑ 지난 18일 저녁 사고를 일으킨 벤츠 S600 차량 ⓒ박종진 기자

"차가 날아가는걸 평생 처음 봤다" "하늘이 도와 살았다"

소위 자동차 '급발진 사고'를 겪은 운전자들의 공포스런 체험담은 끊이지 않고 있지만 현실적인 해결 방법은 아무 것도 없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급발진 논란이 한창 벌어졌던 90년대 후반 이후 현재까지 현대·기아차, GM대우, 르노삼성, 쌍용 등 국산차는 물론 고가의 수입차들도 관련 사고를 계속 일으키고 있다. 하지만 제조사들은 여전히 차량결함으로 인한 급발진 사고는 단 1건도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 해당부처와 법원도 마찬가지다. 국토해양부 자동자정책과 관계자는 "대법원 판결에 따라 공식 인정된 사례가 없어 관련 통계자료도 없다"고 밝혔다. 법원은 2000년대 초 서울지법, 인천지법 등 지방법원에서는 자동차 제조회사에 과실입증 책임을 지우는 판결을 내리기도 했지만 대법원 판례는 아직 운전자가 조작 과정에서 과실이 없음을 직접 입증하도록 하고 있다.

강신업 변호사는 "운전자가 스스로 사고 당시 과실 없음을 입증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미국 등 외국 법원에서는 이미 자동차 제조사가 차량결함 여부를 밝히도록 한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러니 사고를 당한 운전자들은 보상받을 방법이 없다. 차량 제조사는 자체 진단 결과 '이상없음'만 내놓는 실정이고 이에 반발해 시간과 비용을 들여 소송을 하더라도 승소 가능성이 없는 현실이다.


지난 7월 말 벤츠 E220을 몰고 골목을 나오다 급발진 사고를 당한 조모씨(71)는 "무사고 운전경력 40년에 이처럼 황당한 일을 당해도 그저 살아있는 게 감사할 뿐"이라고 하소연했다.

지난 18일 저녁 서울 도심에서 일어난 벤츠 S600의 급발진 사고는 아예 운전석에 사람이 없는 상태에서 정차 중인 차량이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운전자 측은 주장한다. 이 사건은 경찰이 해당 도로의 CCTV 자료를 서울시 시설관리공단에 요청한 상태다. 그러나 이 경우도 놀란 운전자가 다시 운전석에 앉기 전 차가 출발하는 순간이 정확히 화면에 포착돼 있지 않으면 차량결함을 입증할 길이 없다.

한국소비자원(이하 소보원)은 "강제성이 실리지 않은 소보원의 합의 중재를 자동차 회사가 응하지 않음은 물론 판례도 국토해양부도 다 인정하지 않아 결국 소송을 가더라도 패소한다"며 "현재 급발진 관련 사고는 피해구제 신청을 받지 않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인터넷 포털 사이트와 각종 자동차 관련 게시판 등에는 급발진 사고를 경험한 이들의 "죽다 살아났다"는 불안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소보원에도 지난해 120건에 이어 올 들어 8월까지 78건의 급발진 관련 상담이 들어왔다. 2000년부터 소보원에 접수된 급발진 상담건수는 모두 1435건.

강 변호사는 "2002년부터 시행된 제조물책임법의 정신을 살려 자동차를 판매해 이윤을 남기는 제조 회사가 원인 모를 사고에 대해서도 마땅히 과실이 없음을 입증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노동교화형은 커녕…'신유빈과 셀카' 북한 탁구 선수들 '깜짝근황'
  2. 2 "바닥엔 바퀴벌레 수천마리…죽은 개들 쏟아져" 가정집서 무슨 일이
  3. 3 '日 노벨상 산실' 수석과학자…'다 버리고' 한국행 택한 까닭은
  4. 4 "곽튜브가 친구 물건 훔쳐" 학폭 이유 반전(?)…동창 폭로 나왔다
  5. 5 "남기면 아깝잖아" 사과·배 갈아서 벌컥벌컥…건강에 오히려 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