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리먼인수 협상 재시동?

머니투데이 김익태 기자, 이새누리 기자 | 2008.09.01 18:46

산은 "이렇게 싼 기회없을 것"… 금융사와 컨소시엄 구성 가능성

산업은행의 리먼브러더스 지분인수 협상이 다시 수면 위로 나왔다. 가격차로 결렬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외신이 또 불을 지폈다.

블룸버그뉴스는 리먼과 산은의 60억달러 규모에 달하는 투자협상이 재개됐다고 영국 선데이텔레그라프 기사를 인용해 1일 보도했다. 지난달 파이낸셜타임스가 산은 지분 50% 인수 불발설을 보도했는데, 이를 뒤집어 "이번주 결정이 날 것"이라고 구체적인 시점까지 못박았다.

양측 모두 긍정도 부인도 하지 않는다. 협상이 끝난 게 아니라 진행형이라는 추측만 무성할 뿐이다.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의 반대를 의식해 산은이 리먼 지분 25%만 인수하는 쪽으로 전략을 바꾼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상당한 인수의지"=산은은 리먼의 지분인수 협상 자체를 함구하고 있다. 인수·합병(M&A) 협상의 특성을 고려할 때 자연스런 일이다. 일부 임원은 "제발 묻지 말아달라"고 호소할 정도다. 금융당국이 공개적으로 협상에 제동을 건 것도 부담스러워 하는 눈치다.

그런데 "리먼을 제대로 경영할 수 있느냐"고 물으면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는다. 인수하더라도 직접 경영에 참여하는 게 아닌데다 리스크를 감수하지 않고 어떻게 수익을 올릴 수 있느냐는 반박이 나온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을 인수한다는 것은 세계 금융시장의 정보망을 장악한다는 의미가 있다고 강조하기도 한다.

산은의 한 임원은 익명을 전제로 "리먼의 시가총액이 최근 몇개월새 4분의1 토막이 났다"며 "현재 외환은행 수준까지 떨어졌는데, 앞으로 이런 기회가 다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수의지가 상당하다는 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호의적인 여건=일본계 금융기관들은 리먼 지분 인수에 소극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계 역시 군침을 흘리고 있지만 리먼 측이 정체성 측면에서 부담스러워 한다는 전언이다.

이에 따라 산은의 강력한 경쟁자로 중국 시틱증권이 꼽힌다. 금융계 관계자는 그러나 "리먼이 중국의 자본으로 넘어가는 데 대해 미국 정부가 쉽게 용인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산은이 아시아 최고 IB라는 평판을 받는 점도 긍정적이다. 산은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산은이 인수해도 독립적 경영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에 리먼이 산은을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인수 걸림돌은=정부는 국책은행이 과도한 부담을 감수하면서 인수의 주체가 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입장이다. 또한 리스크는 감내할 만한 수준이어야 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리먼 인수 후 추가 부실 가능성을 우려한 것이다.
 
리먼은 채권분야에 강점이 있는 IB지만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서브프라임) 사태로 위기에 몰렸다. 앞으로 구조조정 과정에서 추가 부실이 얼마나 나올지 예측하기 힘든 상태다. 산은 역시 세계경제 여건을 고려할 때 리먼 주가가 더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인식한다.

전광우 금융위원장은 이와 관련, "어떤 형태의 컨소시엄이나 모양으로 인수주체가 구성되는 경우에도 정부 산하기관이 과도한 부담을 안는 주체가 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산은이 국내외 금융회사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리먼을 인수할 가능성이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유재훈 금융위 대변인 역시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산은 측과 충분히 협의를 거쳤으며, 결과를 지켜봐달라"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

금융계 관계자는 "정부 역시 세계적 IB를 싼 값에 인수하는 절호의 기회라는 점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다만 인수가격 산정에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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