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개→27개…'공기업 선진화' 더 뒤로?

머니투데이 이상배 기자 | 2008.08.11 17:09

정부 1차 추진계획, 민영화 대상 부풀려서 27개

- 추가 민영화 대상 거의 없을듯
- 현재 방안도 여론, 추가 후퇴할 가능성

정부가 11일 '공기업 선진화 방안'의 첫번째 뚜껑을 열었다. 민영화 대상은 27개로, 이 가운데 새롭게 추가된 기관은 한국자산신탁 등 5개에 불과했다. 당초 50∼60개의 민영화가 거론된 것에 비춰 큰 후퇴다. 지난 6월 이명박 대통령이 '민영화' 대신 '선진화'라는 표현을 쓰기 시작하면서부터 예견된 바다.

빠르면 이달 말~다음달 초에 걸쳐 발표될 2∼3차 공기업 선진화 방안에서도 민영화 대상이 대거 추가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또 이마저도 공개토론회 등 여론수렴과 국회 논의 과정을 거치면서 추가로 후퇴할 가능성이 있다.

◇ 민영화는 이걸로 끝?= 정부와 공기업선진화추진위원회(위원장 : 오연천 서울대 교수)는 이날 ‘공기업 선진화 1차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정부가 방점을 찍은 곳은 단연 '민영화'였다. 발표자료에서도 민영화, 통폐합, 기능조정 가운데 민영화를 첫머리에 뒀다.

발표된 민영화 대상을 모조리 모아보면 27개다. 그러나 이미 민영화가 예정돼 있던 산업은행·기업은행 및 그 자회사 7개, 대우조선해양 등 공적자금투입기업 14개와 지분 49%만 매각하는 인천국제공항공사를 빼고 볼 경우 새로 추가된 곳은 뉴서울 컨트리클럽(CC), 한국자산신탁, 한국토지신탁, 경북관관광개발공사, 건설관리공사 등 5개 뿐이다.

게다가 인천공항공사는 지분 49%와 운영권만 민간에 넘기는 것으로, 엄격한 의미의 민영화로 보기 힘들다. 그럼에도 오전 당정협의에서 한나라당이 민영화 대상의 추가를 요청함에 따라 급하게 추가됐다. 당정이 이번 발표에서 민영화 대상의 숫자를 최대한 늘리려 했다는 뜻이다.

이에 비춰 앞으로 발표될 2∼3차 공기업 선진화 방안에서 추가적인 민영화가 발표되길 기대하기는 어렵다. 실제로 정부는 2차 방안에서 민영화가 아닌 통폐합 대상 기관, 3차 방안에서는 시장경쟁 여건 조성이 필요한 기관이나 선진화 방안에 이견이 있는 기관들을 중심으로 검토할 예정이다.

배국환 기획재정부 제2차관은 이날 정부과천청사에 가진 브리핑에서 "국민요금과 직결된 전기 가스 수도 의료보험 등은 현정부 임기내 민영화하지 않기로 했고, 남은 기관은 경쟁여건이 형성돼 있지 않은 곳들"이라며 "이를 제외하면 앞으로 검토될 민영화 기관은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빠르면 이달말 2차 공기업 선진화 방안을, 다음달초 3차 공기업 선진화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2차에서는 기술보증보험과 신용보증보험의 통폐합 방안 등이, 3차에서는 민영화가 거론됐던 대학주택보증 한국감정원 88관광개발 등의 선진화 방안이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 여기서 또 후퇴할수도= 정부가 내놓은 공기업 선진화 방안마저도 원안대로 추진된다는 보장이 없다.

정부는 향후 대한주택공사과 한국토지공사의 통폐합, 한국관광공사의 비핵심 사업부문(공항면세점, 골프장) 매각, 인천공항 지분 매각, 기업은행 민영화에 대해 공개토론회를 거쳐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주공-토공 통폐합 방안에 대한 공개토론회는 오는 14일, 관광공사 비핵심 사업부문 매각 관련 토론회는 18일로 예정돼 있다. 인천공항 지분 매각, 기업은행 민영화에 대한 공개토론회는 아직 일정이 잡히지 않았다.

공개토론회를 거치면서 정부안이 뒷걸음질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해당기관 임직원 등 이해관계자들의 반발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토공 노조는 주공-토공 통폐합 방안과 관련, 오는 12일 정부과천청사 앞에서 반대집회를 여는 한편 14일 공개토론회에서 통폐합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힐 계획이다.

배 차관은 "정부는 공기업 선진화의 큰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고 구체적인 민영화 또는 통폐합 방안은 공개토론회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도 변수다. 일부 선진화 방안의 경우 법령 개정이 필요하다. 정부는 9월 정기국회에 관련 법안을 제출할 계획이지만, 원안대로 통과될지는 미지수다. 박병석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발표된 공기업 선진화 방안에 대해 "목적도 방향도 절차도 투명하지 못한 후퇴로, 공기업의 선진화가 아닌 후진화"라고 비판했다.

통폐합 대상인 토공의 이전 예정지인 전북을 비롯해 혁신도시 관련지역 출신 의원들의 반발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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