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C, 메릴린치 투자해 1조원 평가손

머니투데이 이상배 기자 | 2008.07.15 16:12

6개월새 반토막… "장기투자 목적이므로 평가손 의미없어"

한국투자공사가 올초 외국환평형기금(외평기금)으로 투자한 미국계 투자은행(IB) 메릴린치에서 약 1조원의 평가손실을 입었다.

최근 미국에서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사태가 거듭 악화되면서 메릴린치의 주가가 급락한 탓이다.

14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메릴린치의 보통주 주가는 전 거래일에 비해 6% 떨어진 25.9달러로 장을 마쳤다. 연중 고점(종가 기준)인 58.1달러(1월23일)에 비해 55% 떨어진 수준이다.

KIC는 지난 1월15일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곤경에 처한 메릴린치에 20억달러를 전격 투자했다. 투자 재원은 당시 재정경제부로부터 받은 외평기금이었다.

2010년 10월15일까지 의무전환 우선주 형태로 보유하면서 연 9%의 배당을 받은 뒤 보통주로 전환하는 조건이었다. 투자 당시 합의된 보통주 전환가격은 주당 51.4달러.

만약 당장 보통주로 전환한다면 현 주가 대비 주당 25.5달러씩 총 9억9200만달러의 손실이 난다. 원화로 약 1조원에 해당하는 평가손실이 발생하는 셈이다. 손실률은 49.6%로 사실상 '반토막'이다.


KIC 관계자는 "메릴린치에 대한 투자는 처음부터 전략적인 장기투자 목적에서 결정한 것이었다"며 "현 주가를 기준으로 평가손실이 난 것은 사실이지만 단기간 내에 팔아서 손익을 실현할 계획이 없기 때문에 평가손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2010년 10월 보통주로 전환된 뒤에도 곧장 팔 계획이 아니기 때문에 그 때 주가가 전환가보다 낮더라도 즉시 손실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전환 후 보통주 형태로 장기 보유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보유 중인 의무전환 우선주가 보통주로 전량 전환될 경우 KIC는 메릴린치의 지분 3% 이상을 가진 대주주가 된다. 지난해말 기준으로 메릴린치의 3% 이상 대주주는 테마섹홀딩스(9.6%), 스테이트 스트리트 글로벌자문(9.1%), 알리안스번스타인(7.2%), 바클레이 글로벌 인베스터즈(4.5%) 뿐이다.

KIC 관계자는 "주가변동에 따른 자본손익 뿐 아니라 배당을 통한 수익도 고려해야 한다"며 "메릴린치가 파산하지 않는 한 2010년까지 연 9%의 배당은 꾸준히 받게 된다"고 밝혔다.

KIC는 한국은행으로부터 위탁받은 외환보유금 170억달러, 기획재정부로부터 받은 외평기금 50억달러 등 총 220억달러 가운데 15일 현재까지 218억달러에 대해 투자 집행을 완료했다. 이 가운데 약 3분의 2는 해외채권, 3분의 1은 해외주식에 투자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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