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급한 불 껐다" vs "잘 안되면 문제 더 심각해질 수도…"
13일(현지시간) 미 정부가 모기지업체인 패니매와 프레디맥의 구제 방안을 발표한 데 대해 월가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일부 시장 관계자들은 "급한 불은 껐다"며 '일단 잘한 조취'라는 평가를 내렸다. 투자자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세금으로 충당될 비용 규모를 줄였다는 지적이다.
반면 일부에선 "미 정부의 절대적인 지원은 문제가 심각하다는 방증"이라며 "패니매와 프레디맥의 사업규모를 감안할 때 베어스턴스 때보다 힘든 과정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 시장 우려 잠재우고 잠재비용 줄여 = 헨리 폴슨 장관은 일요일인 13일(현지시간) 패니매와 프레디맥에 크레디트라인 한도를 늘리고, 필요할 경우 두 기관의 주식을 재무부가 직접 매입해 자금을 공급하는 방안 등 긴급 구제안을 발표했다.
구제안이 발표되자 일단 시장 관계자들은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시장의 불안감을 가라앉혔다는 이유에서다.
CNN머니에 따르면 아거스 리서치의 리처드 야매론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시장의 관심이 패니매와 프레디맥에 집중돼 있었기 때문에 (이번 조치로)정부가 뒤에 있다는 존재감은 투자자들의 우려를 없애는 데 큰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찰스 슈머 상원의원 역시 폴슨 미 재무부장관의 이번 계획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패니매와 프레디맥은 여전히 견고한 펀더멘털을 갖고 있다"며 "연방 정부가 뒤에 있다는 점이 투자자들과 채권자, 모기지 소유자들을 안심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재무부의 이번 계획은 신중한 조치였다"며 "패니매와 프레디맥의 자신감을 최대화하는 한편 미국 납세자들의 잠재적인 비용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전했다.
◇ 더 오래걸리고 더 심각해질 수 = 반면 리먼브러더스의 에단 해리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나는 연방은행이 요술 지팡이와 금융시장 내에서의 모든 권한을 제대로 흔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그들은 상처를 매만지고 회복하는 데 시간을 벌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연준이 내년초쯤 기준금리를 0.5%p 더 내린 1.5%까지 낮출 것으로 내다봤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이날 "패니매와 프레디맥에 대한 구제는 베어스턴스 때보다 쉽지 않은 과정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베어스턴스와 두 회사 구제 방안에는 현저한 차이점이 있다는 지적이다.
이 신문은 우선 "미 정부가 여느 보다 적극적으로 채무 보증에 나섰다"는 점을 큰 차이점으로 꼽았다. 그만큼 이번 사안이 더 무겁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WSJ는 "베어스턴스는 고객과 자금조달처를 잃고난 뒤 쥐도새도 모르게 무너져내렸다"며 "그에 비해 패니매와 프레디맥은 연방정부가 절대적으로 채무를 보증해주기로 했기 때문에 금융기관들이 기꺼이 돈을 대출해줄 것"이라고 보도했다.
로렌스 와이트 뉴욕대 경제학 교수는 "신용시장은 언제나 이들을 특별 대우해왔다"며 "시장은 늘 이들이 금융난에 처할 경우 연방정부가 후원해줄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WSJ는 또 "두 모기지보증업체의 사업 규모가 압도적으로 크기 때문에 (정부의 구제가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을 경우) 베어스턴스보다 더 큰 재앙을 가져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패니매와 프레디맥은 미국 주택시장의 주요 공급자다. 두 회사는 미국 주택 모기지시장 규모의 절반에 가까운 5조달러의 모기지를 직접 보유하거나 보증해주고 있다.
또 이 두 회사의 주식과 채권은 중앙은행과 연기금펀드, 헤지펀드 등 전세계 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미 정부가 패니매와 프레디맥 채권자들의 발목을 붙잡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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