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꺼진' 촛불, 경찰과 밤샘 격렬대치

머니투데이 박종진 기자 | 2008.06.22 10:41

수만명 심야시위, 6.10 촛불시위 이후 최대 규모

ⓒ이명근 기자
ⓒ이명근 기자
촛불은 안 꺼졌다.

광우병 국민대책회의가 제안한 '48시간 국민비상행동' 이틀째인 21일 밤 서울에서 주최측 추산 10만명, 경찰추산 1만명의 시민들이 촛불시위에 참여했다.

애초 이번 주 들어 시위대의 숫자가 급격히 줄어든데다 이날 정부의 한미 쇠고기 추가협상 결과 발표로 촛불정국이 진정국면으로 접어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수만 명이 심야시위를 벌여 향후 촛불시위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였다.

대치도 격렬했다. 세종로 사거리에서 경찰과 대치한 시위대는 저지선을 형성한 경찰버스를 끌어내려 했고 경찰은 밤새 소화기를 뿌려대며 맞섰다.

오전 7시50분쯤 이때까지 남아있던 시위대 3000여명은 대부분 서울시청 앞 광장으로 이동해 해산했다. 여전히 세종로 사거리에 머무른 약 300여명의 시위대는 8시40분 경찰병력이 투입돼 9시쯤 상당수가 인도로 밀려났고 종로1가~서대문 쪽은 차량소통이 재개됐다. 강제진압 과정에서 몸싸움이 발생했고 연행자가 속출했다.

대책회의는 "21일~22일 1박2일 밤샘시위로 시민 10명이 연행되고 20여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 소화기 분말 가스 사이에 시위대 ⓒ이명근 기자
◇'6.10 촛불대행진' 이후 최대인파= 이날 저녁 7시20분부터 서울시청 앞 태평로 일대에서 열린 제45차 촛불문화제는 주최측 추산 5만명, 경찰추산 7000명이 모인 가운데 시작됐다. 이후 시위대는 점차 불어 밤 9시 이후에 최대 인파를 기록했다.

시민들은 '추가협상 기만이다', '재협상을 실시하라', '촛불이 승리한다' 등의 구호를 외쳤고 무대에서는 자유발언과 공연이 이어졌다.

무대에 오른 박상표 국민건강을위한수의사연대 정책국장은 "정부가 대국민사기극을 벌였다. (추가협상 결과를) 스스로 90점이라 평가 했지만 만점은 1000점이었다"며 "30개월 미만에서 광우병 특정위험물질(SRM)이 없다고 말하지만 위험할 수 있는 소곱창 등 각종 부위가 다 들어온다. 30개월 이상 쇠고기를 규제하겠다고 하는 품질시스템평가(QSA)도 실효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고대녀'로 유명해진 고려대 재학생 김지윤씨는 주성영 한나라당 의원이 자신을 고대생이 아니라고 지칭한 것을 가리켜 "인터넷 검색 한번만 해봐도 알 수 있는데 일단 지르고 나중에 몰랐다고 발뺌하면 된다고 생각한 것"이라며 "허위사실로 나를 모독한 것은 나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전체 촛불시민들을 모독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를 안고 나온 이상훈씨(38)는 "지난 10일 이명박 대통령이 뒷산에 올라 '아침이슬'은 들었어도 국민들의 재협상요구와 MB퇴진 구호는 못들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날 주최측은 지난달 2일 이후 50일간의 촛불시위를 정리하는 영상물도 틀어 눈길을 끌었다.

ⓒ이명근 기자
◇경찰 차단벽에 맞서 '국민토성' 쌓아=문화제를 마치고 저녁 8시50분부터 세종로 사거리를 메운 시위대는 경찰 호송버스 앞에 모래주머니로 '국민토성'을 쌓기 시작했다.

모래를 운반하던 트럭 한 대가 서울역 인근에서 경찰의 제지에 막히자 시민 4000여명이 달려가 직접 모래를 비닐봉지 등으로 운반하기도 했다.

밤 11시쯤 쌓아 올린 모래주머니를 딛고 일부 시민들이 경찰버스 위로 올라가 깃발 50여 개를 흔들었다. 경찰은 "불법행위를 즉시 중단하고 해산하라"는 경고방송을 계속했다.

자정을 넘어서면서 일부 시위대들은 경찰버스에 밧줄을 묶어 끌어내려 했고 경찰은 소화기를 쏘며 저지에 나섰다. 당기던 줄이 끊어지거나 경찰의 소화기에 직격으로 맞아 시민 10여명이 부상하기도 했다.

22일 오전 1시 15분쯤 경찰버스 한대가 완전히 시위대쪽으로 끌려 나와 경찰 9명이 고립되기도 했다. 하지만 1시45분쯤 이들은 '예비군부대'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소속 변호사들의 안내를 받으며 별탈 없이 복귀했다.

오전 4시20분쯤에는 경찰버스에 불을 지르려던 한 남성(32)이 시민들에게 '프락치'로 의심받아 붙잡히는 일도 있었다. 이 남성은 "시위에 도움이 될까 봐 공구를 가져 나왔다"면서도 "정권에 불만은 없다. 누구에게 사주 받거나 그런 일도 절대 없다"고 말했다. 그의 가방에서는 스패너와 시위 관련 유인물 등이 나왔다. 대책회의 관계자는 "프락치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에 넘겨 수사를 받도록 하는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명근 기자
ⓒ이명근 기자
오전 7시가 넘어서면서 시위대 수천여 명은 어깨동무를 하고 함께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는 '축제' 분위기를 연출했다. 세종로 사거리 물이 고인 곳에 시민들이 뛰어들어 '슬라이딩 쇼'도 했다.

한편 21일 오후 우익단체 회원 300여명도 촛불시위 반대 집회를 열고 "경제안정과 나라안정을 위해 촛불시위를 즉시 멈춰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시청 앞에서 세종로 인근까지를 반복 행진하던 시위대 일부와 시비를 벌이기도 했으나 큰 충돌은 없었다.

이날 저녁 서울 외에도 부산, 전주, 대전, 대구 등 곳곳에서 촛불시위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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