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정길' 거리의 인연, 청와대로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 2008.06.20 21:34
군부권력의 반대편에 선 자들에게 옥고는 떳떳한 경력이다. 6·3 세대도 마찬가지였다.

20대의 대학생 이명박과 정정길은 길거리에서 만났다. '한일회담 반대'를 외치던 두 청년은 구속된 학생들의 석방을 요구하던 집회에서 다시 만나 어깨를 걸었다.

길거리 인연은 곧 옥살이 인연으로 이어졌다. 6·3 사태로 구속된 224명(법무부 발표)은 '죄질'에 따라 ABC 등급으로 분류됐고 이들 중 C등급만 풀려났다. 두 사람은 82명의 '공식적'인 주동인물에 포함됐다. '내란 및 소요'가 이들의 혐의였다.

같은 해 10월2일 보석으로 풀려나기까지, 그리고 세달 뒤인 12월22일 집행유예를 선고받을 때까지 그들은 옥살이 동지로 지냈다.

20일 대통령실장에 임명된 정정길 울산대 총장은 지금은 대통령이 된 '대학생' 이명박과의 인연에 대해 "6·3 사태 때 데모를 하고 같이 잡혀가서 고생도 하고 그렇게 만났다"고 회상했다.

이어 "출옥한 뒤 서로 행정부와 민간 기업에서 일하느라 바빠 못 만나다가 80년대 들어 같이 고생했던 친구들과 함께 모이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처음에 몇몇이서 1년에 한두 번 만나 소주를 홀짝이던 모임은 40년이 넘게 이어졌다. 그리고 한 사람은 대통령으로, 또 한 사람은 대통령실장으로 서로를 의지하게 됐다.

정 신임 실장은 "사실 능력이 많지 않은데 중책을 맡아 어깨가 상당히 무겁다"며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 또 "어려운 일과 산적한 국정 관리가 너무 중요하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 대통령이 훌륭한 일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국민 눈높이에 맞추고 업무에 경륜이 있는 사람을 뽑았다"며 "여러 차례 요청했는데 고사한 것을 보완이 될 것이라 판단해 끈질기게 요청한 끝에 겨우 허락 받았다"고 말했다.

거리에서 교도소로 이어졌던 인연은 이제 청와대로 이어졌다. 20대의 열혈청년들은 촛불민심을 수습할 책임을 진 60대 노장이 됐다. 그들이 다시 어깨를 걸고 뭔가를 이뤄낼 수 있을까. 그 '뭔가'가 이 대통령의 말대로 국민의 눈높이와 일치할까.

40년 전의 거리 위에서 함성을 질렀던 그들이 그때의 기억을 되살려 '뭔가'를 이뤄낼 수 있을지, 그러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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